▲위의 사진은 종자를 치고 흙을 덮은 모습이고 아래의 사진은 신문지를 위에 놓고 물을 듬뿍 뿌린 다음 비닐을 덮은 모습입니다.김현
"참, 나 같은 놈은 등본을 띠던가 돈이나 쪼매 빌릴 때만 농협이나 면사무소 가는데……."
"야, 그런 말 고만 해라. 일할 맛 떨어진다. 어이 재수씨 막걸리나 한 사발 후딱 가져오시오 잉. 한 잔 먹고 하게."
재수씨가 새참으로 막걸리, 맥주와 몇 가지 과일을 가져와서야 화제가 서로의 농사에 대한 이야기로 바뀝니다.
"야야, 너 나락 종자 언제 꺼내 놓았간디 안 말랐어. 그럼 골고루 안 뿌려지잖아."
"하루 전에 꺼내 놨는데 다 안 빠졌구만. 근데 형, 흙사리 더 해야 허지 않겄어. 종자가 남을 것 같은디."
"봐 가면서 해도 될 거야. 모지라면 사람 많은데 뭐가 걱정이야."
"참, 형네 종자 남은 거 있으면 좀 주시요잉. 우리 게 모지랄 것 같아서."
"우리 집에 많이 있다. 아무 때나 시간 나면 와서 가져가거라. 남는 게 종자다."
새참을 먹고 나서 30여분 일을 하니 끝납니다. 기계로 종자를 뿌리는 것이라 좀 편하긴 하지만 사람이 없으면 정신이 하나도 없는 일이 이 기계일 입니다. 모판을 올려놓는 사람, 흙을 날라 붓는 사람, 볍씨를 퍼다 담는 사람, 볍씨가 뿌려진 모판을 한쪽에 옮겨 나르며 쌓는 사람 등등 각자 맡은 역할을 제대로 해야 일이 수월하게 이루어지지 그렇지 않으면 일이 금세 엉망이 됩니다.
농촌에서 4월은 파종의 시기입니다. 오늘 모판에 놓은 볍씨들은 열흘 정도 자라면 논으로 가서 모내기를 하게 됩니다. 그동안 모가 잘 자랄 때까지 모판이 마르지 않도록 매일 물을 뿌려주고 환풍을 시켜주는 일을 계속해야 합니다. 한시라도 소홀히 하면 모를 내기도 전에 볍씨들은 모판에서 말라죽거나 하얀 곰팡이가 떠서 버리게 되기 때문입니다.
모쪼록 오늘 모판에 옮겨 놓은 볍씨들이 잘 자라서 논에 가서 자리를 잡아 튼실한 열매를 맺기를 소망해 봅니다. 쌀농사를 짓는 사람들에게 나락(벼)은 희망이고 삶이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