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운영처럼 고운 미소를 가진 할머니조태용
봄바람이 살랑대는 구례 들판에 나가 보니 자운영이 곱게 핀 들판에서 할머니 한 분이 나물을 뜯고 계십니다. 무슨 나물을 뜯고 있는 것일까? 궁금해 할머니에게 여쭤 봅니다.
"할머니 뭐하세요?"
"뭐하긴 나물 뜯지."
"무슨 나물인데요."
"이거 쑥부쟁이야."
할머니와의 대화는 이렇게 시작 되었습니다. 쑥부쟁이는 흔히 들국화라고도 합니다. 나물로는 한 번도 먹어 본 적이 없습니다. 할머니가 나물을 뜯는 곳을 보니 여기저기 지천으로 쑥부쟁이가 널려 있습니다. "할머니 이 동네 사세요?"라고 다시 여쭈어 봤습니다.
"구례에서 태어나서 여태껏 살았어."
"연세가 어떻게 되시는데요?."
"내 나이 알아서 뭣 하려고. 85살이야."
할머니는 인근 냉천 마을에서 태어나셨다고 합니다. 할머니가 사는 냉천 마을은 고작 2km 정도 떨어져 있는 가까운 곳입니다. 평생을 구례를 떠나지 않고 살았어도 이곳이 더 없이 좋답니다.
할머니는 몇 해 전 할아버지와 사별 하셨다고 합니다. 할머니가 나물을 캐고 있는 이곳은 할아버지 무덤이 있는 곳인데, 할머니께서는 홀로 되신 뒤로 매일같이 할아버지 묘소를 찾는다고 하십니다.
"뭐 간다고 죽은 양반이 알것어, 그냥 가면 맘이 편하니까 한 번 가보는 거지."
할아버지가 돌아가신 후 할머니는 혼자 사신다고 하십니다. 매일 할아버지 묘소를 다녀오는 것이 하루 일과 중 밥 먹는 것처럼 빼놓지 않고 하시는 일이라고 하시네요. 평생을 함께 살고도 매일 무덤을 찾는다니, 할아버지 생전에 두 분이 서로 얼마나 사랑하셨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쑥부쟁이의 꽃말은 그리움입니다. 할머니는 할아버지가 그리워서 쑥부쟁이를 뜯고 계신 걸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