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물을 캐던 할머니를 다시 만났습니다.조태용
지난번 쑥부쟁이를 주셨던 냉천 할머니를 우연히 다시 만났습니다. 해지는 오후 자전거를 타고 다시 그 마을을 지나는데 할머니가 계셔서 인사를 했습니다.
"할머니 안녕하세요. 그때 주셨던 쑥부쟁이는 맛있게 먹었습니다."
할머니는 저를 보자마자 "자네. 우리 집에서 차 한잔하고 가지" 하시면서 잡고 있던 호미를 내려놓고 집으로 들어가십니다. 집 앞에서 머뭇거리고 서 있는데 어서 들어오라면서 차를 끓이러 부엌으로 가십니다. 두 번째 만난 저를 어떻게 믿고 집으로 선뜻 들어오라는 것일까 하는 생각이 잠시 스쳐 지나갑니다.
할머니는 저에게 커피 한 잔을 주시더니 밭에서 상추를 뜯어 줄 테니 가져가라고 합니다. "집에 상추 있어요"라고 말해도 좀 가져가라며 밭으로 나가십니다. 저도 찻잔을 들고 마당으로 나섰습니다. 마당에는 상추, 마늘, 가지 등 온갖 채소들이 자라고 있었습니다.
마당 한 곳에는 하얀 수국이 피고, 붉은 작약도 만발합니다. 상추를 뜯어오신 할머니와 나란히 마당에 앉았습니다. 할머니는 뜯어오신 상추와 참나물을 봉투에 담아줍니다.
"꽃이 참 예쁘지 저 하얀꽃 말이야."
"네. 참 예쁘네요."
"저 꽃 이름이 뭔지 알아."
"수국이잖아요."
"우리는 상여 꽃이라고 부르지."
"상여 꽃이요?"
"그래 꼭 생긴 것이 상여 꽃 같잖아."
"하얀 꽃이 수북해서 꼭 상여에 매단 꽃 같단 말이야."
"할머니 이야기를 듣고 보니 상여 꽃을 닮았네요. 요즘은 저런 상여 꽃 볼일도 없죠?"
"그렇지 지금은 다 장례식장에서 해버리니까 상여 본 지도 오래 되었네."
"작약도 꽃이 참 예뻐. 젊은 총각 닮았구먼 그래."
"아니에요. 할머니 닮았어요. 할머니 닮아서 아주 고운데요."
할머니는 저의 이야기가 싫지는 않은지 고운 미소를 지으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