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가 학교야, 공원이야?

"지역민에게 하루종일 개방"... 도심속 '꽃대궐' 충남 서산초등학교

등록 2006.05.03 10:54수정 2006.05.03 1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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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산초등학교 꽃밭에 만개한 영산홍
서산초등학교 꽃밭에 만개한 영산홍안서순
건물 사이마다 만들어진 정원
건물 사이마다 만들어진 정원안서순
블럭담이 이팝나무와 소나무 울타리로 바뀌고 운동장과 사이에 자운영이 심어져 있다.
블럭담이 이팝나무와 소나무 울타리로 바뀌고 운동장과 사이에 자운영이 심어져 있다.안서순
'꽃나라'다. 붉고 희고 연분홍색을 내는 형형색색의 온갖 봄꽃이 터질 듯 피어올라 눈이 시리도록 아름답다.

공원이나 산 속 풍경이 아니다. 충남 서산시 동문동 서산초등학교(교장 김형순)가 그렇다. 이 학교는 지금 봄꽃 잔치가 한창이다.


소나무, 느티나무, 동백, 백일홍, 주목나무 등 20여종 4만여 그루의 나무가 교정 곳곳에 심어져 있고 학교건물과 건물사이, 담장 등 운동장과 다니는 길을 제외한 거의 모든 공간에는 꽃밭이 만들어져 있다.

붉고 흰 철쭉, 분홍색의 영산홍, 지면패랭이, 금낭화, 매발톱, 별개미취, 산꼬리풀, 졸방, 여름바다해국, 피나물, 지방보살, 섬초롱, 등 300여 가지가 넘는 야생초화가 서로 기막히게 어울리며 꽃세계를 만들었다.

학내 야생화 단지에서 금낭화를 보고 있는 학생들
학내 야생화 단지에서 금낭화를 보고 있는 학생들안서순
학교 실습지에 고사리 손으로 만들어진 꽃씨동산
학교 실습지에 고사리 손으로 만들어진 꽃씨동산안서순
2일 오전 11시, 4학년 학생들이 야생화 단지에서 생물도감을 펴놓고 공부를 하고 있다.

"이건 피나물이란 야생초인데 왜 피나물인지 아는 학생은?"

주변에 편한대로 제각각 자리를 잡고 있는 학생들에게 선생님이 물었다.


"꺾으면 피와 같은 색깔의 액체가 나와서요." 한 학생이 얼른 대답을 했다.

이 학교 학생들은 4학년쯤 되면 야생화 20여 가지는 줄줄 왼다. 그도 그럴 것이 학생들은 등교시간이나 하교시간, 쉬는 시간에 오고가면서 늘 야생화를 보는 것이 일상생활이다. 그런데다 선생님과 함께 '자연공부'까지 하기 때문이다.


학교 후문 바로 옆에는 실습지가 마련되어 있어 학생들이 제철에 맞는 여러가지 씨앗을 심어놓고 관찰할 수 있도록 했다.

이 학교는 도심 한복판에 자리하고 있으면서도 자연복원상태가 농어촌 학교보다 훨씬 뛰어나다. 영산홍이나 철쭉 등 꽃나무와 소나무, 느티나무 등은 말할 것도 없고 야생화초도 그렇다.

그래서 이 학교는 '꽃단지, 나무나라'라고 불린다. 하지만 이는 그리 오래된 일이 아니다. 4년 전만 해도 교문을 지나면 양쪽으로 늘어서 있는 20여 그루의 플라타너스와 40여 년은 됐을 법한 은행나무 4그루, 측백나무 수십 그루, 꽃밭 수십 평이 전부였다.

김형순 교장
김형순 교장안서순
학교가 '푸른 나라 꽃 세계'로 변하기 시작한 것은 2002년 9월 김형순 교장이 부임하고부터다.

김 교장은 학교에 오자마다 인근 지역주민들에게 휴식공간을 만들어주기 위해 '녹색학교 추진 계획'을 세워 학교 가꾸기에 나섰다.

시멘트 담장이 이팝나무 울타리로 바뀌었고 건물 사이마다 나무와 꽃이 심겨져 보기 좋은 정원으로 변했다. 학교 가꾸기 4년이 지난 지금의 당초 계획의 기본 틀은 잡혔다.

'녹색학교 가꾸기'는 아직도 '현재 진행형'이다.

운동장가에 3년 전인 2003년에 심어놓은 10년생 느티나무 20그루와 30년생 단풍나무 12그루 5년생 이팝나무 30그루, 3년생 회양목 200그루와 단풍나무, 살구나무 사철나무가 웬만큼 자라는 10여년 뒤면 제법 그럴 듯한 숲의 형태가 만들어지고 20~30년 뒤에는 정말 울창한 숲속의 학교로 변모할 것이기 때문이다.

"학교는 학생들만 위한 공간이 아니라 인근지역주민들의 정서함양을 위한 장소이기도 하다."

김 교장이 학교를 시민들에게 하루 종일 개방하는 이유다. 그래서 지난해에 이어 올해로 두해째 '학교 꽃구경' 행사를 열고 있다.

김 교장은 "학교 곳곳에 꽃밭이 만들어지고 나서 학생들의 학습태도가 달라져 그간 노력한 보람이 있다"며 만족해 했다.

서산초등학교의 숨막히게 아름다운 꽃 유희는 이 달 중순께까지 볼 수 있다.

고목과 어우러진 지면패랭이 꽃
고목과 어우러진 지면패랭이 꽃안서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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