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를 젓는 아이들안준철
아이들이 써놓은 글들에는 모두 나름대로의 진지함과 고민과 익살이 담겨 있었다. 요즘 아이들을 흔히 ‘생각 없는 아이들’이라고 낮추어 말을 하기도 하는데 아무래도 그런 생각을 바꾸어야할 것만 같았다. 그리고 정말 생각 없는 아이들이라면 생각을 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해주어야 하지 않을까 싶었다. 수업을 끝내면서 나는 아이들에게 이런 말을 해주었다.
“오늘 여러분은 무엇이 더 소중한가를 놓고 짧은 시간이지만 많은 생각을 했을 것입니다. 여러분은 그런 생각까지는 하지 않았겠지만 오늘 여러분은 여러분 자신의 가치관에 대하여 생각해보는 시간을 가진 거예요. 앞으로도 여러분 스스로 이런 시간을 자주 갖기 바랍니다. 그래야 여러분이 정말 쓸모 있고 가치 있는 인간이 될 테니까요.”
이제 글을 마치려는데 아쉬움이 남는다. 미처 소개하지 못한 글들이 남아 있기 때문이다. 세상을 바라보는 눈은 달라도 나름대로 귀담아 들어볼 내용이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런 의미에서 아이들이 써놓은 글을 몇 편 더 소개할까 한다. 학교와 가정에서 학생들과 자녀들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을 담아서.
‘다 쓰고 나서 선생님이 지우라는 말을 하기에 love을 지웠다. 두 번째는 나보다 다른 것이 더 소중했기 때문에 myself를 지웠다. 부모님은 날 낳아주셨고, 친구는 나의 성격을 만들어 주었다. 추억은 내가 생각할 수 있고 꺼내어 볼 수 있는 것이다. 나도 소중하지만 난 그것들로 인해 포기할 수 있었다.’
‘사랑을 하면 내 마음을 다스릴 수 있을 것 같아서 사랑을 선택했다. 하지만 인생은 사랑만 있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첫 번째로 사랑을 지웠다. 건강은 사람마다 아프고 우리가 열심히 운동하고 그러면 모두 건강하기 때문에 지웠다. 사진은 살아 있을 땐 간직하고 볼 수 있지만, 죽어서는 보지는 못하기 때문. 마지막으로 한 가지 소중하게 생각하는 것은 가족이다. 가족이 없었다면 내가 이 세상에 태어나지 못했을 것이다.’
‘마지막 선택은 가족과 예수님 사이에서 많은 갈등을 했다. 둘 다 지우지 않았으면 했다. 만약 다 지운다 해도 그 두 가지는 내가 절대 버릴 수 없는 것이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성경의 인물 중에 어떤 사람이 자신의 첫 자식을 하나님께 드렸다. 그리고 하나님은 우리를 위해 자신의 아들 예수님을 이 세상에 보냈기에. 너무 가슴 아픈 선택이었다.’
‘내가 마지막으로 사진을 선택한 것은 내가 자라온 흔적들과 가족, 그리고 엄마, 아빠 웨딩사진까지 죽을 때 가져가고 싶다.’
‘지울 때 좀 아쉽긴 했지만 내가 선택한 거니까 후회는 없다. 역시 누가 뭐래도 가족이 최고인 것 같다. 내 자신도 소중하지만 가족도 사랑할 수 있는 그런 넓은 마음을 가져야겠다.’
‘날마다 짜증내고 싸우고 하지만 어디가나 생각나는 게 가족이다. 가족이 없으면 사는 게 재미없으니까.’
‘나는 사람에 동그라미를 쳤다. 처음엔 가족, 친구, 남자 친구 등을 따로 썼는데 하나를 포기하라니? 그러질 못해서 다 포함해서 사람들(people)이라고 다시 고쳐 썼다. 혼자라면 못 살 것 같다.'
‘나에게 가장 소중한 것은 가족과 친구이다. 건강이 좋아도 가족과 친구가 없으면 마음이 힘들기 때문이다. 그래도 6개 중 가장 지우기 힘들었던 것은 바로 ‘Myself 이다. 그래도 나머지 것이 있기에 힘들지는 않는다.'
‘나에게 가장 소중한 것은 할머니의 유품(relic, memento)이다. 어렸을 때 할머니를 잘 따랐고 할머니 댁에도 잘 놀러가고 잘 해주시고 내가 가장 제일 사랑하는 할머니인데 돌아가셔서 유품만 남았기 때문에 가장 소중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