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철도유통쪽이 지난달 파업중인 KTX 여승무원들에게 일괄적으로 보낸 정리해고 예고 통보 메일.
KTX 여승무원들의 표정은 담담해 보였다. 대부분은 회의실에 마련된 의자에 자리를 잡고 독서 등 휴식과 조별 토론 등의 일정을 소화하고 있었다. 또 일부 승무원들은 복도에 나와 가족이나 친구들과 안부전화를 주고받기도 했다.
하지만 10여평 채 남짓한 회의실 공간에서의 생활이 쉽지만은 않다. 40명이 넘는 사람의 체온과 30도에 가까운 한낮 기온으로 사무실 내부는 금새 후덥지근해진다. 밤에는 차가운 시멘트 바닥에 침낭을 깔고 잠을 청해야 한다.
서울 KTX 승무지부 소속인 육승연(26)씨는 "이곳에 온 승무원은 모두 자발적으로 참여하겠다고 온 사람들"이라며 "좁은 공간 속에서 농성을 벌인다는 것 자체가 쉽지만은 않지만 서로 격려해가며 힘을 모으고 있다"고 말했다.
육씨는 이어 "이번 농성은 강 후보를 겨냥한 것이 절대 아니다"면서 "이미 정리해고 통보를 받은 승무원들의 절박한 심정을 정부와 여당에게 알리기 위한 마지막 카드일 뿐"이라고 호소하기도 했다.
같은 지부 소속의 문은효(25)씨는 "현재 파업중인 승무원 모두에게 지난달에 이미 정리해고 메일이 날아왔다"면서 "정리해고 예정일인 15일이 다가오면서 승무원들의 동요가 있는 것도 사실"이라고 전했다.
문씨는 또 "두 달이 넘는 장기 파업으로 호흡기 질환 등 몸이 약해진 승무원도 많다"면서 "그럼에도 대부분의 승무원들은 아직 희망을 버리지 않고 정리해고 철회를 위해 싸우고 있다"고 강조했다.
강 후보측 "안타깝지만, 한정식집에 와서 자장면 시키면 어떡하나"
강금실 후보쪽은 KTX 승무원들의 기습적인 농성에 당혹스러운 표정이다. 특히 오세훈 한나라당 후보와의 여론조사 격차가 여전한 상황에서, 이번 농성으로 선거운동 지원에 차질을 빚지 않을까 노심초사하고 있다.
선거운동본부의 황신용 보좌관은 "KTX 여승무원들의 사정은 충분히 이해하지만 우리쪽에서 해줄 수 없는 것을 해줄 수 있는 것처럼 말할 수도 없는 노릇 아닌가"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는 마치 한정식 집에 와서 김치찌개 대신 자장면을 내놓으라는 것이나 마찬가지"라며 "최대한 승무원들의 요구를 당에 전달하는 역할을 하겠지만, 뾰족한 방법이 없는 것도 사실"이라고 밝혔다.
강 후보쪽은 또 이번 농성으로 해당 건물주로부터 퇴거 압력까지 받고 있는 실정이다. 본부 관계자는 "승무지부의 농성이 시작되자 건물주로부터 '계약서를 다시 쓰자'는 이야기를 들었다"면서 "자칫 건물에 입주하자마자 다른 곳을 찾아나서야 할지도 모른다"고 고개를 흔들기도 했다.
강 후보쪽은 일단 승무지부쪽에 농성을 푸는 조건으로, 지부 대표자 등과 후보와의 면담을 제안해 놓은 상태다. 경찰도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건물 외곽에 1개 중대 100여명의 전경을 배치해 놓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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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금실에겐 미안하게 생각하지만" "KTX여승무원 사정은 이해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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