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일 오후 서울 광화문 청계광장에서 평택지키기 위한 국민촛불문화제가 열렸다.오마이뉴스 김종철
"물러서라! 물러서…, 너무 밀지 말고…."
숨가쁜 목소리가 전해졌다. 고개를 돌려보니 어깨에 황금색 무궁화가 달린 계급장이 눈에 들어왔다. 그의 말소리 하나하나에 눈앞의 검은 헬멧들이 일사분란하게 움직였다. 눈앞에서 갑자기 소화 분말가루가 터져 나왔다.
7일 밤 10시께 서울 종로구 광화문 네거리. 동아일보 빌딩 옆 보행자 도로는 아수라장을 방불케 했다. 한총련을 비롯해 노동자의 힘 등 대학생과 노동자, 시민사회단체 회원 1000여명은 "폭력경찰 물러가라" 등의 구호를 외치며 경찰과 마주섰다.
곧 경찰과 밀고 당기는 몸싸움이 벌어졌다. 곳곳에서 소화기 분말가루가 날렸다. <동아일보> 쪽이 길가에 세워놓은 독일 월드컵 홍보물 일부가 부서져 나뒹굴었다. 이날 촛불문화제를 참가했던 집회 참가자와 경찰간의 실랑이는 2시간여만에 마무리됐다.
도로 위로 월드컵 홍보물과 '평택은 비상계엄' 라고 씌여진 종이들, '하이서울 페스티벌' 선전 포스터물이 뒤엉켜 있었다.
# 장면1 광화문서 다시 만난 검정헬멧과 깃발들
밤 9시 20분께. 청계광장 주변을 완전히 에워싼 경찰병력들이 옷을 추슬러 입었다. 자신을 말년이라고 밝힌 한 대원은 "차라리 이곳이 (평택보다) 낫다"면서 "이 짓거리도 곧 끝난다"고 말했다.
'요즘 힘들었겠다'고 묻자, 그는 "학교 다닐 땐 몰랐는데, 여기(전경부대)와서 많이 생각했다"면서 "(제대하고) 학교 가면 집회는 절대 안 나갈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옆에서 이야기를 듣던 김아무개 대원도 거들었다. 그는 자신은 군대에 가서 이것을 쓸 줄을 생각도 못했다고 말했다. 이것은 '검은 헬멧'이다. 김씨는 "법만 지키면 아무런 문제가 없다"면서 "집회를 막다보면, 자신들의 정치적 입지를 위해 대중을 선동하면서 싸움을 거는 경우를 숱하게 봤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정아무개(22, H대)씨는 지난 4일 대추분교에서 연행됐다가 6일 풀려났다. 7일밤 광화문 촛불문화제에 나온 정씨는 "오늘도 잡히면 진짜 영창에 들어갈지 모른다"면서 "천천히 뒤에서 싸울까 한다"고 웃음을 짓기도 했다.
정씨는 "대추리를 가기 전에 무엇이 문제였는지 아무것도 몰랐다"면서 "솔직하게 지금도 답을 말하진 못하겠지만, 농사짓고 살고 싶다는 농민을 무조건 나가라는 식은 아닌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그는 곧 다른 동료들과 깃발을 들고 앞으로 뛰쳐 나갔다.
# 장면2 땅에선 3천여 촛불 vs 하늘에선 수천여발의 불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