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선행' 실천하는 김옥환 목사

아름다운 교회는 작지만 강한 교회... "나눔과 비움, 그리고 섬김"

등록 2006.05.10 16:58수정 2006.05.11 0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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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나눔과 섬김을 실천하고 살아가는 5·18국가유공자 김옥환 목사.

나눔과 섬김을 실천하고 살아가는 5·18국가유공자 김옥환 목사. ⓒ 정종인

5·18부상자동지회 회원이자 국가유공자 판정을 받은 한 목회자의 아름다운 선행이 큰 감동을 주고 있다.


‘느리더라도 이웃과 함께 바르게 갑시다’라는 목회철학을 갖고 있는 광주광역시 운암3동에 위치한 ‘아름다운 교회’ 김옥환(44) 목사가 화제의 주인공이다.

고교 3학년 재학 시절 김 목사에게 찾아온 5·18광주민주화운동은 그의 인생에 혼란과 어두운 그림자를 안기었다. 당시 김 목사는 시위대열에 합류해 이 땅의 진정한 민주화를 외치다 공수부대원에 붙잡혀 모진 고문을 당해야 했다. 이후 김 목사는 고문 후유증으로 2차례나 쓰러져 대수술을 받는 고통 속에서도 분연히 일어선 뚝심 있는 목회자다.

전남대를 졸업한 김 목사는 한때 자유언론의 기수가 되고자 <전남매일신문사>에 입사해 언론인의 길을 걸었지만, 고문 후유증이 그의 발목을 잡아 청운의 꿈을 접어야 했다. 좌절의 늪에서 방황하던 김 목사는 전남대 재학시절이었던 지난 1982년 9월 갑작스런 통증과 함께 찾아온 전신마비 증세로 생사의 갈림길에서 헤매기도 했다.

당시 김 목사를 담당한 의사는 하루도 넘기기 힘들다고 판정할 정도로 생사의 갈림길을 넘나들었다. 김 목사가 교회에 출석하게 된 계기가 된 사건이었다. 지금의 부인인 김순옥(41)씨의 간절한 기도와 헌신적인 사랑이 그에게는 '산소마스크'였다.

대학을 졸업한 김 목사는 이후 총신대학신학대학원과 호주 멜본대학에서 H. E. L. C를 수료한 후 이 땅에 바른 복음의 선포와 바람직한 교회가 세워져야 한다는 일념으로 목사안수를 받았다. 이후 지난 1998년 대한예수교장로회(합동) ‘아름다운 교회’를 설립한 후 뜨거운 열정으로 사역을 감당하고 있다.


1990년에도 전신마비증세로 또 다시 쓰러진 김 목사는 기도의 능력으로 다시 일어서 남은 사역을 소외된 이웃들을 위해 헌신할 것을 다짐하게 된다.

a 김옥환 목사의 든든한 후원자들인 아름다운 교회 교인들.

김옥환 목사의 든든한 후원자들인 아름다운 교회 교인들. ⓒ 정종인

나눔 실천하는 살아 있는 목회자


어려운 시절 자신에게 다가온 고난과 환란의 고통을 잘 알고 있는 김 목사는 그래서 인지 ‘나눔’을 실천하는 데 주저하지 않는다. 부활절 헌금은 북한 어린이들을 돕는 우유 값으로 후원하고 추수감사절 헌금은 이주근로자들을 위해 사용한다.

해마다 추수감사절 주일이면 광주지역 이주 근로자들을 초청해 식사대접은 물론 체육대회를 통해 이들을 위로한다. 성탄절 헌금으로는 주변의 영세민과 소년소녀 가장들과 독거노인 가정을 교인들과 함께 찾아가 김치도 담아주고 쌀아 팔아주는 선행을 실천하고 있다.

지난해 12월에는 어려운 이웃과 벼랑 끝에 선 농촌을 함께 구하는 ‘1석2조’행사를 위해 전남 강진군 도암농협에서 쌀 120부대를 구입했고, 이 쌀을 탈북한 샛터민과 영세민들에게 전하기도 했다.

“더디게 가더라도 이웃과 성도, 더불어 바르게 갑시다”

김 목사가 시무하고 있는 광주 아름다운 교회는 ‘나눔과 비움 그리고 섬김’을 실천하는 작지만 강한 교회다.

아름다운 교회의 담임목사인 김 목사는 "목회는 독주가 아니라 더불어 함께 가는 것이며 바르게 가는 것이다"라는 철학을 가진 행동하는 목회자로 광주지역에서 유명세를 탄 지는 오래다. 이 같은 김 목사의 목회철학은 지역주민들에게 문턱 없이 교회를 개방한 것에서도 쉽게 알 수 있다.

아름다운 교회는 지역 주민들의 생활공간이자 삶에 활력을 주는 장소가 되고 있다. 교회건물 옥상에 마련된 100평 남짓한 체육관과 교회 한 층에 마련된 도서관이 있기 때문이다. 하루 평균 100여 명이 이용하는 체육관과 도서관을 교회가 지역주민들을 위해 무상으로 내놓았고, 주민들은 동호회를 조직해 체육관을 관리하고 있다.

매일 밤 11시까지 개장하고 있는 체육관에는 탁구와 배드민턴 시설이 갖춰져 인근 주민들에게 사랑받는 공간이 되고 있다. 1만여 권의 장서가 비치된 아름다운 도서관에도 주민들의 발걸음이 이어져 북새통을 이루고 있다.

김 목사는 “지금까지 한국 교회가 너무 개인의 구원만을 강조한 탓에 사명을 다하지 못하고 있는 만큼 결국 개인 구원과 사회책임이 함께 가야 한다”고 말했다.

아름다운 교회는 광주광역시 운암3동사무소와 합심해 지역의 영세민 자녀들을 위한 ‘사랑나눔 공부방’도 운영하고 있는 등 ‘빛과 소금’의 역할을 다하고 있어 지역 교계의 사랑을 받고 있다. 현재 10여명의 아이들이 전담 교사의 지도 아래 공부방에 참여하고 있다.

a 교회 행사를 마치고 교인들과 함께한 김옥환 목사.

교회 행사를 마치고 교인들과 함께한 김옥환 목사. ⓒ 정종인

외국인근로자, 장애우들에게 베푼 훈훈한 사랑

수년 동안 치통으로 고생하던 광주장애인자립생활센타 조완익(25)씨는 요즘 음식을 먹을 때면 신바람이 난다. 그동안 어려운 경제적 여건으로 인해 고가의 치아치료를 엄두도 내지 못했지만, 이달 초 광주 아름다운 교회와 라파의료선교단이 실시한 무료치과진료 행사에 참여한 후 고통이 씻은 듯 사라졌기 때문이다.

5·18기념일을 10여일 앞둔 지난 5일 김 목사의 미래 비전이 영글어가고 있는 아름다운 교회에서 아름다운 사랑릴레이가 진행됐다. 5일부터 7일까지 3일간의 일정으로 이 교회에서 열린 ‘라파의료선교단’의 무료치과 의료봉사를 통해 외국인근로자와 장애인들에게 무료 치과치료를 실시해 훈훈함을 더했다.

특히 이번 의료봉사에 나선 ‘사랑의 천사’들인 라파의료선교단(대표 이형순·서울대치과대학외래교수) 35명 의료진의 ‘살신성인’은 외국인근로자들과 장애우들에게 값진 사랑을 전해줬다. 행사가 열린 5일은 아름다운교회가 해마다 펼쳐오고 있는 ‘외국인근로자초청의날’이어서 더욱 의미를 더했다.

이 행사에 참여한 이형순 단장(서울이형순치과의원원장)은 인터뷰를 부담스러워 하면서도 “하나님의 복음을 전하는 의료봉사를 통해 소외된 이웃들에게 삶의 새로운 겨자씨를 심어주기 위해 해마다 봉사활동을 펴오고 있다”며 “나눔을 실천하는 김 목사님에게도 큰 은혜를 받았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행사에 참여해 치과치료를 받은 한 외국인 근로자는 “어려운 이국생활동안 경제적 어려움으로 고통을 감수해 왔었다”며 “고가의 치료비로 인해 엄두도 내지 못했는데 김 목사님과 의료선교단의 은혜로 새로운 인생을 살게 됐다”고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행사를 주관한 아름다운교회 김 목사도 “성도와 일반인을 가리지 않고 최선을 다해 진료를 해 준 모습이 마치 병자들을 대하시던 예수님의 바로 그 모습이었다”며 “열악한 환경 속에서도 사랑을 실천해주신 라파의료선교단의 노고에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현대사의 최대 비극이었던 5·18광주민주화운동의 처절한 고통위에서도 분연히 일어서 소외된 이웃들을 위해 아름다운 목회를 실천하고 있는 김 목사는 이 시대의 진정한 의인(義人)이다.

a 아름다운 교회에서 열린 라파의료선교단의 진료 모습.

아름다운 교회에서 열린 라파의료선교단의 진료 모습. ⓒ 정종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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