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올해엔 서울과 마찬가지로 부산에서도 대부분의 학교가 15일 스승의 날에는 수업을 하지 않고 학교 문을 하루 닫기로 하였다. 어떤 학교에서는 쉽사리 결정을 내리지 못하여 전체 교직원에게 찬반 투표까지 실시하였다.
물론 대부분 교사들은 휴업을 택했다. 스승의 날을 색안경 끼고 보는 사회의 시선을 피하고 싶은 심정이란다. 15일 하루 휴업함으로써 사회적 시선이 교정될 것인가? 스승의 날에 전달할 선물이 14일에 전달되지 않는다는 보장은 있는가?
스승의 날에 수업을 하려해도 이상하고 스승의 날을 하루 쉬려고 해도 이상하다. 이래도 이상하고 저래도 이상하다. 어쩌다가 이 지경이 되었을까.
‘스승은 존경받아야 한다’는 취지를 살리기 위해 스승의 날이 제정되었다. 스승은 존경받아야 한다? 이상한 명제이다. 존경은 '받아야 한다'는 규정이나 명령에 얽매어 우러나는 정서가 아니다.
존경 실시!
네. 존경스럽습니다.
존경 중지!
네. 경멸하겠습니다.
이렇게 군대식으로 된다면 ‘스승의 날’은 가능하다.
교사들은 스승의 날이 생겨난 것을 치욕으로 여겨야 한다. 얼마나 존경을 받지 못했으면 ‘교사들의 날’을 만들었을까?
무슨 날이 생겨나는 것은 중대한 ‘결핍’을 뜻한다. 법을 잘 안 지키니까 ‘법의 날’이 제정되고, 세금을 잘 안내면 ‘세금을 날’을 제정하여 납세의무를 강조한다. 온 강토가 벌거숭이였을 때 우리는 ‘식목일’ 행사를 얼마나 성대하게 치렀던가. 아마도 우리가 쌀밥을 제대로 먹지 못하는 실정이라면 틀림없이 1년에 하루, ‘쌀밥의 날’을 정하여 그날 하루만큼은 쌀밥을 실컷 먹는 풍속이 생겨났을 것이다.
스승의 날은 하루빨리 없애야 한다. 그리고 365일이 스승의 날이 되어야 한다. 물론 이것은 전 교사가 존경받는 풍토가 정착될 때에만 가능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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