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 선거? 몰러 관심없다고"

[선거 새내기 일기 3] 새벽시장은 냉정했다

등록 2006.05.11 19:04수정 2006.05.13 1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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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풍경'이란 말을 지나치게 좋아한다.

'사람과 사람이 만나면 어김없이 하나의 풍경이 만들어 진다.'

고3 때 읽은 <익숙한 그 집앞> 이란 책에 나온 구절이다. 그렇다. 무엇이든지 사람과 사람이 만나면 하나의 풍경이 만들어진다. 요 며칠간 '사람 사는 풍경을 담으면서 선거 취재를 할 수는 없을까'하는 생각을 깊이 했다. 그러던 찰나 저녁식사를 하며 아빠가 해 주신 말 한 마디가 내 귀를 번쩍 뜨이게 했다.

"네가 자고 있을 새벽 5시, 시장에 있는 사람들은 부지런히 하루를 시작한단다. 그 곳에 가면 비로소 사람 사는 게 이런 거구나 하는 걸 느끼게 될 거야."

a 대전 오정동 새벽시장의 활기찬 모습

대전 오정동 새벽시장의 활기찬 모습 ⓒ 송선영

나는 새벽시장 사람들의 풍경을 담으면서 그들이 이번 선거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 취재해야겠다 생각했다. 내가 살고 있는 곳인 옥천의 5일장 풍경을 취재해도 되지만 이왕이면 새벽을 여는 분주한 사람들의 목소리를 담고 싶었다. 그래서 선택한 곳이 대전 오정동 농수산물 시장.

새벽 4시 45분. 일어나자마자 부스스한 상태 그대로 모자만 푹 눌러쓴 채 취재수첩과 디지털 카메라를 챙겨 아빠를 따라 나섰다. 새벽 5시가 조금 지나 도착한 새벽시장. 정말 사람이 사는 곳 같았다. 대형마트 안에서 세일을 외치는 그런 분위기와는 사뭇 다른 왁자지껄함이라고 할까?

취재를 하려고 굳게 마음먹고 나오긴 했지만 막상 무슨 말을 꺼내야 할지 무엇을 물어봐야 할지 너무 난감했다. 할 수 없이 시장을 빙빙 돌면서 최대한 인상좋은 분을 찾아 인터뷰하기로 마음먹었다. 어두컴컴했던 새벽이 아침으로 바뀔 무렵 드디어 한 아주머니께 다가가 여쭤봤다.


"저 죄송한데 하나만 여쭤 봐도 될까요?"
"네, 그러세요."

이 때 까지만 해도 아주머니께서는 웃음띤 얼굴로 대답을 하셨다. 그러나 "이번 5월 31일 지방선거에 대해서 여쭤보려고 하거든요"란 질문과 동시에 아주머니의 얼굴 표정을 굳어지더니 이내 딱 잘라 말씀하셨다. "별로 관심 없어요."

아주머니의 냉랭함에 의기소침해진 나는 다시 시장을 빙빙 돌았다. 이후 만난 할머니 아주머니 들도 다 같은 반응이었다.


"우리 같은 사람들은 몰라, 관심 없어."
"아 관심 없어요."

오정동 농수산물 시장에서 1시간 여 동안 여러 사람들에게 물어봤지만 한 사람도 나의 질문에 응해주는 사람은 없었다. 분주하게 움직이는 사람들로 가득 찬 새벽시장, 시장 사람들의 푸근하고 구수한 입담을 생각했던 나는 생각과는 달리 냉랭하고 무관심한 시장 사람들의 말에 당황하지 않을 수 없었다.

결국 뜨는 아침 해를 보면서 다시 옥천으로 와야 했다. 옥천으로 향하는 아빠의 차 안에서 새벽시장 사람들이 야속하다는 생각도 들었지만 사람들이 정말 정치에 대해 무관심하고 냉랭하다는 것을 확인한 것 같아 씁쓸했다.

왜 새벽시장에서 만난 사람들은 하나같이 "관심없다"고 대답했을까?

a 옥천 5일장

옥천 5일장 ⓒ 송선영

이 물음에 대한 답은 옥천 5일장에서 찾을 수 있었다.

대전보다는 좀 더 정겨운 곳, 나에게는 너무나 익숙한 옥천의 풍경. 새벽시장의 쓰라린 기억을 뒤로 하고 옥천 5일장 풍경을 담기로 했다. 냉랭했던 대전 새벽시장의 풍경과는 달리 옥천 5일장의 풍경은 왁자지껄 하면서도 구수했다. 그리고 모두들 공통적으로 경제가 어렵다고, 서민이 살기 힘들다고 말했다. 새벽시장 사람들이 왜 모두들 시큰둥한 반응을 보였는지 알 수 있었다.

매번 정치인들에게 속으면서도 국민된 사람으로서 투표는 꼭 하겠다는 아주머니 말씀, 정직한 사람들을 뽑고 싶다는 대파 장수 아주머니 말씀. 시장에서 만난 사람들의 바람처럼 이번 선거만큼은 정직한 사람이 선출돼 더 이상 서민이 정치와 정치인들에게 속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

덧붙이는 글 | *<5·31지방선거 대전충청특별판>바로가기→5·31 Ohmynews choice 지방을 바꾸자 세상을 바꾸자!

덧붙이는 글 *<5·31지방선거 대전충청특별판>바로가기→5·31 Ohmynews choice 지방을 바꾸자 세상을 바꾸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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