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래봉 정상은 온통 샛노란 꽃천지

[사진] 지리산 바래봉 정상 샘터 습지에 가득 핀 동의나물꽃

등록 2006.05.18 10:56수정 2006.05.18 13: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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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 앞엔 노란 동의나물꽃이 가득하고, 가운데엔 피어나는 새잎들의 연한 녹색, 그리고 저 멀리 곧 피어 오를 붉은 철쭉의 물결
맨 앞엔 노란 동의나물꽃이 가득하고, 가운데엔 피어나는 새잎들의 연한 녹색, 그리고 저 멀리 곧 피어 오를 붉은 철쭉의 물결서종규
우리들은 오전 10시 정령치에서 출발하여 9.4㎞를 걸어서 오후 3시 지리산 바래봉 아래 샘터에 도착했습니다. 모두 피곤한 몸으로 배낭을 내려놓고 샘터로 다가갔습니다. 산에서 만난 샘물이란 생명수입니다. 모두 한 모금씩 마시자 금방이라도 솟아난 듯 얼굴에 생기가 돕니다.

기진맥진한 몸을 한 모금의 샘물로 달래놓고 사방을 바라보니 샘물이 흐르는 아래 계곡에 노랑의 세계가 펼쳐져 있습니다. 세상에 그렇게 잘 가꾸어진 정원이 있을까할 정도로 군데군데 노랑꽃들이 가득했습니다. 우리들은 감탄을 하며 다가갔습니다.


모두 난리입니다. 무슨 꽃인지 서로 물어보는데 시원한 대답이 없습니다. 어떤 사람은 피나물이라고 하는 사람도 있고, 어떤 사람은 양지꽃이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또 노랑꽃을 보니 신나물이라는 사람도 있었습니다.

아무도 결론을 내지 못하였습니다. 가까이 다가가 연신 카메라 셔터를 눌러대는 사람들이 있었습니다. 요즈음 우리 산행팀 중에서 우리나라 야생화에 관심이 많은 사람 몇 명이 생겼습니다. 그래서 그들은 야생화 박사로 통하기도 합니다. 그런데 그들도 무슨 꽃인지 몰랐으니 얼마나 신기하였겠습니까?

동의나물 잎은 뿌리에서 올라와서 옹기종기 모여 자라고 있습니다.
동의나물 잎은 뿌리에서 올라와서 옹기종기 모여 자라고 있습니다.서종규
일행 중 최재원씨는 우리에게 또 다른 곳을 안내했습니다. 샘터 조금 옆에 더 넓은 군락지가 있다는 것입니다. 배낭을 내려놓고 카메라만 들고 달려갔습니다. 세상에 바래봉(1167m) 아래 1100m 정도의 능선에 노랗게 펼쳐진 꽃들의 장관이란 대단히 이색적인 광경이었습니다.

우리가 다가갔을 때에 꽃들은 출렁거리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발길을 들여놓을 수가 없었습니다. 바로 노랑꽃이 피어 있는 곳이 습지였습니다. 발이 푹 빠지고 물이 흥건하게 고여 있었습니다. 바래봉 아래 1100m 고지에 습지가 있다니. 그 습지에 노랑꽃이 가득 피어 있다니.

그런데 이 곳 넓은 지역에 습지가 펼쳐져 있고, 노랑꽃이 가득 피어 있는데, 습지에 대한 안내도 없고 더구나 노랑꽃에 대한 안내도 전혀 없었습니다. 그렇지만 노랗게 핀 꽃이 신기하여 들여다보며, 무슨 꽃인지 몰라 궁금해 하는 사람들의 표정이 너무 진지했습니다. 최재원씨가 다시 말을 이었습니다.


동의나물은 꽃잎은 없고, 꽃받침과 꽃술만 갖고 있습니다. 꽃받침이 꽃잎처럼 보이는 것뿐이죠.
동의나물은 꽃잎은 없고, 꽃받침과 꽃술만 갖고 있습니다. 꽃받침이 꽃잎처럼 보이는 것뿐이죠.서종규
“자, 보세요. 노랑꽃이 가득 피어 있죠? 지금 저 바래봉의 능선에 철쭉꽃이 피지 않아서 그런데, 저 능선에 붉은 철쭉이 가득 피었을 때에는 아주 이색적인 광경이 펼쳐지죠. <오마이뉴스> 서 기자님, 카메라를 줌으로 당겨서 가장 낮게 찍어 보세요. 맨 앞엔 노랑꽃이 가득하고, 가운데엔 피어나는 새잎들의 연한 녹색, 그리고 저 멀리 붉은 철쭉의 물결, 이 세 색깔의 띠가 조화를 이루는 이색적인 광경을요.”

원래 바래봉 능선은 철쭉으로 유명합니다. 그런데 바래봉 정상 부근에는 나무가 없고 풀들만 자라고 있었는데, 이제 막 새잎들이 솟아나고 있어서 연한 녹색의 융단이 깔리고 있었습니다. 스님들의 밥그릇인 바리때를 엎어놓은 모습과 닮았다하여 바래봉이라고 붙여졌다고 하는데, 역시 둥그스름하고 순한 느낌을 가져다주는 봉우리였습니다.


산을 좋아하는 ‘풀꽃카페 토요산행’팀 33명이 5월 13일(토) 아침에 지리산 정령치를 출발하여 오후 3시에 도착한 곳이 바래봉입니다. 꽃망울만 초롱초롱한 철쭉은 다음 주에나 활짝 피어날 것 같습니다. 그래서 더욱 아쉬운 산행이었는데, 뜻밖에 만난 노랑꽃은 큰 즐거움으로 다가왔습니다.

동의나물은 봄철 습지에서 그리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는 야생화입니다.
동의나물은 봄철 습지에서 그리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는 야생화입니다.서종규
밤늦게 집에 도착하여 꽃과 나무를 좋아하는 친구 정숙에게 도움을 요청했습니다. 노랑꽃 사진을 메일로 보내어 꽃의 종류를 알아 달라는 것이었습니다. 동의나물이랍니다. 아, 순간 머릿속을 번개같이 스치는 노랑꽃의 정체.

작년 5월말과 6월초에 지리산 철쭉을 찾아서 세석평전을 두 번이나 올랐답니다. 그 연한 분홍빛 철쭉의 장관을 만끽하면서 촛대봉 오르는 길, 그 길옆에 습지가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 습지의 안내판에 그려진 동의나물이 흥건하게 고인 물가에 노랗게 피어 있었지요.

맞아요. 동의나물이지요. 이제야 기억이 났습니다. 바래봉 아래 샘터에서 노랑꽃을 보고 서로 무슨 꽃일까 궁금해 하던 그 때 생각이 났다면 하는 아쉬움, 그렇지만 그렇게 많이 핀 동의나물이 더욱 새롭게 다가왔습니다.

노랗게 핀 꽃이 신기하여 들여다 보며, 무슨 꽃인지 몰라 궁금해하는 사람들의 표정이 너무 진지했습니다.
노랗게 핀 꽃이 신기하여 들여다 보며, 무슨 꽃인지 몰라 궁금해하는 사람들의 표정이 너무 진지했습니다.서종규
‘동의나물’이라고 이름 붙여진 유래가 재미있습니다. 심장모양의 잎을 오므리면 물동이처럼 물을 길을 수 있는 동이 모양이 되어 ‘동이나물’이라고 하다가 ‘동의나물’이 되었답니다. 또 다른 이야기로는 독성이 들어 있는 나물이기에 ‘독의나물’이라고 하다가 세월이 흐르고 흘러서 ‘동의나물’로 부르게 되었답니다.

같이 산행한 일행 중 야생화 박사로 통하는 임동후씨도 ‘풀꽃카페’에 동의나물에 관한 설명을 올려놓았습니다. 풀꽃카페 회원들이 꽃과 나무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많아서 내가 우리 꽃에 대한 관심을 더 갖는지 모르겠습니다.

동의나물은 봄철 습지에서 그리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는 야생화입니다. 동의나물 꽃의 노란빛은 그야말로 노란색입니다. 동의나물은 꽃잎은 없고, 꽃받침과 꽃술만 갖고 있습니다. 꽃받침이 꽃잎처럼 보이는 것뿐이죠.

잎은 뿌리에서 올라와서 옹기종기 모여 자라고 있습니다. 넓적한 잎 모양이 참 시원해 보이죠? 큰 것은 지름이 20㎝나 된다고 하네요. 잎 가장자리에는 톱니가 있고 그 넓은 잎을 주체 못해 겉은 물결모양으로 주름이 잡히기도 합니다. 입금화 라고 불리기도 한다는군요(임동후씨가 설명해주었습니다).

이 곳 넓은 지역에 습지가 펼쳐져 있고 노랑꽃이 가득 피어 있는데, 습지에 대한 안내도 없고 더구나 노랑꽃에 대한 안내도 전혀 없었습니다.
이 곳 넓은 지역에 습지가 펼쳐져 있고 노랑꽃이 가득 피어 있는데, 습지에 대한 안내도 없고 더구나 노랑꽃에 대한 안내도 전혀 없었습니다.서종규
바래봉 능선을 따라 철쭉군락지가 있는 팔랑치가 다음 주에는 붉은 철쭉의 물결로 출렁거릴 것입니다. 그 진홍빛 철쭉의 황홀한 모습은 보지 못했지만, 바래봉 아래 샘터 근방 습지에 자생하고 있는 동의나물의 노랑물결은 새로운 즐거움으로 기억 속에 남았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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