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부동산 거품 붕괴론'
맞아떨어지길 기원하지만...

[김종배의 뉴스가이드] 경고음 '톤'만 올릴 때인가

등록 2006.05.18 11:19수정 2006.05.18 1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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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재건축으로 조합원 등 입주자들이 막대한 시세차익을 본 서울 강남구 도곡동 렉슬아파트. 과연 거품은 빠질까.

재건축으로 조합원 등 입주자들이 막대한 시세차익을 본 서울 강남구 도곡동 렉슬아파트. 과연 거품은 빠질까. ⓒ 오마이뉴스 남소연

부동산 거품 논쟁을 가장 가슴 졸이며 지켜보는 사람은 누굴까? 서민이다. 고래 싸움이 붙으면 등 터지는 건 새우다.

정부의 '거품 붕괴론'에 시비를 걸지는 말자. 맞아떨어지기를 기원하며 고사라도 지내고 싶은 사람이 적잖다.

그렇다고 치자. 정부의 예상대로 부동산 가격이 20~30% 하락해 10·29대책 이전 수준으로 돌아갈 것이라고 치자. 그럼 모든 게 해결되는 걸까?

상당수 부동산 전문가와 언론은 정부의 '거품 붕괴론'을 고도의 심리전으로 해석하고 있다. 3·30대책이 시장에서 안 먹힐지도 모른다는 불안감 때문에 정책 개입에 이어 구두 개입에 나섰다는 분석이다. 집권 말기로 접어드는 정부의 정책 집행력을 과소평가하는 시장 분위기를 제압하려 한다는 해석도 있다.

있을 수 있는 일이다. 심리전을 백안시할 이유는 없다. 경제는 심리라고 하지 않던가. 하지만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자칫하다간 그 그늘이 암흑이 될 수도 있다.

정부가 겨냥하는 곳은 이른바 '버블 세븐' 지역이다. 거품이 잔뜩 끼었다고 분석하는 지역도 이곳이고, 거품이 빠질 것이라고 예견하는 지역도 이곳이다. 정부의 보유·양도세 강화책이 직격탄이 될 곳도 이곳이라고 한다. 주택담보대출 요건 강화와 금리 인상의 여파를 타는 곳도 은행 대출로 투기를 일삼은 이곳이라고 한다.

정말 그럴까? 집중 점검해야 할 문제는 바로 이것이다.


거품 붕괴... 서민들의 경우

추병직 건설교통부 장관은 거품 붕괴가 이미 시작됐다면서 서울 변두리와 지방을 그 발원지로 지목했다. 이게 무슨 뜻인가? 고래는 아직 몸도 풀지 않았는데 새우는 벌써 어퍼컷을 얻어맞고 휘청거리고 있다는 얘기다.


그럴 수밖에 없다. 천정부지로 뛰는 집값에 내 집 마련의 꿈이 날아갈까 노심초사하다가 울며겨자먹기로 집을 산 서민이 적잖다. 전세보증금에 은행 대출을 얹어 겨우겨우 집 한 채 장만하고 이자 갚기에 헉헉 거리는 서민 말이다.

정부의 거품 붕괴론은 이런 서민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까? 자칫하다간 내 집이 '깡통 주택'이 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이 커지면 집은 감옥이 되고 탈출 욕구는 배가된다. 평생 땀 흘려 번 돈이 '3분의 2 토막' 날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는 순간 재산 보전 심리는 최고조로 올라간다.

그 다음 나타날 현상은 불을 보듯 뻔하다. '버블 세븐' 지역의 고급 아파트가 아니라 서민 주택부터 가격이 빠질 가능성이 농후하다.

그래도 괜찮다. 정부의 예견과 의도대로 이 지역의 가격이 빠지고 그 여파가 다른 곳에 미친다면 손에 쥐는 돈이 줄더라도 부동산 구입 가치는 보전된다.

하지만 그렇지 않다면? 버블 세븐 지역의 다주택자가 버티기로 일관하다가 정부와의 심리 싸움에서 승리한다면? 그래서 부동산 거품이 굳어버린다면?

이게 극단적인 경우라면 이렇게 돌려서 얘기하자. 강북의 서민주택은 경착륙하는 반면 버블 세븐 지역의 고급아파트는 연착륙한다면?

실제로 서울 강남에선 매물도 없고 호가도 내리지 않는 현상이 계속되고 있다고 한다. 이 지역의 다주택자들이 풍부한 실탄을 장전해놓고 수성에 나섰다는 방증이다. 이 곳의 지금 시황은 보합세다.

어떤 경우라도 중상을 입는 건 서민이다. 어떻게 할 것인가?

김용민 재경부 세제실장은 "집값이 꼭지점에 와 있으니까 국민들은 대비해야 한다"고 했다. 정문수 청와대 경제보좌관은 "이제 부동산 거품을 걱정할 때가 됐다"고 했다.

정말 걱정하고 대비하고 싶다. 하지만 뾰족한 방법이 없다. 주택담보대출을 줄이고 싶어도 상환 능력이 없다. 집을 팔고 속 편하게 전세로 옮기고 싶어도 거래가 잘 안 된다.

대책없이 경고음만 울리는 정부

그 뿐이 아니다. 다주택자들이 세 부담을 줄이기 위해 버블 세븐 지역이 아니라 강북의 소형 주택을 내다 팔아 가격도 내리고 있다. 옴짝달싹할 여지가 거의 없다.

반면에 버블 세븐 지역의 다주택자들은 여유 주택 임대보증금이나 월세를 올리면서 세금 부담을 피해가고 있고, 종부세 징수와 양도세 중과에 대비해 강북의 여유 주택을 처분하고 있다.

걱정하면서 대비하는 사람들은 서민이 아니라 다주택자다. 그리고 이들의 대비책은 버블 세븐 지역 방어에 맞춰져 있다. 상황이 이렇게 전개된다면 버블 세븐 지역은 굳건하고 기타 지역은 붕괴하는 일이 발생할 수도 있다.

"대비하라"고 한마디 던진다고 해서 일이 해결되는 게 아니다. 버블 세븐 지역과 기타 지역을 나눠 방책과 비전을 제시하던지, 안심을 시키던지 해야 한다. 하지만 정부는 계속 경고음 '톤'만 올리고 있다. 덕분에 서민들 간은 쪼그라들고, 주변을 살피느라 눈엔 핏발이 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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