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쁜포장 '여성공약' 뜯어보니'공갈포'

5·31 지방선거를 겨냥해 각 정당과 후보자 캠프에서 유권자들의 표심을 잡기 위한 선심성 '헛공약'들을 봇물처럼 쏟아내고 있다. 여성 시민단체들은 헛공약을 가려내는 참공약 운동, 매니페스토 운동을 제안하고, 이를 통해 후보자를 검증하자는 유권자 운동을 전개하고 있다. 한국여성개발원과 공동으로 각 정당을 비롯, 16개 시·도 광역단체장 후보들의 여성공약을 2회에 걸쳐 분석 보도한다. <편집자주>

5·31 지방선거를 겨냥해 여야 각 정당들이 여성 유권자를 의식한 여성공약을 앞 다퉈 내놓고 있다. 하지만 여성공약 대부분이 과거 공약 베끼기인데다 실현 가능성이 불투명한 선심성 공약이라는 비판이 지배적이다.

대부분의 공약들이 재원 확보나 추진 일정 면에서 실현 불가능하거나 지속성이 불투명하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변화순 여성개발원 선임연구원은 "각 정당의 여성공약은 백화점식 나열과 실체 없는 담론이 주를 이루고 있어 실천 의지가 의심스럽다"고 지적했다.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의 공약만 비교해보더라도 자기 색깔이 없고, 서로 베낀 듯 판박이에 가까워 빈축을 사고 있다. 분야별로 꼼꼼히 살펴보면 두 당의 공약은 표현의 차이만 있을 뿐, 내용에선 거의 다른 점이 없다.

'한부모가족 생활안정 지원확대(우)'와 '한부모가족에 대한 사회적 지원강화(한)', '일과 가정 양립(우)'과 '일과 가정의 양립이 가능한 가족친화적 근로환경 확립(한)', '여성 일자리 확대(우)'와 '여성의 취업시장 확대(한)' 등이 대표적인 예다.

▲ 열린우리당 집권당치곤 함량미달= 열린우리당이 여성공약에서 가장 강조하는 부분은 '행복한 가족 만들기'다. 하지만 한부모가족, 국제결혼가족 등 소외된 가족 형태에 대한 지원만을 나열하고 있을 뿐, 가족정책 전체를 아우르는 거시적인 안목이 부족하다는 평가다.

게다가 일과 가정 양립과 가정폭력 예방에 관한 공약에서는 보육재정 확충과 서비스 수준 향상, 여성폭력 근절 등 담론에 그쳤고, 구체적인 로드맵은 제시하지 않고 있다.

전문가들은 집권 여당의 공약치고는 너무 허술해 마치 모래 위에 쌓은 집 같다며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 한나라당, 엄청난 재원 소요 공약 '감세'와 모순= 한나라당이 내놓은 공약은 영유아를 양육하는 조부모에게 육아수당 지급, 방과 후 교육시스템 마련, 개방형 육아지원센터 설립 등 막대한 재원이 소요되는 것들이 대부분이다.

하지만 한나라당은 지난해 2006년도 정부 예산안을 감축하는 데 앞장섰고, 10대 감세안을 발표하는 등 모순된 태도를 보이고 있다는 눈총을 받고 있다.

심지어 실효성을 고려하지 않은 공약도 있다. 여성폭력 근절과 치안 유지 측면에서 제안한 '휴대폰을 통한 긴급구호시스템 확보' 방안은 한나라당이 다른 당과 차별화를 꾀한 야심찬 공약. 하지만 휴대폰 위치추적은 개인의 프라이버시 침해는 물론, 사건 예방이 아니라 사건 발생 후 뒤늦은 처방이 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어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논란이 일고 있다.

또 양성평등 실현 분야에서 '여성에게 국방의 기회를 전면 확대하겠다'는 공약은 '여성도 군대 가야 한다'는 국방 의무론에서 나온 후속 공약이다. 여성계에선 "여성이 군대에 가야만 과연 양성평등이 실현되는 것인지 의문스럽다"는 반응이다.

▲ 민주노동당, 구체적이지만 실현가능성은 미지수= 민주노동당은 열린우리당, 한나라당보다 공약 내용이 좀 더 구체적이기는 하지만, 실현가능성 면에서 뒤떨어진다는 평가다.

공공 보육시설 2배 확충, 어려운 가정을 찾아가는 보육 서비스, 저소득층 여성에게 공공 산후조리원 제공, 계약준수제 실시로 여성노동자 차별 철폐 등의 공약이 대표적이다.

변화순 연구원은 "각 정당의 여성공약을 스마트(SMART)조건, 즉 구체성, 측정가능성, 달성가능성, 타당성, 기한명시 등에 따라 꼼꼼하게 검증해 헛공약을 가려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당의 정체성에 맞는 공약인지, 각 당이 가장 강조하는 핵심 공약이 무엇인지도 따져보아야 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