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장] 국립공원 입장료 폐지 아직은 때가 아니다

등록 2006.05.23 19:30수정 2006.05.23 1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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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 우리의 미래” 국립공원관리공단의 슬로건이다. 국립공원은 국가적으로 보전할만한 가치가 있는 자연을 비롯한 자연생태계와 문화자원에 있어 지속가능한 이용을 도모하는 곳으로, 미래의 희망이며 미래세대를 위해 온전히 물려줘야 할 소중한 우리의 자원이기도 하다.

현 세대와 미래세대가 함께 누리고 보전해야 할 이 땅의 국립공원이 입장료 문제로 잡음이 끊이질 않고 있다. 더군다나 며칠 남지 않은 5. 31일 지방선거를 앞두고 국립공원 입장료를 폐지하자는 내용의 자연공원법 개정안이 거세게 일고 있는 듯하다. 하지만 그 속내를 좀 더 깊이 들여다보면 국립공원의 입장료 징수만의 문제라기보다는 사찰문화재 관람료와 국립공원입장료의 합동징수에 따른 민원발생의 문제가 아닐까 생각된다.

지금 시점에서 우선시 되어야 할 문제는 국립공원의 입장료 폐지가 아닌 사찰문화재 관람료와의 분리징수라고 생각한다. 다 아는 바이겠지만 사찰문화재관람료의 부당성은 그동안 여러 차례 제기되어 왔음에도 불구하고 현재까지도 국립공원입장료와 합동 징수되고 있다. 이제 이쯤 되면 국민의 목소리에 귀 기울일 때가 된 듯하다.

하지만 국립공원입장료 폐지는 아직은 시기상조라는 생각이 든다. 국립공원 입장료 폐지를 주장하는 이들의 말을 들어보면 국립공원의 입장료가 비싸다는 점과 OECD가입국 중 국립공원 입장료를 받는 나라가 없다는 점, 국민의 삶의 질 향상 차원에서 탐방과 활용을 적극 장려해야 한다는 점 등을 이유로 들고 있다.

그러나 잘 생각해보자! 국립공원의 입장료가 정말 비싼가? 최근 주5일근무제가 시행되고 참살이의 중요성이 그 어느 때보다 높아지면서 국립공원의 소중함이 점점 높아지고 있다. 요즘은 쉴만한 곳, 놀만한 곳 그 어디를 가도 1600원이라는 액수의 입장료를 징수하는 곳이 그리 많치 않다.

휴양림을 비롯해 도립공원, 드라마세트장 등 그 어느 곳과 비교를 해보더라도 국립공원 입장료만큼 싼 곳이 많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을 것이다. 또한 다른 나라의 국립공원은 입장료 징수 없이 편의시설 중심의 이용료를 징수하고 있다고 하는데, 이는 단순히 입장료만 없을 뿐이지 그 곳을 적극적으로 이용하고자 한다면 당연히 물어야할 또 다른 요금이 기다리고 있음을 의미한다.

마지막으로 국민의 삶의 질 향상을 위한 탐방과 활용의 적극 장려부분을 생각하기 위해서 선행되어야 할 것이 있다. 과연 우리나라 국민들의 국립공원의 이용에 대한 의식수준은 선진국민의 의식수준과 같다고 할 수 있는가 하는 문제이다.


예전보다 자연 보호에 대한 의식수준이 많이 나아졌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국립공원은 몰래 야간산행을 하는 등산객, 함부로 쓰레기를 버리고, 취사행위를 하며 각종 무속행위 등으로 몸살을 앓고 있는 것 또한 사실이다. 어디 그뿐인가? 국립공원의 연간 예산의 30%이상을 차지하는 입장료 수입금을 국가가 부담하게 됨으로써 생겨나는 국고손실액은 과연 어디에서 충당되어야 할까? 다름 아닌 국민의 세금에서 나와야 하는 것이 현실인 것이다.

입장료 폐지가 우선이 아니다. 입장료 폐지에 앞서 국립공원을 올바로 이해하고 이로 인해 올바른 탐방문화 정착을 위해 노력해 나가는 것이 우선이 아닐까? 또한 탐방과 활용을 적극 장려하는 일방적인 수요자 중심의 국립공원정책 시행은 사전에 탐방객의 이용행태 조사(이용객수, 탐방객이 많이 찾는 곳, 사고다발지역 등)를 비롯해 국립공원관리공단 조직 내의 직제 개편을 통해 공원관리업무에 대한 적절한 분업화와 전문성을 높여 나간 후 고민해 봐야 할 문제라고 생각한다.


우리나라 자연, 문화자원의 마지막 보루인 국립공원. 선진 공원관리 정책 수립과 실행을 위한 국립공원관리공단의 노력과 선진탐방문화 정착을 위한 국민들의 의식수준이 깨어난 후 입장료를 폐지해도 늦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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