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별난' 방식으로 운영되는 공원에 가다

[서울 생태마실②] 서울의 생태학습 명소, 길동자연생태공원

등록 2006.05.25 14:43수정 2006.05.25 15: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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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길동자연생태공원 입구

길동자연생태공원 입구 ⓒ 박정민

서울에는 아주 까다로운 공원이 하나 있다. 아무 생각 없이 그냥 갔다가는 입장도 못하고 발길을 돌려야 한다. 반드시 인터넷으로 예약을 해야 하지만, 그나마 하루 200명으로 입장인원을 제한하고 있기 때문에 여간 경쟁이 치열한 것이 아니다. 어렵사리 예약을 마치고 찾아가도 애완동물을 데리고 들어가거나 자전거, 인라인 등을 타서는 안 된다. 심지어 공원 안에서 물을 제외한 음식을 먹어서도 안 된다.

길동자연생태공원은 그런 곳이다. 일반 공원이야 말할 것도 없고 여느 생태공원들과도 다르다. 어디까지나 동식물을 위한 최소서식공간(비오톱) 제공과 탐방객들의 생태학습을 주목적으로 운영되는 곳이다. 놀고 쉬기 위한 공원이 아니라 공부하러 가는 공원인 것이다(단, 안내자를 따라다니지 않고 '자습'을 할 수는 있으며 사진촬영의 제약도 없다).


a 습지지구의 목재 관찰데크

습지지구의 목재 관찰데크 ⓒ 박정민

유별난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는 것은 이곳이 원래부터 그런 용도로 조성된 탓이다. 서울의 거의 동쪽 끝, 한적한 변두리 논밭이던 곳을 비오톱 및 생태학습장으로 꾸미기 위해 서울시가 1997년 6월부터 1년 반에 걸쳐 조성한 끝에 1999년 5월 20일에 개원했다. 갖가지 제약이 불만인 이들도 있는 모양이다. 홈페이지에 가보면 노골적인 불평을 남겨놓은 흔적들이 게시판 이곳저곳에 삭제도 안 된 채 남아있다.

하지만 속 좁게 생각할 일은 아니다. 이곳은 난개발에 의해 벼랑 끝까지 몰린 서울 생물민들의 비좁은 피난처이자 1년 내내 갖가지 생태교육 프로그램이 진행되는 자연학교다. 당장 내가 불편하다는 생각보다는 서울에도 이런 곳이 있다는 사실을 외국인들에게 자랑하고 싶은 마음을 앞세워보면 어떨까.

▲ 위치: 강동구 길동 3번지
▲ 면적: 24000여평
▲ 시설: 총 5개 지구(광장지구, 습지지구, 저수지지구, 산림지구, 초지지구)로 나뉘어있으며 조류관찰대, 반딧불이 관찰장, 길 건너편에 위치한 생태문화센터 등의 시설이 있다.
▲ 교통: 5호선 강동역 4번 출구로 나오면 버스정류장이 있다. '생태공원' 정류장에 서는 여러 노선의 버스 중 하나를 타고 하남시 방향으로 10분 정도 가서 내리면 된다.
▲ 이용: 공원 홈페이지 http://parks.seoul.go.kr/kildong 를 통해 방문날짜, 시간, 인원을 사전예약 해야 한다. 화요일은 휴장.


a 저수지지구의 양쪽으로 설치되어있는 조류관찰대. 물새들은 사람을 상당히 꺼리기 때문에 이와 같은 시설은 새에게도, 관찰하고자 하는 사람에게도 도움이 된다.

저수지지구의 양쪽으로 설치되어있는 조류관찰대. 물새들은 사람을 상당히 꺼리기 때문에 이와 같은 시설은 새에게도, 관찰하고자 하는 사람에게도 도움이 된다. ⓒ 박정민

a 쇠딱다구리. 한국의 딱다구리 중 가장 작아서 몸길이가 15cm 남짓밖에 안 된다.

쇠딱다구리. 한국의 딱다구리 중 가장 작아서 몸길이가 15cm 남짓밖에 안 된다. ⓒ 박정민

과연 목적에 걸맞게 길동자연생태공원은 서울의 여러 비슷한 시설 중 가장 다양하고 활발한 교육프로그램이 진행되는 곳이다. 3~5월만 해도 생태학교 6종, 관찰 및 체험교실 6종, 강좌 5종이 마련되어있다. 생태학습이라고 하면 얼핏 아이들을 위한 것만 생각하기 쉽지만 주부생태학교, 야생화 기르기, 농사체험, 천연비누 만들기 등 성인을 위한 프로그램도 다양하다.

이러한 과정 전반에 걸쳐 시민참여가 제도화되어있다는 점도 특징 중의 하나다. 탐방객들에게 자연해설을 해주고 공원 내 생태모니터링을 진행하는 '길동지기'는 다름 아닌 인근 주민들이다. 11주간의 교육을 거쳐 자원봉사자로 활동하게 되는데, 홈페이지에는 1999년 이후 배출된 자랑스러운 44명의 이름이 게시되어있다.


a 안내자의 인솔에 따라 생태학습을 하고 있는 아이와 어머니들

안내자의 인솔에 따라 생태학습을 하고 있는 아이와 어머니들 ⓒ 박정민

a 공원 맨안쪽에 위치한 반딧불이 관찰장. 비닐하우스 안에서 반딧불이를 직접 길러 탐방객들이 관찰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지금은 애벌레 상태이며, 6월이라야 성충이 된다.

공원 맨안쪽에 위치한 반딧불이 관찰장. 비닐하우스 안에서 반딧불이를 직접 길러 탐방객들이 관찰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지금은 애벌레 상태이며, 6월이라야 성충이 된다. ⓒ 박정민

작은 규모임에도 이곳이 알찬 생태학습장 구실을 할 수 있는 것은 공간을 잘 활용해 다양한 서식환경을 조성해놓았기 때문이다. 얕은 물이 고인 습지, 깊은 물이 있는 저수지, 울창한 산림, 시골풍경의 초지가 구역별로 다양하게 마련되어있으니 찾아드는 동식물 또한 다양할 수밖에 없다.

백로가 노니는 것을 구경하다보면 저 뒤에서 꾀꼬리가 지저귀는 식인데, 실제로 기자도 공원 내에서 하루만에 15가지가 넘는 새들을 발견할 수 있었다. 관찰을 하다 보면 마치 테마파크의 미니어처 단지에 온 것 같은 기분이 드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갖가지 야생화와 나무, 농작물과 곤충이야 기본이다.


a 초지지구에는 시골 분위기를 위해 초가집도 몇 채 엮어놓았다.

초지지구에는 시골 분위기를 위해 초가집도 몇 채 엮어놓았다. ⓒ 박정민

시절은 5월, 어느 때보다도 생태관찰을 나서기 좋은 계절이다. 자원봉사 선생님의 해설과 함께 돌아봐도 좋고, 카메라와 도감을 들고 스스로 관찰에 나서보는 것도 좋다. 한창 세상살이를 배우고 있는 곤줄박이, 오목눈이 어린 새들로부터 오히려 관찰을 당하는 것 또한 좋다. 다만 한 가지, 안 그래도 예약하기 어려운데 기사 때문에 더 힘들어졌다는 타박을 받을까 걱정이 될 따름이다.

a 저수지지구의 원앙 한 쌍. 천연기념물 제327호.

저수지지구의 원앙 한 쌍. 천연기념물 제327호. ⓒ 박정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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