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31 이후 정국 시나리오 '작은 그림'과 '큰 그림'

[정치 톺아보기 132] 민주당 통합론과 '제3후보론'

등록 2006.05.27 09:33수정 2006.05.30 2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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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동영 열린우리당 의장은 25일 긴급비상총회를 열고 `싹쓸이를 막아달라`고 호소한데 이어, 명동에서 유세를 갖고 지지를 당부했다. 유세를 마친 정동영 의장이 허리숙여 인사하고 있다. ⓒ 오마이뉴스 이종호

선거에서 다른 당의 '싹쓸이'를 막아달라고 호소하는 정당에게는 미래가 없다.

그것은 '차선'을 뽑는 선거가 아니라 '차악'을 막아달라는 네거티브 전략이다. 무슨 명분으로 '선량'(選良)을 막는다는 말인가. '축제'가 되어야 할 선거에서 '싹쓸이를 막아달라'는 리본은 한편의 블랙 코메디이다.

야당이 그렇게 호소한다면 또 모르지만 집권여당이, 그것도 총선이 아닌 지방선거에서 야당의 싹쓸이를 막아달라고 호소한 선거는 대한민국 헌정사상 전례가 없던 일이다. 헌정상의 '3권 분립'과는 거리가 먼 지방자치단체 선거에서 그런 감성적인 호소가 유권자에게 먹혀들지 의문이다.

설령 먹혀든들 그 효과가 얼마나 있을지도 미지수다. 선거에서는 1등만 있지 2등은 의미가 없기 때문이다. 각 지역별로 여야의 정당 지지도가 1.5∼2.5배쯤 차이가 벌어지는 현재의 상황에서 여당이 기대하는 '일말의 동정표'는 판세를 뒤집기에는 힘이 부족하다.

사실상 선거는 이미 끝난 것이나 다름없다. 현재 각종 여론조사를 종합하면 한나라당은 16개 광역단체장 중에서 12~13석을 확보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나라당은 김대중 정부 시절의 2002년 지방선거에서 11석을 확보했다. 이번에는 한나라당이 광역단체장뿐만 아니라 호남을 제외한 전 지역에서 기초단체장과 지방의원까지 장악하는 그야말로 '5·31 대첩'이 예상된다.

그래서 정치권의 관심은 이미 5·31 '이후'로 향하고 있다. 5·31 이후 시나리오는 다양하다. 5·31 이후 전개될 정국 시나리오는 '큰 그림'과 '작은 그림'으로 나뉜다.

[작은 그림] 열린우리당 지도부 총사퇴... 새 지도부는 누구로?

우선 '작은 그림'은 6월의 첫날부터 제기될 열린우리당의 '선거패배 책임론'이 어떻게 전개될 지에 달려 있다. 이번 선거에서도 여당은 '지도부 일괄사퇴 및 재신임 절차'의 전철을 밟을 것으로 보인다.

정동영 열린우리당 의장은 지난 2월 전당대회에서 '위기돌파 - 지방선거 필승카드 정동영'이라는 구호를 내걸고 당의장에 선출되었다. '위기돌파'에 실패한 그의 사퇴는 기정 사실로 간주된다.

문제는 다음 당권을 누가 맡느냐이다. 당초 정치권에선 열린우리당의 패배를 전제로 지난 당의장 선거에서 2위를 한 김근태 최고위원이 '순번'에 따라 '구원투수' 역할을 맡게 될 것으로 예상했다. 그런데 패배의 규모가 예상보다 커짐에 따라 순번에 따라 '3번까지 시드' 배정이 된 '투수진'(최고위원진) 전체가 물러날 판이다.

문제는 지도부 총사퇴의 공백을 현재의 열린우리당이 메울 수 있느냐 하는 점이다. 그래서 현실적으로 지도부 사퇴 이후 이를 대체할 수 있는 인물을 찾기 힘들다는 점에서 열린우리당 중진급 의원들 사이에서는 한시적으로 '지도부 사퇴 불가론'도 형성되고 있다.

4석이 걸린 국회의원 재보궐 선거전(7월 23일)을 누가 지휘하느냐도 문제다.

일단 7·23 국회의원 재보선에서는 '서울 성북을'이 시험대가 될 것 같다. 재보선 지역은 ▲서울 성북을(신계륜) ▲송파갑(맹형규) ▲경기 부천 소사(김문수) ▲경남 마산갑(김정부)의 4곳이다. '서울 성북을'을 제외한 3곳은 한나라당 의원들(괄호안)이 당선되었다가 지방선거 출마 혹은 선거법 위반으로 궐석이 된 경우이다.

유일한 강북권인 '성북을'은 전통적으로 민주당과 열린우리당이 강세를 보여 온 지역인 데다가 조직기반이 탄탄한 신계륜 전 의원에 대한 '동정표'가 많다. 그래서 정동영 의장이 5·31 참패의 책임을 지고 '결단'의 차원에서 이 곳에서 전격적으로 출마할 가능성이 있다.

현재의 지도부가 총사퇴하든 하지 않든간에 열린우리당은 다시 '당·청관계 재정립'과 '민주당 통합론' 그리고 '정체성 논란' 등 다양한 논의가 산발적으로 이뤄지면서 극심한 내홍에 시달릴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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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우리당은 25일 의원주요당직자 비상 총회를 갖고 `지방선거에서 야당의 싹쓸이를 막아달라`는 대국민 호소문을 채택했다. 정동영 의장과 김한길 원내대표등이 고개숙여 인사하고 있다. ⓒ 오마이뉴스 이종호

[큰 그림] 노 대통령과 열린우리당의 선택은?

5·31 이후에 그려질 '작은 그림'과 연동된 '큰 그림'의 변수는 노무현 대통령과 열린우리당·민주당·한나라당의 행보이다. 예를 들어 26일자 'P&C리포트'는'5.31 이후 정세 전망'에서 이와 관련된 다양한 전망을 내놓고 있다.

우선 노 대통령은 당초 2월에 발표하려다 지방선거에 악영향을 끼친다는 비판을 우려해 지방선거 이후로 연기했던 '미래국정 구상'을 본격적으로 밝히면서 현재의 국가질서에 대한 문제제기와 새 국가질서 창출에 주력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 자락을 내비친 바 있는 '미래국정구상'의 핵심 내용은 ▲양극화 해소 ▲재정구조 혁신(세제 개혁, 국민연금 개혁 등) ▲부동산 정책 ▲지역주의 극복(중대선거구제 도입) 등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노 대통령의 임기말 구상이 얼마나 추진 동력을 가질지는 의문이다. 지방선거에서 몸집을 불린 한나라당도 한나라당이지만, 장래의 국가질서 재편보다는 당장 다음 대선과 총선이 눈에 밟히는 열린우리당이 대통령 구상에 얼마나 힘을 실어줄 수 있을지가 의문이다.

특히 열린우리당으로서는 노 대통령이 제기한 세제 개혁, 국민연금 개혁 등과 같은 '재정구조 혁신' 과제는 정권 재창출에 도움이 안될 것이기에 그보다는 '정치질서 재편'에 더 관심을 기울일 수밖에 없다.

결국 '정권 재창출'에 관심이 없는 대통령과 국가질서 재편보다는 정권 재창출을 위한 '정치질서 재편'에 주력할 수밖에 없는 열린우리당의 갈등과 마찰은 불가피해 보인다.

개헌론, 소리는 요란해도 실현 가능성은...

노 대통령과 열린우리당의 이해가 일치하는 대목이 있기는 하다. 바로 개헌론이다.

노 대통령은 새로운 국가질서 창출을 제기하면서 정치권에 새 국가질서에 적합한 헌법의 필요성, 즉 개헌론을 제기할 가능성이 있다. 노 대통령은 이 과정에서 국민 다수의 동의를 얻기 위해 열린우리당 탈당, 거국내각 구성, 임기 단축 등과 같은 다양한 카드를 꺼낼 것으로 보인다.

열린우리당은 '정치권 새판 짜기' 차원에서 하반기에 개헌을 주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정치권에서는 이르면 7월 26일에 치러지는 재보궐 선거에서부터 제기할 수 있으며, 늦어도 9월 정기국회 이전에는 개헌을 주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열린우리당으로서는 개헌 그 자체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개헌론을 매개로 한 정계개편이 목적이기에 추진 동력은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게다가 손뼉도 마주쳐야 소리가 나는 법인데 한나라당이 소극적으로 나설 것이기에 '소리'는 요란할지언정 개헌의 실현 가능성은 별로 크지 않아 보인다.

'민주당 합당론' '반한나라 연대론' 그리고 '제3후보론'

소리도 요란하고 실현 가능성이 큰 것은 다음 대선에서 승리를 기약할 수 없는 현재의 정치구도를 재편하는 '새판 짜기'다. '새판 짜기'를 모색하는 과정에서 ▲민주당 합당론 ▲반한나라당 민주개혁세력 연대론 ▲제3후보론 등이 제기될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 합당론은 분당 이전으로 복귀하는 것이고, 반한나라당 민주개혁세력 연대론은 연대의 범위를 더 넓힌 반한나라당 연합전선이다. 제3후보론은 고건 같은 제3지대의 경쟁력 있는 인물을 대선 후보로 영입하는 것이다.

그러나 어느 것 하나 쉬운 것은 없다.

당장 노 대통령은 열린우리당 일각에서 제기하는 '민주당 합당론' 에 대해 '지역주의로의 회귀' 라는 이유로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5·31 지방선거를 보름 앞두고 "열린우리당과 민주당의 통합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것이 대통령의 의지"라는 문재인 전 민정수석의 '부산 정권' 발언은 열린우리당 내부의 통합 움직임이 포착되고 있는 가운데 나온 것이다.

그러나 노 대통령으로서는 '여권발 정계 개편' 움직임을 막을 힘이 없다. 당장 당내의 수도권 및 호남 출신 의원들을 중심으로 '민주당과 떨어져서는 정권을 재창출할 수 없다'는 목소리가 커지는 형편이다. 노 대통령의 반대가 지속될 경우 열린우리당 내에서 먼저 '대통령 탈당'을 주장할 가능성도 있다.

결국 열린우리당은 민주당과의 '통합파'와 노 대통령을 정점으로 한 친노 직계 그룹의 '통합 반대파'로 갈라설 가능성이 크다. 전자는 호남 및 수도권 의원들을 중심으로 틀이 짜여지고, 후자는 영남권 및 개혁당 출신들을 중심으로 뭉칠 것으로 보인다.

'이명박과의 대연정' 시나리오 이어 '손학규 영입설'도 솔솔

현재로서는 가능성이 희박하지만, 민주당이 광주·전남을 석권하고 정균환 전북도지사 후보가 '고건 연대'를 공식 천명한 전북에서도 기대 이상의 성적을 얻을 경우, '고건 변수'를 매개로 민주당이 향후 정계개편에서 주도적 위치에 서게 될 수도 있다. 고건 후보를 매개로 열린우리당 통합파와의 합당을 통한 '제3후보론'의 완성이다.

한나라당은 지방선거 압승 이후 당대표 선출을 위한 전당대회가 7월로 예정되어 있다. 박근혜 대표는 대표직을 사임하고, 이명박 서울시장과 손학규 경기도지사는 당으로 복귀해 서로 '계급장을 떼고' 한판 붙는 대선 전초전을 치른다.

7월 전대에서 선출되는 당대표는 향후 대선후보 경선을 관리하게 되기에 각 대권주자는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기 위해 치열한 각축전을 벌일 것으로 예상된다. 박근혜 대표와 이명박 서울시장은 각각 '대리인'을 내보내 대선 전초전을 벌일 것으로 보인다.

이 과정에서 한나라당은 열린우리당과는 다른 이유로 갈등을 초래할 수 있다. 이는 한나라당 내부에서 특히 소장파들이 가장 경계하는 경우의 수이다. 당사자들은 손사래를 치지만, 정치권에서는 경선에서 밀린 쪽은 향후 대선후보 경선 전망이 어둡다고 판단해 '당 밖'의 선택을 할 수도 있다고 본다. 정치권에선 일단 박근혜 대표보다는 이명박 시장이 패배했을 경우, 그럴 가능성이 있을 것으로 관측한다.

여당의 '제3후보론'의 큰 그림은 이 지점에서 고건을 넘어 한나라당 밖으로 나온 후보와 접점을 찾을 수도 있다. 정치권에서는 이미 노무현 대통령이 이명박 시장과 손을 잡는 '대연정' 시나리오에 이어 친노직계 그룹을 중심으로 한 '손학규 지사 영입설'이 벌써부터 거론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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