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샤프론으로서 이날 하루 내가 챙겨야 할 아이들의 명단.한나영
1교시 수업을 마친 아이들이 하나 둘씩 약속 장소인 스쿨버스 주차장에 모습을 드러낸다. 미국의 고등학교는 우리처럼 학생 모두가 같은 교실에서 같은 수업을 듣는 게 아니고 대학처럼 개인이 선택한 수업을 듣기 때문에 아이들은 약간의 시차를 두고 주차장으로 나왔다.
"안녕하세요?"
이번 연극 관람을 주선한 영어 교사인 미스 킴이 서툰 한국말로 인사를 한다. 한국계 미국인이지만 한국말을 못하기 때문에 미스 킴은 인사만 마친 뒤 빠른 영어로 샤프론의 역할을 설명하기 시작한다.
"오늘 당신이 챙겨야 할 아이들 명단이에요. 모두 아홉 명인데 다 여학생이에요. 저기 까만 두건을 쓴 애는 쉐이머이고, 흰 티셔츠를 입은 애는 재닛, 그리고…."
스쿨버스쪽으로 다가오는 아이들을 가리키며 미스 킴이 설명을 한다. 명단을 보면서 머릿속으로 아이들의 얼굴과 짝짓기를 해보지만 쉽지 않다.
'아이들 이름을 다 기억할 필요는 없지. 얼굴만 익히고 그들이 안전하게 있도록 도와주기만 하면 되니까.'
샤프론은 나 말고도 두 명이 더 있었다. 한 명은 나처럼 학부모였고 다른 한 명은 학교에서 일하는 코디네이터였다. 미스 킴은 그들에게도 학생들의 이름이 적힌 명단을 건네며 설명을 했다.
"오늘 버스를 타고 가는 학생은 37명이에요. 제가 가르치는 3개반 아이들이죠. 지금 바로 스탠튼으로 가서 연극을 볼 거예요. 점심은 오는 길에 각자 싸온 도시락을 차에서 먹을 거예요. 시간이 없어서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