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에게나 사랑하고 즐길 자격이 있다

[미디어비평] KBS '문화지대 - 사랑하고 즐겨라'

등록 2006.05.27 17:07수정 2006.05.27 1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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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文化)의 사전적 의미는 '철학에서, 진리를 구하고 끊임없이 진보‧향상하려는 인간의 정신적 활동, 또는 그에 따른 정신적‧물질적인 성과를 이르는 말'로 명시되어 있다. 사람들이 느끼는 실질적 '문화'의 의미와는 동떨어진 느낌이다. 일부 계층만 누릴 수 있는 특혜와 같이 인식한다. 고학력을 지니고 근엄한 정장차림의 갖추어진 모습으로 대해야 하는 어려움을 지니고 있다.

문화생활이라는 것은 모두가 누릴 수 있고, 느낄 수 있는 것이다. 돈이라는 수단이 부여되지 않더라도 다양한 방법으로 즐길 수 있다. 돈과 특정 계층만이 누리는 것으로 인식된 문화의 틀을 깨뜨리는 '문화지대 - 사랑하고 즐겨라.'

이 프로그램은 사람들에게 문화, 문화생활이라는 것은 그리 먼 곳에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느끼게 해준다. 또한 문화라는 것은 언제나 조용하고, 교양을 차리고 임해야하는 것은 아님을 말해준다. 백제인이 백제시대 문화를 만들어갔듯, 현재의 문화는 우리가 만들어간다. 문화는 사람과 사람사이의 향기 속에서 생성되고 그것은 문화생활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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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KBS

'파마'에 대한 고찰. 일명 뽀글뽀글 아줌마 파마. 대한민국 아줌마라면 한번쯤은 시도해본 뽀글이 파마. 처음으로 나의 시선을 사로잡아 버린 '문화읽기'의 코너이다. 시험 공부로 지친 나에게 왠지 모를 신선함과 유쾌함을 선사해주었다. 문화읽기 코너를 시작으로 '화가 김점선이 간다'의 또랑광대 김명자, 인도의 불가촉천민을 끝으로 한시간 동안 나의 마음을 흔들어버렸다. 이후 울적해지거나 인간의 향기를 느끼고 싶을 때면 '문화지대'의 VOD를 실행해 본다.

매력① 아련한 옛 추억과 고정관념의 파괴, 익숙함의 분석

사람은 누구나 옛 추억에 대한 아련함에 젖을 때가 있다. 추억이 깃든 장소나 음악이 기억을 새록새록 떠올리게 한다. 추억 속 기억은 현재와 만나 또 다른 느낌을 만들어낸다. 현재에도 존재하는 떡볶이, 자장면, 고스톱, 까꿍 등 친숙한 소재들. 역사가 이어져 현재까지 사랑을 받고 있는 존재다. 물론 '팝송의 실종'은 현재에는 활성화되지 않았지만 옛 기억을 떠올리고, 경험이 없는 세대에게는 또 다른 신선함을 안겨준다.

'문화읽기' 문화읽기? 라고 갸우뚱거릴 수 있다. 문화는 체험하는 것이 아니라 읽는다는 방법이 가능한가에 대한 의구심을 품을 수 있다. 예전의 문화교양 프로그램은 잔잔하고 자장가를 부르는 듯한 나레이션과 딱딱한 배경음악, 자막들로 명품의 가치를 내세우려 했다.


하지만 '문화읽기'의 나레이션과 자막처리는 새롭게 선보이는 퓨전음식과도 같다. 새로운 시각과 방법을 시도한다. 난데없이 나타나는 검은 바탕의 삐뚤빼뚤한 글씨체, 수다쟁이 옆집 아저씨의 친근한 목소리는 '문화 = 어렵다'라는 공식을 깨뜨려준다.

짜장면과 자장면. 방송에서 모두들 자장면이라고 발음한다. 이것이 표준어라고 하지만 사람들은 '짜장면'이라는 된소리에 익숙해져 있다. 과연 '자장면'의 발음은 표준어 규정과 의도에 부합하는 것인가에 대한 의문을 해결한다. 해답을 찾기 위해 중국인에게 두 발음을 들려주고 확인한다.


사람들에 대한 인터뷰와 사회문화적 고찰.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구불거리는 '대한민국 아줌마 파마'에 대한 어머니들의 모습, 과학적 원리 등을 보여준다. 생활 속 소재 하나의 선택으로 다양한 시각들로 시청자의 가슴과 마음을 움직이게 한다.

매력② 나와 같은 사람이다. 그 속에서 희망을 얻다

문화를 하는 사람은 뭔가 다를 것이라는 생각. 물론 예술적 끼나 창의적 사고가 더 뛰어날 수 있다. 하지만 '나와 같은 사람이었다'는 생각을 갖게 한다. 유명화가 김점선은 예쁘지도, 날씬하지도 않다. 그렇다고 말을 능수능란하고 화려하게 하는 것도 아니다. 집 앞 슈퍼마켓에서 볼 수 있는 펀안한 이미지에 느릿느릿한 말투는 시청자와 같은 눈높이로 장벽을 없앤 듯한 느낌을 준다.

예술인의 위치에 오기까지, 문화인의 위치에 오르기까지 주인공들은 상당한 시련과 고통을 이겨냈다. 천부적인 재능을 지닌 '임동혁, 임동민 형제' 중 동혁의 '음악이라는 것은 할수록 한계를 느끼는 것 같아요'라는 말은 그들도 한계를 느끼고, 고민이 있구나라는 공감을 불러일으킨다.

특히 '장영희 교수'의 투병을 이겨낸 모습에서 '희망'을 얻게 된다. 수동적으로 살아온 사람에게는 능동적인 자세를, 병상에 투병 중인 자에게는 이겨낼 수 있다는 용기를 준다. 이들 뿐이랴. 초록이 뒤덮은 언덕에 앉아 이야기 나누는 김명자와 김점선. 더할 나위 없이 여유롭고 해맑은 어린아이 같은 모습에 여유없이 아등바등 긴장하는 자신을 편하게 놓아주기도 한다.

매력③ 난 TV로 해외여행 갔다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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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지대 MC 손미나 ⓒ 스포츠 조선

지구촌(地球村). 이제는 지구안 모든 나라들이 마을(村)이고 이웃이라고 한다. 하지만 실제로 절차, 언어, 금전상 등의 이유로 해외로 나가는 것이 쉽지만은 않다. 각국의 문화를 책으로 접할 때 탄탄하고 쉬운 문장, 재미가 곁들어지지 않았다면 문화에 대한 이해보다 지루함을 먼저 가져다준다.

하지만 '세계 &문화 NOW'를 통해 세계 각국의 문화를 접할 수 있다. 받아먹기 형식을 떠나 시청자가 직접 체험하는 듯한 느낌을 받는다. 이는 담당 PD, 카메라맨이 지켜보는 것이 아니라 직접 체험하고 그들과 교감하기 때문이다. 반대되는 입장이 아닌 같은 입장의 공동 구성원이 되면서 각국의 주인공들의 입장과 생각을 잘 반영했다고 볼 수 있다.

여전히 여유로운 자들의 전유물인가

코너 중간 중간 손미나의 모습이 나온다. 첫 회 당시에는 기존 프로그램과 같이 스튜디오에서 딱딱하게 시작하다 회를 거듭 할수록 자유로운 형태의 모습이 나온다. 대기실에서 메이크업을 받으며 전화 통화를 한다. 마트에서 무엇을 사는지에 대한 전화통화를 하거나, 스쿼시 운동하는 모습이 나온다.

이 밖에 다양한 행동들이 나온다. 이는 제작진의 문화가 생활 속의 한부분이라는 인식을 심어주기 위한 방법이라 생각된다. 하지만 자칫하면 운동을 즐기고, 쇼핑하는 여유로운 자들의 전유물이라는 고정관념을 확고하게 만들어 줄 수 있다.

10시라는 시간대는 오늘의 고단함을 잊고 내일을 맞이하기 위한 휴식을 취할 때다. 휴식의 시간을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상대적 박탈감을 주는 것은 아닌가 생각해 봐야 한다. '문화읽기'라는 친숙한 소재와 근엄한 듯하면서도 유쾌한 분위기, 소시민적인 분위기와 시각을 유지하면서 사람들이 생각하는 실질적 '문화'를 또 다시 내세우는 것은 모순이 있다.

그 뒤의 화가 김점선이 간다, 세계&문화 NOW. 사람들의 고정관념을 깨뜨려주는 코너들 사이의 연속성을 깨뜨리는 것은 피해야할 것이다.

문화지대 <사랑하고 즐겨라>. 문화는 모두가 즐길 수 있는, 즐겨야 하는 우리 모두의 것이라고 말한다. 문화는 돈의 소유양이 아닌 마음의 양식이라는 것을 일깨워준다. 사람의 사랑이 숨쉬고 시청자를 주인공으로 만들어주는 시간. 나 또한 사랑하고 즐길 자격이 있음을 알려주는 시간. 그 시간을 기대해보자.

덧붙이는 글 | 방송문화진흥회 주최 시민의 비평에 송고한 내용을 줄인 것입니다.

덧붙이는 글 방송문화진흥회 주최 시민의 비평에 송고한 내용을 줄인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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