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민족주의는 가장 진보적인 명제

중국·일본의 팽창주의적 민족주의와는 다르다

등록 2006.05.27 18:59수정 2006.05.27 18: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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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 사람들은 민족주의를 고루하고 보수적인 이념으로 생각하고 있다. 그러나 적어도 한국 민족주의에 대해서만큼은 이러한 시각을 버려야 할 것이다. 왜냐하면, 관점을 달리하면, 한국 민족주의는 가장 진보적인 명제라는 결론을 도출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오늘날 한국 민족주의의 궁극적 목표는 ‘나’(민족)의 억압과 분열을 극복하는 것이다. 100여 년 이상 계속되는 외세의 지배 혹은 간섭 때문에 억압받고 분열된 ‘나’를 회복하기 위한 자주성 투쟁이 한국 민족주의의 요체인 것이다.

여기서 ‘억압’이라는 것은 외세의 지배 혹은 간섭 때문에 생긴 ‘자주성 결여’를 가리키는 것이고, ‘분열’이라는 것은 문자 그대로 민족의 분단을 가리키는 것이다. 한국 민족주의는 이러한 억압(자주성 결여)과 분열(분단)을 극복함으로써 ‘나’의 완성(통일)을 이룩하는 것을 궁극적 목표로 삼고 있다.

한국 민족주의의 목표는 자기완성

위에서 한국 민족주의는 가장 진보적인 명제라고 했다. 진보라는 개념은 영역에 따라 여러 가지로 다양하게 해석될 수 있을 것이다. 인간 사회라는 측면에서 볼 때에는, 인간의 자기완성을 도모하는 것이 최선의 진보일 것이다. 우리가 혁명의 대명사로 인식하는 프랑스 대혁명(1789년)이나 미국 독립혁명(1776~1783년)도 인간의 자기완성을 내재적인 철학적 목표로 삼았던 것이다.

오늘날 한국 민족주의의 목표 역시 민족 구성원과 민족 전체의 자기완성을 철학적 목표로 하고 있다. 공동체인 민족이 왜곡되고 분단된 상태에서는 구성원들의 자기완성을 이룩할 수 없기 때문에, 민족의 자기완성을 추구하는 것은 곧 구성원들의 자기완성을 추구하는 것이 되는 것이다. 이처럼 한국 민족주의가 인간의 자기완성을 철학적 목표로 하고 있다면, 한국 민족주의가 가장 진보적인 명제라는 코멘트도 결코 무리한 것만은 아닐 것이다.

그리고 한국 민족주의는 주변국인 중국이나 일본의 민족주의와도 분명한 차별성을 띠고 있다. 오늘날 중국·일본의 민족주의는 분명 대외팽창적인 특성을 띠고 있다. 중국 같은 경우에는 예전에는 민족주의가 저항적 성격을 띠었지만 개혁·개방 이후의 민족주의는 다분히 팽창적 성격을 띠고 있다. 일본 민족주의에 대해서는 더 이상의 언급이 불필요할 것이다.


이처럼 중·일 두 나라의 민족주의는 '나'만 목표로 하는 게 아니라 '남'까지 목표로 하고 있다는 점에서 한국 민족주의와 분명한 대조를 이루고 있다.

그러나 한국의 민족주의는 '남'을 목표로 한 게 아니라 '나'를 목표로 하고 있다. 사실 지금 상황에서 한국이 '남'을 향해 팽창적 욕구를 발산한다는 것 자체가 무리일 것이다. 한국에는 통일과 평화라는 당장의 급선무가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나'의 완성을 목표로 한 한국 민족주의를, '남'에 대한 공격까지 포함하고 있는 중·일의 민족주의와 등치시키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을 것이다. '나'의 완성을 목표로 한 인간의 행위가 가장 철학적이고 가장 평화적이며 또 가장 진보적이듯이, '나' 즉 '우리 민족'의 완성을 목표로 한 한국 민족주의야말로 가장 철학적이고 가장 평화적이며 또 가장 진보적인 민족주의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중·일의 민족주의는 대외팽창적

그리고 같은 민족이긴 하지만, 한국(남측)의 민족주의는 북측의 민족주의와도 일정한 차별성을 띠고 있다. 남측과 북측은 한반도 통일이라는 공통 목표를 갖고 있다는 점에서는 동일한 민족주의를 추구하고 있다고 할 수 있지만, 세부적인 면으로 들어가면 분명한 차별성을 보이고 있다.

a 남측 민족주의와 북측 민족주의의 세부적 차이점. 그러나 '우리 민족'의 자기완성을 목표로 한다는 점에서는 남북이 하나의 민족주의를 갖고 있다.

남측 민족주의와 북측 민족주의의 세부적 차이점. 그러나 '우리 민족'의 자기완성을 목표로 한다는 점에서는 남북이 하나의 민족주의를 갖고 있다. ⓒ 김종성

적어도 북측은 이미 외세의 지배를 완전히 극복한 상태다. 그러므로 북측의 민족주의는 외세의 지배 혹은 간섭으로 인한 '나'의 억압을 극복할 필요가 없다. 적어도 휴전선 이북에서는 남에게 억압받는 상태가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다만, 북측의 민족주의는 '나'의 분열을 극복하려 한다는 점에서 남측 민족주의와 공통분모를 갖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부분적으로 약간 다르기는 하지만, 남측의 민족주의와 북측의 민족주의는 상호 결합하여 '우리 민족'의 민족주의라는 또 하나의 한 차원 높은 단계로 나아가는 것이다.

지금까지 살펴본 바와 같이, 한국의 민족주의는 '남'이 아닌 '나'를 목표로 한다는 점에서 가장 철학적이고 가장 평화적이며 또 가장 진보적이다. 그리고 남측의 민족주의는 일차적으로 '나'의 억압부터 극복해야 한다는 점에서 북측의 민족주의보다 더 절절하고 간절한 것이다.

이처럼 '나'의 완성을 목표로 하는 한국 민족주의를 두고서 고루하다느니 보수적이라느니 하는 비판은 논리적 타당성을 갖기 힘들 것이다. 그러므로 우리 민족의 자주성과 통일을 쟁취하기 위한 한국 민족주의는 그 어떤 이념보다도 더 진보적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덧붙이는 글 | <뉴스 615>에도 함께 실리는 글임을 밝힙니다.

덧붙이는 글 <뉴스 615>에도 함께 실리는 글임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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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mjongsung.com.시사와역사 출판사(sisahistory.com)대표,일제청산연구소 연구위원,제15회 임종국상.유튜브 시사와역사 채널.저서:대논쟁 한국사,반일종족주의 무엇이 문제인가,조선상고사,나는 세종이다,역사추리 조선사,당쟁의 한국사,왜 미국은 북한을 이기지못하나,발해고(4권본),한국 중국 일본 그들의 교과서가 가르치지 않는 역사 등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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