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에 빠진 '한결 보호소'의 앞날은?

농지법 위반으로 벌금 물게 된 상황... 양평으로 이전하기로

등록 2006.05.29 11:46수정 2006.05.29 13: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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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26일 충북 음성에 있는 한결 보호소를 찾았다. 한결 보호소는 소장인 황영숙씨가 유기견들을 보호하기 위해 건립한 것으로 개인의 후원금만으로 운영되는 사설 보호소이다. 상주에서 보호소를 운영하던 황씨가 음성으로 이주한 것은 지난 2002년. 비닐하우스를 설치, 유기견 150여 마리를 보호하고 있는 황영숙씨는 현재 농지법 위반으로 벌금을 물어야 하는 상황에 처해있다. 사유는 농지전용 허가를 받지 않고 개들을 사육했다는 것.

a 한결 보호소의 전경.

한결 보호소의 전경. ⓒ 전경옥

2006년 4월 12일 일심에서 농지법 위반으로 250만원의 벌금이 확정되었으나 수많은 후원자들의 탄원서가 받아들여져 5월 17일과 24일에 항소 재판이 다시 열렸다. 현재 최종 판결은 6월 7일로 연기되어 있다. 하지만 문제는 벌금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땅주인과의 계약이 이미 만료되어 보호소를 이전해야 하기 때문.

현재 이전이 약정되어 있는 장소는 양평. 한결 보호소를 돕는 다음 카페 '한결 보호소'(http://cafe.daum.net/hankyulST)는 이전에 필요한 돈을 모금하기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지만 아직까지 필요한 정도의 3분의 1도 채 걷히지 않고 있다. 게다가 땅 주인이 끊임없이 빠른 이전을 촉구해 황 소장과 자원봉사자들의 입장이 매우 곤란한 상황.

애완견과 식용견의 구분이 있을까?

a 보호소 곳곳에서 볼 수 있는 누렁이.

보호소 곳곳에서 볼 수 있는 누렁이. ⓒ 전경옥

오후 3시 경. 한결 보호소의 입구에 들어서자 수많은 개들이 나를 향해 짖기 시작했다. 큰 비닐하우스로 만들어진 견사는 몇 개의 방으로 나누어져 있었다. 방을 나누는 기준을 소장님께 물으니 "개들도 자기가 좋아하는 친구와 싫어하는 친구가 있다. 서로 원하는 친구들끼리 함께 있으라고 붙여 준 것"이라고 대답한다. 문득 지난 3월, 장수동 개들이 갇혀 있던 견사가 생각났다. 좁은 견사 안에 갇혀있던 백여 마리의 개들이 서로 물어뜯고 죽인 일…. 개들도 생명이니 성격이 있고 취향이 있을 것이다. 생명이 살아갈 조건을 배려하지 않는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학대가 아닌가.

보호소 곳곳에서 여러 마리의 누렁이들이 눈에 띄었다. 식용견 농장에서나 봤던 누렁이들. 이러저러한 사연으로 이곳으로 흘러들어 왔을 것이다. 하지만 내가 다가서자 곧장 다른 애완견들처럼 철망 앞으로 다가와 꼬리를 흔들어댄다. 소장님은 개고기집에서 도살 직전 탈출해 구조된 개 두 마리를 보여 주셨다. 놀랍게도 개들은 코카 스파니엘과 맬러뮤트. 모두 비싼 가격으로 거래되는 수입견들이다. 애완견과 식용견의 구분이란 도대체 어디에서 유래되는 것인지?

a 개고기집에서 도살 직전 탈출해 구조된 코카 스파니엘.

개고기집에서 도살 직전 탈출해 구조된 코카 스파니엘. ⓒ 전경옥

a 개고기집에서 탈출, 구조된 맬러뮤트.

개고기집에서 탈출, 구조된 맬러뮤트. ⓒ 전경옥

견사 곳곳에는 다리를 쓰지 못하는 개들과 시각 장애견들도 있었다. 사회에서 소외되는 것은 장애인이나 장애견이나 마찬가지인 듯하다. 불편한 몸과 사회의 차가운 시선. 그나마 이 개들은 보호해주는 따뜻한 배려의 손길이라도 있으니 다행일 것이다. 다리 하나 제대로 쓰지 못하고 눈조차 안 보이는 개들을 품에 안아 줄 넉넉한 가슴을 가진 사람은 얼마나 될까. 장애인들의 이동권 하나 허락하지 않는 사회이니 하물며 개들은?


a 다리가 불편해 걷지 못하는 장애견.

다리가 불편해 걷지 못하는 장애견. ⓒ 전경옥

a 태어날 때 장애를 가지고 태어났다는 개. 시각장애를 가지고 있고 다리도 제대로 쓰지 못하고 있었다.

태어날 때 장애를 가지고 태어났다는 개. 시각장애를 가지고 있고 다리도 제대로 쓰지 못하고 있었다. ⓒ 전경옥

견사를 따라 천천히 걸으며 이동하고 있는데 이 녀석이 옆의 견사로 걸어가고 있는 나를 향해 짖으며 철망에 매달린다. 조금만 더 머물다 가라는 것인가?

a 철망에 매달려 꼬리를 흔드는 골든 리트리버.

철망에 매달려 꼬리를 흔드는 골든 리트리버. ⓒ 전경옥

하지만 철망 앞으로 다가오지 않고 집안에서 나를 빤히 쳐다보고 있는 녀석들도 있다. 낯선 사람에게 쉽게 접근하지 못하는 내성적인 개들.


가장 모범적인 사설 보호소인 '한결 보호소'

a 수줍게 집 밖으로 나오지 못하고 이쪽을 응시하는 개들. 개들에게 성격이 있다는 사실을 발견하는 것은 흥미로운 일이다.

수줍게 집 밖으로 나오지 못하고 이쪽을 응시하는 개들. 개들에게 성격이 있다는 사실을 발견하는 것은 흥미로운 일이다. ⓒ 전경옥

동물단체들은 한결 보호소를 가장 모범적인 사설 보호소 중 하나로 평가한다. 개들의 성격에 맞게 견사를 구분하고 중성화 수술을 통해 개체수를 늘리지 않는 것이 보호소에 있는 개들을 안전하게 유지하는 방법이라는 것이다. 자칫 중성화 수술이 개들의 본성을 무시하는 잔인한 처사인 듯하지만 무책임하게 개들의 수를 불려 포화상태를 만들면 책임질 수 없는 사태에 직면할 수 있다. 그 많은 개들을 수용하기 위해 전국 도처에 유기견 보호소를 설치할 수는 없지 않은가? 한결 보호소는 서울대 수의대 봉사 동아리 나눔회 회원들에 의해 예방접종과 중성화 수술, 질병 치료를 받고 있다.

a 나눔회 회원들이 예방접종을 실시하는 모습.

나눔회 회원들이 예방접종을 실시하는 모습. ⓒ 한결 보호소 제공

현재 이전하기로 되어 있는 양평에서는 아무런 문제없이 보호소가 운영될 수 있을까? 황 소장과 자원봉사자들은 아직 아무런 확신도 할 수 없는 상황이다. 게다가 보호소 이전에 필요한 돈도 턱없이 부족한 상태. 앞으로 넘어야 할 산이 너무도 많다. 개들과 보호소의 앞날은 어찌 될지. 이 대한민국은 아직 버려진 개들에게 내 줄 몇 평의 땅조차 쉽게 허락하지 않는 듯하다. 하지만 그들을 버린 것 또한 대한민국의 국민이 아닌가?

덧붙이는 글 | 월간 <채식물결>과 국민건강을 위한 수의사 연대 'VET NEWS'에 송고했습니다.

덧붙이는 글 월간 <채식물결>과 국민건강을 위한 수의사 연대 'VET NEWS'에 송고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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