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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일 모내기를 끝낸 논에서….
기계로 한다지만 엄마의 손길이 미치지 않은 곳이 없을 것이다.
논두렁에 심고 있는 메주콩. 메주도 쑤고, 청국장도 하려고 심고 있다.
친정 엄마가 아픈 한 손으로 뜬 모를 심으려고 중간에 저렇게 모아놨나 보다.
일요일 오후
창평 엄마한테 전화를 했다.
논두렁에 콩을 심다가 옆구리가 아파서
드러누워 있다고 하신다.
'큰일이네' 하는 마음에 서둘렀다.
평소엔 음악 들으며 여유부리며 창평에 가는데,
그 날은 달랐다.
술 몇가지와 음료 등을 사가지고 서둘러 집으로 갔다.
어머니는 뒷집 할머니와 도란도란 이야기꽃을 피우다 나를 보시더니,
"벌써 왔냐?"
사가지고 간 동동주를 한잔씩 마시며,
"아이고~ 맛있네~"
여기저기 사진을 찍는 나를 보고 뒷집 할머니께,
"맨날 사진을 저렇게 찍어^^*"
"이 늙은 엄마를 늘 찍어서 미국으로 보낸다요~"
토요일날, 모를 심은 논두렁에서
콩을 심으며 이런저런 얘기를 했다.
"동네 입구에 미술관이 생겨서 훤하니 좋지야~"(달뫼 미술관을 보면서 하시는 말씀)
"응~"
"엄마, 미국에서 병구는 자주 전화 와?"
"요새는 안와... 살만하면 전화 자주 안와야~"
이어서 엄마는
"초희가 이제는 변기에 잘 싼갑더라~"
"응~"
콩을 심으며,
"엄마, 이 콩은 메주콩이지?"
"응, 메주도 쑤고, 청국도 허고~"
"이틀후에는 검은 콩 심어야 해야~"
"그래?"
"너는 집에 먼저 상추 뽑아서 가지런히 담아놔라~ 나는 저쪽 논에 가서 모심은 삯 주고오마~"
"알았어~"
집에 오니 갈증이나서 음료수를 벌컥벌컥 들이켰다.
엄마는 무더위에 일하고 들어오면
얼마나 목이 탈까?
.........
덧붙이는 글 | 어머니는 전남 담양군 창평면에 살고 계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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