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운동차는 불법 주·정차 OK?

[선거, 그후] 경찰 "시청 책임" - 시청 "우린 모르는 일"

등록 2006.06.01 11:28수정 2006.06.01 1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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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연설대담용 차량과 선거운동용 차량(승합차)이 교대로 사거리의 안전지대를 차지하고 있다. 연설대담용 차량은 대담하게 주행방향과 반대로 주차되어 있다.

연설대담용 차량과 선거운동용 차량(승합차)이 교대로 사거리의 안전지대를 차지하고 있다. 연설대담용 차량은 대담하게 주행방향과 반대로 주차되어 있다. ⓒ 전득렬

13일간의 지방선거운동기간 동안 후보자 못지 않게 거리를 누빈 것이 또 있다. 바로 연설·선거운동용 차량이다.

이들 차량은 교통량이 많은 '목 좋은(?) 곳'을 먼저 차지하거나, 이미 차지한 자리를 다른 후보측에 뺏기지 않기 위해 치열한 자리다툼을 벌여야 했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불법 주·정차가 빈번하게 이뤄져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더구나 경찰이나 관할관청도 선거운동용 차량의 불법 주·정차는 '나몰라라'했다.

사람 대신해 거리 지키며 선거운동 하던 차들, 모두 불법 주·정차

선거운동용 차량에 관한 공직선거법 제91조에 의하면, 거리유세를 위한 연설·대담용 차량과 선거운동용 차량은 선거관리위원회 등록 후 제한적으로 사용할 수 있게 되어 있다.

후보자가 탑승해 연설을 하는 대담용 차량 외에 사용할 수 있는 선거운동용 차량은 시·도지사의 경우 5대, 지역구 시·도의원의 경우 2대다.

그런데 선거운동 기간 이들 차량은 교통량이 사거리의 황색선이 그어져 있는 안전지대나 횡단보도의 인도블록 위에 밤낮없이 주·정차되어 있었다.

'선거'라고 차량 앞 유리에 딱지를 붙이거나 대형 포스터를 붙인 채 서있던 이 차량들은 주·정차 위반 단속대상이 되지 않았다. 견인조치 물론 받지 않았다.


이른 아침 출근시간대에는 연설·대담용 차량이 후보자와 함께 도로 안전지대에서 자리를 지켰다. 이 차량들이 이동해야할 때에는 승용차·승합차 등의 선거운동용 차량이 대신 그 자리를 지키며 불법주차를 과시(?)했다. 차량에 커다랗게 후보자 이름까지 써 넣은 채 말이다.

차량들은 이런 불법행위를 해가며 출·퇴근시간대에는 물론 야간에도 불을 밝히며 '후보 알리기'에 적지 않은 몫을 해냈다.


선거운동기간에는 선거운동용 차량이 불법 주·정차를 해도 면죄부를 받는다는 예외조항이 있는지 선관위에 알아보았다. 그러나 그런 조항은 없었다.

만약 일반인들이 개인 차량을 교차로 사거리 한복판에 열흘이 넘도록 세워 두었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즉시 견인 조치 되었을 것이다.

a 주간에는 선거운동용 차량(승용차)이, 야간에는 연설대담용 차량이 후보자를 알리기 위해 번갈아 불법주차 되어 있다.

주간에는 선거운동용 차량(승용차)이, 야간에는 연설대담용 차량이 후보자를 알리기 위해 번갈아 불법주차 되어 있다. ⓒ 전득렬

a 횡단보도의 인도블럭 위에 주차한 연설대담용 차량과 횡단보도를 사이에 두고 안전지대에 앞뒤로 나란히 세워져 있는 두 대의 선거운동용차량.

횡단보도의 인도블럭 위에 주차한 연설대담용 차량과 횡단보도를 사이에 두고 안전지대에 앞뒤로 나란히 세워져 있는 두 대의 선거운동용차량. ⓒ 전득렬

선거차량의 불법에는 '면죄부'?... 경찰 "시청 소관"-시청 "우린 몰라"

그런데 왜 이들 선거차량은 선거운동 마지막 날까지 아무런 제재조치 없이 불법 주·정차를 할 수 있었을까?

경북 구미 경찰서 한 지구대의 김아무개 경사는 "주민들의 불편신고가 들어오는 등 문제 삼는 경우가 없으면 적극적인 단속을 하지 않는다. 또 단속을 할 경우, 선별단속이라는 시비거리가 생길 수 있어 관심을 두지 않았다"며 "주·정차 단속은 시청의 관할"이라고 시에 책임을 돌렸다.

시청의 반응은 어떨까. 주·정차 단속권을 가진 구미시 교통안전계의 황아무개씨는 "사거리에 그런 차량이 있는 걸 보지 못했다"며 "선거운동용 차량이라면 탑승자가 있거나 차량 주위에 사람들이 있을 것 아니냐"고 말했다.

도로교통법 제2조18항은 사람이 있건 없건 차량이 5분을 초과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의 정지상태를 '정차'로 규정하고 있다. 5분을 초과해서 정지해 있으면 단속의 대상이 되는 것이다.

또 도로교통법 제28조는 교차로·횡단보도·건널목 위·교차로의 가장자리 또는 도로모퉁이로부터 5m이내의 주·정차, 안전지대로부터 사방 10m이내 주·정차, 건널목의 가장자리 또는 횡단보도로부터 10m이내 주·정차 등을 단속 대상으로 규정하고 있다.

모두 사람들의 왕래가 많은 곳인 만큼 위험도 크기 때문에 주·정차를 금했을 것이다.

이번 선거에는 후보들뿐만 아니라 선거운동차량도 선거유세에 적극적으로 나서 그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하지만 이들 차량의 '주·정차 위반'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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