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 선생님들, 너무 재미있어요"

여성가족부·씨니어연합, 어린이집에 할머니 보육도우미 파견

등록 2006.06.02 19:08수정 2006.06.02 1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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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원한 나무그늘 밑에서 수박을 먹고, 할머니가 들려주는 옛날이야기를 들으며 스르르 잠을 청하던 때가 있었다.

6월2일, 마포구의 한 어린이집. 놀이터 한쪽 나무그늘 밑에서 할머니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아이들의 눈은 신기함과 재미로 가득 차 있었다.

백현석
“우리나라 국기가 바로 태극기예요. 국기가 어떤 것이라구요?” 아이들은 목청껏 “태극기”를 외쳤다. “참, 잘했어요.”

2층 교실에서 진행된 수업에서 아이들은 할머니가 알려주는 우리나라 국기의 명칭과 건곤감리 4괘의 의미를 진지하게 들었다. 대한민국을 함께 외치며, 태극기에 대한 이야기를 들은 아이들은 곧이어, 다른 할머니 선생님의 구현동화를 듣기 위해 밖으로 향했다.

이날, 마포구의 참좋은 어린이집을 찾은 할머니 선생님들은 (사)한국씨니어연합 소속의 회원들로 이들은 지난해 여성가족부 공동협력사업으로 실시한 ‘아동보육도우미 양성과정’을 이수한 회원들이다.

할머니 보육도우미들은 구현동화, 예절교육 및 차량 탑승 도우미까지 다양한 활동을 펼치고 있었다. 중고령여성을 아동보육도우미로 양성하여 활동시키자는 취지에서 마련된 할머니 보육도우미는 자신의 풍부한 육아경험이 바탕이 된다.

30년 넘게 가정주부로만 활동하던 김소자 할머니는 미국의 한 도서관에서 자원봉사를 하는 할머니들을 보고, 자극을 받았다고 한다.


김 할머니는 “그네들이 하는 일을 보니, 나도 할 수 있을 것이란 생각이 들어서 작년 씨니어연합에서 하는 교육을 받게 되었다”면서 “한번 해보니 나도 자신감이 생기고, 삶에 활력소를 얻은 기분”이라고 말했다.

이어 “다른 친구들을 만나도 자랑스럽게 이야기할 거리가 생기고, 모든 일에 용기가 생긴다. 다른 분들도 이런 활동을 할 수 있게 되었으면 좋겠다”며 자신에 찬 표정을 지었다.


보육시설의 아이들이 할머니 보육도우미에게 큰절을 하는 법을 배우고 있다.
보육시설의 아이들이 할머니 보육도우미에게 큰절을 하는 법을 배우고 있다.백현석
현재 초등학교 방과 후 교실보조교사, 어린이집, 유치원의 구연동화-이야기 할머니, 신문활용교육 강사 등으로 활동하는 여성 씨니어는 새로운 노년의 보람은 물론, 일자리 창출 효과까지 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신용자(69) 한국씨니어연합 대표는 “갈수록 ‘젊은 노인’이 늘어나는 고령화 사회에서 아이들을 보살피는 ‘보육 도우미’ ‘보살핌 노동’이야말로 나이든 여성들이 가장 잘할 수 있고 더 많이 참여해야 하는 분야”라고 말했다.

한편, 여성가족부는 중고령 여성들의 경험을 활용하는 세대간 연계사업을 등하굣길 지킴이, 승하차 봉사 등까지 활동을 확대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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