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님은 슈퍼 울트라 우먼

모 심기에서 벌 받기까지 모든 걸 해내는 어머님

등록 2006.06.03 12:07수정 2006.06.03 1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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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감나무 위에서 벌을 받고 계시는 어머니.

감나무 위에서 벌을 받고 계시는 어머니. ⓒ 전복순

엊그제 못자리한다는 소리를 들은 것 같은데 어느덧 모내기철이 돌아왔습니다. 어머님께서 외아들인 남편에게 모를 심어달라는 부탁을 해오셨습니다. 남편은 편찮으신 아버님 때문에 혼자 많은 농사일을 하시는 어머님이 안쓰러웠나 봅니다. 요즘 많이 바쁜 남편은 저에게 전화를 걸어 며칠 시골에 있어야하니 짐을 좀 챙겨 놓으라고 하더군요.


우리 네 식구는 남편이 일을 마치고 집에 도착하자마자 시골집으로 향했습니다. 밤 9시가 돼서야 시골집에 도착했습니다. 어머님은 저녁 늦게까지 논에서 일을 하고 오셨는지 흙먼지와 땀으로 찌들어 몹시 지쳐 보였습니다.

"아이고 우리 손주들 왔는가?"
"어머님 지금까지 논에 계셨어요?"
"응 좀 전에 와서 옆 밭에서 뭣 좀 허느라고."
"어머님 좀 쉬엄쉬엄 하세요. 그러다 병나시면 어쩌시려고요."

어머님께서는 걱정 말라는 말씀대신 그냥 웃음으로 화답했습니다. 아버님께서는 잦은 약주와 흡연 때문에 몸이 많이 쇠약해 지셨습니다. 병원에서는 아버님의 콩팥이 좋지 않다며 입원을 제안했습니다. 그러나 아버님은 병원 생활을 싫어해 통원 치료를 받고 있습니다.

아버님은 편찮으신 몸에도 마당까지 나오셔서 저희를 반겨주셨습니다. 이제 막 8개월에 접어든 둘째 아들을 보시며 껄걸 웃으시는 아버님 모습이 왜지 안쓰럽고 측은하게 보였습니다.

아버님께서는 환갑이 넘은 나이에 혼자 고생하시는 어머님 때문에 심신이 많이 괴로우셨나 봅니다. 얼마 전 아버님께서 약주를 많이 드시고 하셨던 말씀이 생각나네요.


"너그 엄마가 해가 다져도 안들어 오믄, 내가 걱정이 되가 밥도 안 넘어 가고 그런다."

그렇게 말씀하시며 눈시울이 벌개지셨던 아버님 모습이 지금도 생생합니다.


남편과 어머님은 새벽 5시에 일어나 식사를 하고 본격적으로 모심기에 들어갔습니다. 어머님께서는 남편이 오면 바로 모를 심을 수 있도록 일주일 내내 논에서 살다시피 했다고 합니다. 외바퀴 수레에 모를 떼어 하루종일 혼자 나르시고 모가 잘 심어질 수 있도록 밤늦게까지 논을 고르셨다고 합니다.

대체 어머님께서는 어디서 그런 에너지가 나오시는지 도무지 알 수가 없습니다. 가끔은 저희 어머님이 여자로 안 보이기도 합니다. 그렇게 많은 일을 하시고도 저는 어머님께서 한번도 힘들어하시는 모습을 본적이 없습니다. 처음부터 지금까지 그저 한결같으신 어머님이 그저 존경스럽습니다. 그래도 이제는 연세가 있으시니 농사일을 조금 줄이셨으면 하는 바람이지만 어머님은 그럴 마음이 전혀 없는 듯합니다.

남편과 어머님이 논에서 일 하는 동안 저는 둘째 아이를 업고 집 근처를 돌아다녔습니다. 그런데 어디선가 벌떼소리가 시끄럽게 들려왔습니다. 그러더니 담 옆에 바로 붙어있는 감나무에 벌떼들이 앉기 시작했습니다. 그렇게 많은 벌떼들은 태어나서 처음 보았습니다.

저는 아버님께 이 사실을 알렸습니다. 급히 아버님께서는 벌통과 벌받이를 찾았습니다. 하지만 아버님은 아무리 찾아도 없다며 그냥 놔두라고 하시더군요. 그러나 집으로 돌아온 어머님께서는 왜 벌을 그냥 놔두는 것이냐 헛간으로 가셨습니다. 어머님은 헛간을 한참 뒤지시더니 벌받기 차림을 하고 나오셨습니다. 그리고 사다리를 타고 감나무로 올라가셨습니다.

저는 벌에 쏘일까봐 무서워서 가까이 가지도 못하고 먼발치에서 어머니를 지켜보았습니다. 저희 어머님께서는 베테랑답게 너무도 침착하게 벌을 잘 받고 계셨습니다. 용감무쌍한 우리 어머님, 정말 대단해 보였습니다. 남편도 무섭다며 가까이 접근 못하는 것을 어머님께선 잘도 해내셨습니다.

우리어머님 정말 울트라 슈퍼우먼 맞죠?

"어머님 항상 건강하시고 힘내세요. 파이팅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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