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31 여풍은 '찻잔속 태풍'으로 끝났다

[531 정치] 2006 지방선거 집중분석

등록 2006.06.05 11:37수정 2006.06.05 1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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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31 지방선거에서 강하게 불것으로 기대했던 ‘여풍’이 결국 ‘미풍’에 그쳤다. 전국을 통틀어 지역구 여성당선자는 전체의 3.7%에 불과했으며 기초단체장은 3명, 광역의원 32명, 기초의원은 1백10명만이 당선됐다.노민규 기자 nomk@iwomantimes.com
5·31 지방선거에서 강하게 불것으로 기대했던 ‘여풍’이 결국 ‘미풍’에 그쳤다. 전국을 통틀어 지역구 여성당선자는 전체의 3.7%에 불과했으며 기초단체장은 3명, 광역의원 32명, 기초의원은 1백10명만이 당선됐다.노민규 기자 nomk@iwomantimes.com우먼타임스
5.31 지방선거에서 강하게 불 것으로 기대했던 '여풍'은 결국 '미풍'으로 끝났다.

전체 선출직 3867석 가운데 지역구 여성 당선자는 모두 145명, 전체 3.7%에 불과했다. 또 기초단체장은 230명 중 3명, 광역의원은 655명 중 32명, 기초의원 2513명 중 110명이 당선되었다. 지난 2002년 지방선거 여성 당선율 2.14%에 비해 고작 1.6%포인트 증가한 결과다.

여성 당선자 수를 분석해보면 열린우리당은 모두 120명으로 광역·기초단체장, 광역의원 당선자는 단 한 명도 없다. 기초 21명, 광역·기초 비례직이 99명으로 나타났다.

총 35명으로 가장 많은 여성 당선자를 낸 정당은 역시 사상 초유의 압승을 거둔 한나라당. 특히 서울·대구·인천 3곳에서 최초 여성구청장을 배출했고, 선출직으로 광역 29명, 기초 62명이 당선됐다. 광역·기초 비례의원은 각각 23명, 188명이다.

가장 많은 여성후보를 낸 민주노동당은 전체 당선자 81명 가운데 여성 당선자가 40명으로 절반에 가까운 수를 기록했다. 선출직 광역 1명, 기초 15명, 광역·기초비례 24명이다. 지난 2002년 선거 때 9명의 여성 비례의원에서 31명이 늘어나 가장 두드러진 약진을 보였다.

민주당은 강세 지역인 광주·전남을 중심으로 광역 1명, 기초 8명, 광역비례 5명, 기초비례 30명으로 모두 44명이 당선됐다. 국민중심당은 충청지역에서 약진을 보여 광역·기초의원 각각 1명씩 당선됐고, 기초비례의원은 9명으로 모두 11명이다. 무소속은 기초의원 3명만이 당선됐다.

전문가들은 "초반에는 어느 선거 때보다 '여풍'이 강할 것으로 감지되었으나, 인물이나 정책이 아닌 정당 바람에 여성은 없었다"고 분석했다.


선거 전 각종 여론조사에서는 같은 조건이라면 여성을 뽑겠다는 유권자 응답이 80%에 달할 정도로 여성후보에 대한 유권자들의 호감도가 매우 높은 것으로 나타났지만 결국 유권자들의 투표 행위로 이어지지 못한 것이다.

지방의원 유급제, 기초의원 정당공천제 도입, 중선거구제 도입 등 달라진 선거제도가 여성들의 지방자치 참여를 가로막는 장벽이 된 것으로 지적됐다.


특히 지역에서 풀뿌리 생활정치 실현에 앞장서며 재선·3선에 도전했던 무소속 여성후보들이 대거 낙선해 여성들의 생활정치 참여가 크게 폄훼되었다는 안타까운 지적도 나오고 있다.

또 각 정당들이 여성 할당 30%, 비례대표 50% 등 여성후보 공천 확대를 약속했지만, 결국 '눈 가리고 아웅' 식이었다는 평가다. 지난 5월 17일 중앙선관위에 후보 등록을 마친 각 정당 여성후보들은 1481명으로 전체 후보자 1만2213명 중 9%에 지나지 않았다.

권미혁 생활자치맑은정치여성행동 공동대표는 "기초의원까지 확대된 정당공천제로 인해 주민 생활정치를 위해 애써온 풀뿌리 여성후보들이 의회 문턱에서 좌절했다"며 "정당과 지역토호들이 결탁해 자리 나눠먹기 식으로 이루어지는 지방선거 정당공천제는 재검토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번 지방선거 결과에서도 나타났듯이 여성들의 정치참여를 확대하기 위해서는 정당의 여성인재 발굴과 육성에 대한 의지가 가장 중요한 요소임이 확인됐다. 이번에 3명의 여성 기초단체장을 배출한 힘은 바로 정당이 당선 가능 지역에 여성후보를 전략 공천했기 때문이다.

김민정 서울시립대 교수는 "장기적으로 보면, 이들 여성 기초단체장의 릴레이 당선이 여성 인재 풀이 넓어지는 데 기여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이번 지방선거를 통해 여성 정치 세력화의 발판이 더욱 공고해지는 계기를 마련했다는 측면에서 의미있는 성과도 있었다고 분석했다.

먼저 여성후보 출마율이 역대 선거에 비해 두 배 가까이 늘어난 것을 꼽았다. 각 정당이 광역·기초의원 비례대표 홀수를 여성에게 할당해 여성 출마자 수가 2002년 3.6%에서 12% 수준으로 크게 늘어난 것이 주 요인이다. 처음으로 광역단체장 여성후보가 4명이나 나왔고, 기초단체장 출마자가 2002년 선거 때 8명보다 훨씬 많은 23명으로 늘어난 것도 눈여겨볼 만한 일이다.

오유석 여성정치세력민주연대 대표는 "정당에 좌우되는 선거 풍토에서 여성후보들이 여성이라는 장점을 부각시키기엔 역부족이었다"며 "유권자들의 정치 무관심이 여전했고 생활정치에 대한 인식도 부족했다"고 평가했다.

주 진 기자 jj@iwoma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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