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항상 브라질은 월드컵 우승 0순위일까

[서평]8개 축구 강국의 역사를 다룬 SHO'w의 <이것이 진짜 축구다>

등록 2006.06.05 15:44수정 2006.06.05 16: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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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림
2006년 독일월드컵이 코앞으로 다가왔다. 세계 많은 사람들의 눈과 귀가 축구공 하나에 쏠려 있다. 우리나라 사람들의 최대 관심사는 우리 대표팀이 16강에 안착할 수 있는지 여부다. 그리고 누가 우승컵을 거머쥘지, 누가 가장 많은 골을 넣을지 등도 큰 관심사다.

많은 외국 언론은 우리나라가 16강에 오르지 못할 것으로 본다. 하지만 우리나라 사람 대부분은 우리 대표팀이 16강에 오를 수 있을 것으로 확신하고 있다. 우리 대표팀은 박지성을 주축으로 2002년 월드컵을 경험한 선수들과 젊은 선수들이 조화를 이루고 있고, 히딩크에 이어 아드보카트 감독이 구사하는 '토털풋볼'에 선수들이 많이 적응돼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올해 월드컵의 주인은 누구일까? 많은 우리나라 사람은 물론 대부분의 외국 언론은 두 나라를 예견하고 있다. 바로 개최국 독일의 전차군단과 삼바축구의 대명사 브라질이다. 만에 하나라도 이변이 일어난다면, 월드컵은 누가 차지할까? 프랑스, 잉글랜드, 네덜란드, 이탈리아, 그리고 스페인과 아르헨티나 정도를 꼽을 수 있을 것이다.

왜 그렇게 예견되는 것일까? SHO'w의 <이것이 진짜 축구다>(살림·2006)를 보면 그 이유를 알 수 있다. 이 책은 1930년대부터 현재까지의 축구 역사 속에서, 가장 강력하게 축구 역사를 주도해 온 8개 국가를 중점적으로 분석하고 있다.

"축구를 둘러싼 파란만장한 이야기를 제대로 더듬기 위해서는 세계 축구의 역사를 주도해 온 축구강국을 중점으로 살펴보지 않을 수 없다. 그래서 우리는 이 책의 대부분을 지난 100년 동안 축구에 목숨을 걸어온 8개 축구강국의 축구 역사와 축구문화로 채웠다."(<이것이 진짜 축구다>의 머리말)

왜 브라질은 항상 우승후보인가

먼저 올해도 우승 후보로 꼽히는 브라질을 잠깐 더듬어 보자. 흔히 브라질 축구를 '삼바축구'라고 한다. 이는 가난과 맞물려 있다. '삼바(Samba)'는 앙골라어 셈바(Semba)에서 유래한 말로서, 아프리카에서 끌려 온 노예들이 슬픔과 고통을 잊기 위해 고향에서 불렀던 노래와 춤을 뜻한다. 그리고 그것은 축구에 자연스럽게 접목되었다. 교육과 복지에서 소외된 브라질의 많은 사내아이들은 골목과 해변을 누비며 온종일 축구에 매달려 왔다.


가난한 아이들은 축구선수로서의 꿈을 포기하지 않고, 어떤 환경에도 굴하지 않고 자기 몸을 스스로 단련해 나갔다. 그들은 시멘트 바닥이건, 모래밭이건, 계단에서건 장소를 가리지 않았다. 뒷골목과 해변 백사장에서의 축구 경기는 체계적인 교육 대신 엄청난 창조성을 길러냈다. 바로 이것이 딱딱한 규칙과 엄한 코치를 뛰어넘은 세계적인 삼바축구의 힘이다.

브라질은 1930년 제1회 우루과이 월드컵부터 2006년 18회 독일월드컵까지 본선에 진출한 유일한 나라다. 현재 브라질 대표팀은 브라질 역사상 최고의 드림팀으로 불리는 1970년의 대표팀과 비견되고 있다.


현재 브라질 대표팀에는 축구 황제 호나우두와 세계 최고의 테크니션 호나우지뉴를 비롯해 카카, 아드리아누, 주닝요, 카를로스, 카푸, 디다 등 초 A급 선수들이 즐비하다. 이밖에도 호비뉴와 시시뉴, 그리고 프레드 등 무섭게 성장하는 젊은 선수들이 많다. 파헤이라 감독은 2006년 독일 월드컵에서 어떤 선수를 선발로 써야 할지 행복한 고민에 잠겨 있을 것이다.

그럼 축구 기술을 가장 많이 수출한 나라는 어디일까? 바로 네덜란드이다. 2006년 독일 월드컵에 출전하는 32개국 중 4팀의 감독이 네덜란드 출신이다. 한국의 딕 아드보카트, 네덜란드의 마르코 반바스텐, 트리니다드토바고의 레오 벤하커, 그리고 현재 가장 높은 평가를 받고 있는 호주의 거스 히딩크 감독이 그들이다.

네덜란드 축구가 그렇게 많은 감독을 배출 할 수 있는 까닭은 무엇일까? 그 이유는 '토털풋볼'에 있다. 이른바 '전원수비·전원공격'을 통해 상대를 압박하는 축구가 그것이다. 2002년 우리나라 대표팀을 맡았던 히딩크 감독이 바로 그 축구를 구사했고, 아드보카트 감독도 그 계보를 잇고 있다.

네덜란드는 최고 축구 수출국

사실 과거 우리나라가 본 프레레 감독을 영입해 왔을 때, 히딩크 감독은 '한국은 실수했다. 본프레레는 2류다'라고 악담을 했다. 그 까닭이 무엇이겠는가? 그것은 본프레레 감독이 미헬스로 시작되는 토털풋볼의 계보에서 상당히 비껴나 있기 때문이다.

"처음 토털풋볼이라는 전술을 발명한 사람은 20세기 초반 아약스의 감독이었던 잭 레이놀즈였지만 통용되기에 다소 이른 감이 있었던 토털 풋볼은 별다른 빛을 보지 못했다. 하지만 그 때 레이놀즈 휘하에서 뛰고 있던 한 선수는 토털풋볼의 무궁무진한 가능성을 점치고 있었다. 이 사람이 바로 훗날 20세기 최고의 감독이라는 명예로운 타이틀을 얻게 되는 리누스 미헬스다."(69쪽)

그러나 토털풋볼의 문제점이 없는 것은 아니다. 현재 그 비밀설계도가 세계 모든 축구계에 유출돼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네덜란드가 앞으로도 세계 축구의 강자로 남으려면 토털풋볼에 또 다른 네덜란드만의 요소를 추가해야 할 것이다. 그래야만 앞으로도 끊임없는 축구 수출국으로 남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반대로 세계에서 축구 기술을 가장 많이 수입한 나라는 어디일까? 세계의 축구 선수들을 자국선수로 가장 많이 영입하고 있는 나라는 바로 프랑스이다. 그만큼 프랑스는 대표팀 멤버의 대부분을 외국계 선수들로 채워 넣고 있다.

프랑스 축구를 상징하는 지네딘 지단은 아프리카 북부 알제리 이민 2세이며, 티에리 앙리의 조상은 모로코의 베르베르족 출신이다. 그리고 지브릴 시세는 코트디부아르 사람의 아들이다. 어디 그 뿐인가? 패트릭 비에이라는 세네갈, 클라우드 마켈렐레는 콩고 민주 공화국, 장 알렝 붐송은 카메룬, 릴리앙 튀랑은 중남미 과달로프가 고향이다. 그리고 트레제게는 아르헨티나 이민 2세이다.

이는 프랑스 축구계에도 관용의 정신인 똘레랑스가 적용되고 있는 방증이기도 하다. 어느 나라 출신이든지 그들이 원하기만 하면 프랑스에서 뛸 수 있는 기회를 준다. 그러나 최근 이주민들에 대한 허술한 정책으로 인한 대규모 폭동으로 똘레랑스에 금이 가기 시작했다.

앞으로도 프랑스 축구가 해외에서 선수들을 들여오는 최대 축구 입국으로 남을지는 지켜봐야 한다. 만약 그렇지 않다면 프랑스 축구는 하루속히 자국 내의 젊은 피들을 수혈해야만 한다. 그렇게 해야만 원기 왕성한 아트축구를 계속 이어 갈 수 있기 있다.

이밖에도 이 책에서는 베컴과 오웬, 그리고 웨인루니가 뛰고 있는 축구 종주국 잉글랜드를 비롯해, 승리를 위하는 길이라면 어떠한 반칙이라도 허용하고 부추기는 이탈리아, 게르만 부족의 군대식 축구의 기원을 다루는 전차부대 독일, 투우사 기질로 미드필드 장악에 온 심혈을 기울여 온 스페인, 그리고 축구 신동 마라도나의 전설을 다시금 발로 쓰고자 애쓰는 아르헨티나의 축구 역사도 엿볼 수 있다.

이것이 진짜 축구다 - 끝나지 않은 축구전쟁의 역사

SHO'w 지음,
살림, 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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