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율 "대법원 판결, 시작 알리는 종소리"

9일 '도롱뇽 소송' 기각 결정에 따른 소감 밝혀 ... 도롱뇽 친구들에게 보내

등록 2006.06.09 17:30수정 2006.06.09 1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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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지율 스님은 지난 2일 오후 대법원 결정 이후 전교조 부산지부 사무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입장을 열고 결정문을 받아본 뒤 전체적으로 판단할 것이라고 밝혔다.

지율 스님은 지난 2일 오후 대법원 결정 이후 전교조 부산지부 사무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입장을 열고 결정문을 받아본 뒤 전체적으로 판단할 것이라고 밝혔다. ⓒ 윤성효


"제게는 이 판결문이 시작을 알리는 무거운 종소리로 들립니다."

천성산 지킴이 지율 스님이 대법원의 '도롱뇽 소송' 기각결정 이후 결정문을 본 뒤 '도롱뇽의 친구들'에게 9일 전자우편을 보내 소감을 밝혔다. 대법원은 지난 2일 기각결정을 내렸는데, 지율 스님은 7일 변호사를 통해 결정문을 받아보았다.

지율 스님은 "결정문을 서너 차례 다시 읽으면서 비로소 이제 천성산이 눈을 뜨고 걸음마를 시작하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면서 "지난 5년 동안 저는 영화 '트루먼쇼'의 주인공처럼 그들이 만들어 놓은 무대 위에서 단 한발자국도 나아가지 못했으며 이 판결문을 통해 그 마지막에는 허상이 있다는 것을 비로소 깨달았다"고 밝혔다.

다음은 지율 스님이 9일 도롱뇽의 친구들에게 보낸 전자우편의 내용이다.

"법원 판경에 온기 느끼길 기대했건만 ..."

도롱뇽 소송의 원고 대리인인 저희는 참으로 유감스럽게도 언론을 통하여 도롱뇽 소송 기각에 대한 보도를 접한 지 닷새가 지나서야 비로소 이 판결문 전문을 받아 볼 수 있었습니다.

법원이 내놓은 보도자료 결과에 대하여 언론과 여론에 "2조원 날린 도롱뇽 소송"이라고 하는 식의 무서운 비판 보도가 지나 간 후입니다.

저는 마치 아무런 항거도 할 수 없던 무서운 폭풍이 지나간 후 폐허에 남은 심정으로 이 뒤늦은 판결문을 받아 보았고 판결문을 읽는 눈이 자꾸 흐려져 글자를 지우면서 카프카의 말처럼 "법은 우리를 지배하고 있는 소수 계급의 비밀" 이며 우리가 기대했던 법은 어쩌면 처음부터 이 세상에 있지도 않았던 것이 아닐까하고 의심하였습니다.

그런데 정말 이상한 것은 이 판결문을 서너 차례 다시 읽으면서 비로소 이제 천성산이 눈을 뜨고 걸음마를 시작하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는 것입니다.

지난 5년 동안 저는 영화 ‘투르먼쇼’의 주인공처럼 그들이 만들어 놓은 무대 위에서 단 한발자국도 나아가지 못했으며 이 판결문을 통해 그 마지막에는 허상이 있다는 것을 비로소 깨달았습니다.

그러기에 이 판결문은 천성산, 도롱뇽 소송의 판결문이 아니라 바로 이 시대를 진단하는 판결문으로 이토록 확연하게 이 시대를 이야기하는 판결문을 다시 보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생각이 문득 들었습니다.

무엇보다도, 지난 5년 동안 고속철도 백지화나 우회노선이 우리의 답이 아니었고 생태계 보존지역과 습지 보존지역 등 10개의 법적 보존지역으로 중복 지정되어 있는 천성산에 대하여 단한번이라도 제대로 된 환경영향평가를 해달라는 것이 우리의 주장이었습니다.

어찌 생각하면 너무나 당연한 그 주장을 수용하게 하기 위하여 우리는 지난 5년 동안 거리에 섰으며 마침내 여.야 국회의원 90여명의 동의를 얻고 총리실의 인준을 거치면서 최초로 시추와 정밀조사 과정을 거쳐 6개월의 환경 영향 평가를 실시하였습니다.

그러나 양측의 전문위원들이 실시했던 이 정밀조사 결과에 대하여 법원은 단 한마디의 언급도 없이 3년 전, 대한지질공학회라고 하는 사설 영리단체가 실시한 환경 영향평가서와 3 분의 연구원이 불과 3일 동안 천성산을 답사하며 실시했던 환경정책평가 연구원의 보고서를 판결의 원문으로 삼고 있습니다.

지난 날 고등법원의 김종대 판사님께서 재판과정이 담긴 속기록까지 파기하며 "비록 3일간의 짧은 조사 기간과 절차상의 하자는 인정 된다하더라도 환경의 최고 기관인 환경부에서 보내 온 결정이라 번복 할 수 없다"고 하며 진정성을 덮고 진행중이던 재판을 돌연 종결 시켜 버렸던 그 판례를 그대로 적용하고 있습니다.

이것이 여성과 소수자의 이익을 대변하겠다고 했던 최초의 여성 대법관이 내린 판결문이라고 믿기에는 우리의 기대가 너무 컸던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환경영향공동 조사가 실시되고 있던 지난해 9월 산림청에서 발표한 여론 조사 결과에 따르면 천성산 개발공사에 대해서는 50.7%가 '수정보완 후 진행'을 원했으며 '개발계획 백지 후 보전'이 26.0%, '당초 계획대로 진행'이 21.3% 으로 나타난 점으로 미루어 보면 왜 그분들이 10억 이상의 용역비를 들여 양측 전문가들이 실시한 최근의 공동조사 결과를 버리고 3년전 결과를 수용하지 낳으면 안되었는지, 감히 미루어 짐작 할수 있습니다.

그러기에 이 판결문은 그동안 고속철도 공단의 주장의 허구로 드러나고 개발의 당위성을 찾지 못하자 시민들의 눈을 가리기 위해-그동안의 조사 보고서 중 가장 과학적이고 객관적인 용역을 수행했던 공동조사 보고서의 조사결과와 현제 천성산 주변에 일어나고 있는 늪과 계곡의 수량 감소, 저수지 고갈 문제와 지역 주민들의 식수난 등의 현상을 덮기 위하여 터널 공사가 시작되기 전-10개의 터널을 뚫어도 물 한 방울 새지 않는다고 했던 2003년도에 작성 된 지질 공학회의 보고서를 택할 수밖에 없었던 것은 아닐까하는 의구심을 떨치기 어렵습니다.

이제 판결의 승패를 떠나 법원의 판결에 온기를 느낄 수 있기를 기대 했던 마음과 도와 달라고 외치던 말없는 산하를 가슴에 묻지만 우리의 눈과 발걸음으로 천성산의 역사를 지켜보고 그 기록을 후대에 남겨 그들로 하여금 우리의 산하의 아픔을 증언하게 할 것이며 그 책임의 소재를 다시 묻게 될 것입니다.

그동안 소송에 함께하여 주셨던 도롱뇽 친구들께서는 이 원문을 잘 복사하여 읽어주시기 바랍니다. 제게는 이 판결문이 시작을 알리는 무거운 종소리로 들립니다

-지율 합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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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부산경남 취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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