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도 산행, 물 위를 걷는 것 같아요

전북 부안군 위도 망금봉을 가다

등록 2006.06.12 08:21수정 2006.06.12 1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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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금도, 상왕등도, 하왕등도 등 6개의 유인도와 24개의 무인도로 이루어져 있는 섬 위도는 고슴도치를 닮았다하여 고슴도치섬 즉 고슴도치 위(蝟) 자를 써서 '위도'라 합니다.
정금도, 상왕등도, 하왕등도 등 6개의 유인도와 24개의 무인도로 이루어져 있는 섬 위도는 고슴도치를 닮았다하여 고슴도치섬 즉 고슴도치 위(蝟) 자를 써서 '위도'라 합니다.서종규

파장금, 딴시름, 벌금, 정금 도장금, 깊은금, 영금, 살막금, 석금, 대멀 모두 위도에 있는 지명입니다. 식도, 정금도, 상왕등도, 하왕등도 등 6개의 유인도와 24개의 무인도로 이루어져 있는 섬 위도는 고슴도치를 닮았다하여 고슴도치섬 즉 고슴도치 위(蝟)자를 써서 '위도'라 합니다.

위도는 허균이 <홍길동전>에서 꿈꾸었던 ‘율도국’의 실제 모델로 알려질 만큼 풍요롭고 아름다운 섬이라고 알려져 있습니다. 벌떼처럼 돈을 가지고 들어온다는 벌금리 등 70년대엔 서해의 고기떼들이 집결하여 파시를 이루는 황금어장을 이루었던 곳입니다.


위도는 일주도로 총 26km 해안선을 따라 절경이 계속 이어져 있답니다. (치도리 바닷가 모습)
위도는 일주도로 총 26km 해안선을 따라 절경이 계속 이어져 있답니다. (치도리 바닷가 모습)서종규

위도는 최근 소용돌이의 섬이었습니다. 1993년 10월 서해훼리호 침몰사고로 292명의 아까운 목숨을 잃었던 곳이죠. 그리고 핵폐기물저장소로 지정되어 부안군을 중심으로 방폐장 반대 투쟁의 핵이 되었던 곳입니다.

부안군에서는 위도의 관광 자원화를 위하여 1억7천만 원을 들여 파장금-시름-개들넘-진리-전막 간 12.5㎞의 등산로와 시름-위령탑(2㎞), 진리-해수욕장(2㎞) 간 4㎞의 보조 등산로 등 총 연장 16.5㎞의 섬내 종주 등산 코스를 완공하여 등산객을 유치하고 있다고 합니다.

70년대 고깃배들로 불야성을 이루던 이 섬이 이제는 낚시와 해수욕 등 휴양 단지로 각광을 받고 있다고 합니다.
70년대 고깃배들로 불야성을 이루던 이 섬이 이제는 낚시와 해수욕 등 휴양 단지로 각광을 받고 있다고 합니다.서종규

산을 좋아하는 ‘풀꽃카페 토요산행’팀 49명은 6월 10일(토) 7:00 위도 등반을 위하여 광주에서 출발하였습니다. 출발부터가 불안하였습니다. 일기예보에 중부지방에 비가 내릴 것이고 오후에는 남부지방까지 확대된다고 하였습니다.

출발하기 전에 위도 선착장 터미널에 전화를 하여 확인하였더니, 위도에 들어가려는 8:40 배가 돌풍이 심하여 결항을 한다고 합니다. 처음부터 차질이 생겼습니다. 다행히 9:40 배가 예정대로 출항한다고 하여 전북 부안군 격포항으로 향하였습니다.

격포에서 출항하여 위도를 향하는 서해에 떠 있을 때, 바람이 거칠게 불어왔습니다. 파도가 거칠었고, 배는 약간씩 출렁거렸습니다. 첫 배가 결항하여 배에는 승선한 사람들과 승용차들이 가득했습니다.


위도는 70년대엔 서해의 고기떼들이 집결하여 파시를 이루는 황금어장을 이루었던 곳입니다. (어촌 실막금)
위도는 70년대엔 서해의 고기떼들이 집결하여 파시를 이루는 황금어장을 이루었던 곳입니다. (어촌 실막금)서종규

10:30 위도 파장금선착장에 도착했습니다. 우리는 등산로 마지막 구간이 전막에서 돌아오는 코스를 택하여 위도에 유일한 공영버스를 탔습니다. 버스기사 백은기씨는 위도에 대한 자세한 관광안내를 하기 시작했습니다. 70년대 고깃배들로 불야성을 이루던 이 섬이 이제는 낚시와 해수욕 등 휴양 단지로 각광을 받고 있다는 것입니다.

“ 위도는 핵폐기장 건립에 소용돌이 속에서 벗어나 최근에 12km에 달하는 등산로의 정비로 등산객들이 많이 찾고 있습니다. 해수욕장의 샤워 시설이나 편의 시설 등이 모두 무료로 제공되고 있기 때문에 이제 위도는 서해안 고속도로와 연계된 전국적인 휴양 단지로 발전해 갈 것입니다.”


고운 모래와 울창한 숲을 가진 위도 고슴도치해수욕장, 깊은금해수욕장, 논금과 미영금 등 알려지지 않은 한적한 해변 등 일주도로 총 26km 해안선을 따라 절경이 계속 이어져 있답니다.

한 개의 봉우리를 넘으면 다른 고개가 나오고 다시 다음 고개가 궁금해 봉우리를 넘습니다. (망금봉의 모습)
한 개의 봉우리를 넘으면 다른 고개가 나오고 다시 다음 고개가 궁금해 봉우리를 넘습니다. (망금봉의 모습)서종규

11:00 전막에서 산행을 시작하였습니다. 등산 코스는 평범한 산길이었습니다. 위도 전체를 남북으로 가로지르는 망금봉(241m)과 도제봉, 그리고 방월봉(254m)의 12km 산행입니다.

등산하기 시작하면서부터 천연의 원시림 사이를 뚫고 나아가기 시작했습니다. 떡갈나무잎이 큼직큼직하고, 분재로 많이 쓰이는 나무들이 해송과 소사나무가 가득하였습니다. 간밤에 내렸던 비로 아직도 나뭇잎에는 물방울들을 머금고 있었고, 원시림을 뚫고 나가는 기분이 상쾌했습니다.

간밤에 내렸던 비로 아직도 나뭇잎에는 물방울들을 머금고 있었고, 원시림을 뚫고 나가는 기분이 상쾌했습니다.
간밤에 내렸던 비로 아직도 나뭇잎에는 물방울들을 머금고 있었고, 원시림을 뚫고 나가는 기분이 상쾌했습니다.서종규

20여분 능선을 타고 올라가지 사방이 다 보였습니다. 섬 산행은 능선 양쪽으로 펼쳐진 푸른 바다의 아름다움을 보는 즐거움입니다. 날씨가 흐렸고, 우중충한 하늘로 인하여 시야가 좋지 않았습니다. 맑은 날이면 고군산 열도인 선유도와 새만금 방파제, 고창 선운사와 철산 앞 바다가 한 눈에 보인다는데 겨우 아래 바닷가와 어촌의 모습만 눈에 들어와 안타까웠습니다.

불어 올라오는 바람이 가슴을 시원하게 씻어주었습니다. 위도의 능선은 바다 위의 산, 구름이라도 한 줄기 일어난다면 구름 위에 있는 산이 될 것입니다. 우리들은 물 위를 걷는 기분으로 양옆의 바다를 내려다보며 앞으로 나아갔습니다. 동행한 최재원씨는 봉우리가 계속 나타나는 산행의 맛을 보이지 않은 미지의 세계에 대한 충동이라고 말하였습니다.

“산줄기는 끝없이 이어집니다. 정상에 올랐다고 끝난 것이 아니겠지요. 정상에서 아래를 바라보면 다른 방향으로 이어지는 많은 산줄기가 보입니다. 다시 되돌아오는 것보다 가보지 않은 저 미지의 길로 한없이 달리고 또 달리고 싶은 충동을 느낍니다. 한 개의 봉우리를 넘으면 다른 고개가 나오고 다시 다음 고개가 궁금해 봉우리를 넘습니다. 그렇게 반복되는 산줄기, 따분해서 그냥 하산하면 될 것을 고개마다 봉우리마다 보이는 세상이 달라 계속 걸음이 이어집니다.”

산 위에서 내려다 본 위도의 절경들(깊은금해수욕장의 모습)
산 위에서 내려다 본 위도의 절경들(깊은금해수욕장의 모습)서종규

12:30에 망금봉(241m)에 도착하였습니다. 모두 배낭을 내려놓고 점심을 먹었습니다. 산행 중 가장 즐거운 시간이라고 할까요. 습도가 많은 산행이라서 연신 땀을 훔치던 일행들이 갑자기 활기차졌습니다가. 사방 푸르게 펼쳐진 바다를 보며 산에서 먹는 점심의 멋에 섬 산행을 하는가 봅니다.

점심을 먹고 막 출발하였는데, 갑자기 휴대폰 벨소리가 울렸습니다. 여객선 터미널에서 온 연락입니다. 오후 5:10 배가 결항할 지 모른답니다. 그래서 오후 2:00 배를 승선해 달라는 것입니다. 먼바다에 푹풍우가 몰아치고 있다는 것입니다.

정말 아쉬운 결정이었습니다. 등산 도중에 하산하여야 하는 심정을 어떻게 설명할 수 있겠습니다. 일행들이 모두 아쉬워했습니다. 공영버스 기사에게 전화를 하여 버스를 탈 수 있게 부탁하였고, 미리 출발한 일행들에게 멈추라고 전화를 하였습니다. 휴대전화가 이렇게 절실한 것을 산 위에서 느꼈습니다.

맑은 날이면 고군산 열도인 선유도와 새만금 방파제, 고창 선운사와 철산 앞 바다가 한 눈에 보인다는데 겨우 아래 바닷가와 어촌의 모습만 눈에 들어와 안타까웠습니다.
맑은 날이면 고군산 열도인 선유도와 새만금 방파제, 고창 선운사와 철산 앞 바다가 한 눈에 보인다는데 겨우 아래 바닷가와 어촌의 모습만 눈에 들어와 안타까웠습니다.서종규

위도 산행 절반에서 하산한 우리 일행은 오후 2:00 배에 몸을 실었습니다. 바람은 약간 불었지만 들어 올 때의 바다와 비슷하였습니다. 오후 3:00 격포항에 도착했을 때에 배가 다시 위도에 들어갔다가 나온다는 소식도 들렸습니다. 너무 큰 아쉬움 때문에 속았다는 말이 떠다녔습니다.

목욕을 하고 변산반도에서 출발하는 오후 6:00, 갑자기 앞이 캄캄해졌습니다. 천둥과 번개가 앞을 가로막았습니다. 차는 출발하였지만 쏟아지는 장대비가 차창에 흘러내렸습니다. 먼바다에서 불어닥친 폭풍우가 이제 육지까지 도착한 것입니다. 우리 모두는 말을 멈추었습니다.

섬 산행은 능선 양쪽으로 펼쳐진 푸른 바다의 아름다움을 보는 즐거움입니다.
섬 산행은 능선 양쪽으로 펼쳐진 푸른 바다의 아름다움을 보는 즐거움입니다.서종규

일행 중 김용대씨는 살다보면 가끔은 80% 정도에서 만족하고 일어설 때가 더 아름다울 수도 있다고 말하면서, 아직 완성을 이룩하지 못한 자는 그렇기 때문에 또 다음 목표를 부단히 설정할 수 있고, 무엇보다 그 과정에서 겸손을 배울 수 있기 때문에 아름답다고 위로하였습니다.

“문득, 지난번 신문에서 읽은, 에베레스트 정상 부근에서 어떤 다른 팀의 한 조난자를 발견하자 충분히 정상정복을 할 수 있는데도 과감하게 포기하고 그를 구해 돌아온 휴먼스토리가 생각납니다. 자연과 신 앞에 겸손 할 수 있는 지혜에서도 더 많은 관용과 아름다운 인간미를 엿볼 수 있었습니다.”

폭풍우가 몰아온다는 연락을 받고 급하게 산을 내려와 버스를 기다리는 동안 동행한 청소년들은 바닷가를 마냥 즐거워합니다.
폭풍우가 몰아온다는 연락을 받고 급하게 산을 내려와 버스를 기다리는 동안 동행한 청소년들은 바닷가를 마냥 즐거워합니다.서종규

덧붙이는 글 | 격포항 여객선 터미널은 두 곳에서 매표를 합니다. 따라서 배 시간이나 운항에 대하여 두 곳에 문의를 해야 하는 불편이 있습니다. 부안군에서는 격포항 위도 터미널에 공영제가 이루어져 관광객들의 불편을 최소화해야 할 것 같습니다.

덧붙이는 글 격포항 여객선 터미널은 두 곳에서 매표를 합니다. 따라서 배 시간이나 운항에 대하여 두 곳에 문의를 해야 하는 불편이 있습니다. 부안군에서는 격포항 위도 터미널에 공영제가 이루어져 관광객들의 불편을 최소화해야 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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