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명에서 대한민국 해군 의지를 읽는다

9일, SS-072 '손원일함' 진수식 열려

등록 2006.06.12 10:26수정 2006.06.12 1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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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2006년 6월 9일 진수식을 가진 '손원일함'

2006년 6월 9일 진수식을 가진 '손원일함' ⓒ 대한민국 해군

지난 6월9일 울산 현대중공업에서는 대한민국 해군의 최신예 잠수함 '손원일함' 진수식이 열렸다. 손원일함은 214급 잠수함으로 기존 해군이 보유하고 있는 209급에 비해 공기불요장치(AIP: Air Independent Propulsion)를 탑재해 수중 작전능력이 크게 향상되어 보다 본격적인 원양작전을 기대할 수 있다.

고 손원일 제독은 일제 강점기에 중국에서 무역업에 종사하며 임시정부에 자금을 지원했다. 그는 강대국의 힘이 해군력에 있음을 통감하고 해군 창설을 꿈꿔왔다. 해방을 맞아 1945년 11월 11일에 대한민국 해군의 모태가 되는 해방병단(海防兵團)을 창설했고 대한민국 초대 해군참모총장과 제5대 국방부장관을 역임했다.

a 대한민국 해군의 아버지 고(故) 손원일 제독

대한민국 해군의 아버지 고(故) 손원일 제독 ⓒ 대한민국 해군

해군 군함은 외국의 항만이나 해역에 있어도 그 나라 주권에 따르지 않고 자기 나라 주권을 따르는 존재이기 때문에 각 나라들은 해군 함명을 지을 때 여러 의미를 부여한다.

미 해군의 경우 과거에는 지명이나 격전지 이름을 붙였고 최근에 와서는 사람 이름을 붙이기도 하는데 최근엔 신형 상륙함에 '뉴욕함'이라는 이름을 붙이고 9.11 테러로 무너진 세계무역센터 잔해를 재가공해서 뱃머리 강철로 장착하기도 했다.

우리나라 해군은 지금까지 각 행정 구역 이름을 붙이기도 했고 섬 이름을 붙이기도 했는데 최근에 와서 사람 이름을 붙이기 시작했다. 해군 작전능력을 한 단계 높인 것으로 평가받는 209급 잠수함들에는 바다를 지킨 역사인물 이름이 함명으로 부여되어 장보고, 최무선, 이억기 등이 쓰였다. 또 한국형 구축함인 KD-1에는 광개토대왕, 을지문덕, 양만춘이 붙여졌고 KD-2에는 이순신, 문무대왕, 대조영 등이 명명되었다.

'손원일함'은 대한민국 해군 출신 이름으로 처음 명명되는 함명이다. 일본에 나라를 빼앗긴 상황에서 해군을 꿈꾸고 해방과 한국전쟁이라는 어려운 시기에 해군을 창설하고 이끈 고 손원일 제독의 이름이야 말로 제한된 전력을 바탕으로 주변 강대국들에 맞서 바다를 지키고 주권을 지켜야 하는 대한민국 해군에게 절실한 이름일지도 모른다.

노무현 대통령은 대한민국이 '동북아 균형자'로 자리매김할 것을 주장했는데 여기에는 세 가지 힘이 빠짐없이 필요하다. 첫째는 민주화된 정치력을 바탕으로 하는 세련된 외교의 힘이고 둘째는 안정적으로 성장하는 경제의 힘이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영해 방어는 물론이며 대양작전도 충분히 수행하는 해군의 힘이다.


세 가지 모두 절실한 과제이며 지금 시험대에 오른 과제이지만 특히 해군력 강화는 여기에 많은 재원을 배려할 수 없는 우리 상황과 오히려 해군력 증강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주변국 사정을 고려할 때 임무는 막중한데 밑천은 빈약한 상태다.

그럼에도 주변국과 격차를 꾸준히 좁혀 가고 있는 것은 해군의 눈물겨운 노력에 많은 공이 있을 것이고 그러기에 함명으로 명명된 손원일 이름 석자가 이런 노력을 이끌어주는 좋은 길잡이요 수호신이 되었으면 하는 마음이다.


독도함, 안용복함, 윤영하함


최근 독도를 둘러싼 대립에서도 드러났듯이 영해 수호라는 과제를 놓고 볼 때 일본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 한국과 일본의 해군력을 비교하는 견해는 자료와 해석에 따라 여러 의견이 있지만 최소로 잡아도 일본이 한국에 비해 적어도 3배 이상의 전력을 가지고 있다고들 하며 학자에 따라서는 10배까지도 보는 경우가 있다.

해군은 지난 5월 시험운항에 들어간 대형수송함(LPH) 1번함을 '독도함'으로 명명한 바 있다. 일본은 독도함 명명에 대해 관방장관과 외무성 대변인까지 나서 불쾌감을 표시했지만 우리 정부와 해군은 이를 일축함으로써 독도 수호에 대한 단호한 의지를 드러낸 바 있다.

아쉬운 점은 각각 마라도함과 백령도함으로 명명되었던 독도급 대형수송함 2번함과 3번함 건조가 보류(또는 취소)되었다는 점이다. 이름 그대로 동해, 서해, 남해를 대표한다는 뜻도 있고 원래 군함은 최소 세 척은 있어야 각각 작전/훈련/보수를 하며 안정적인 전력화가 가능하기 때문에 살려 내거나 새로운 급을 건조할 계획을 세웠으면 하는 바람이다.

일본은 현재 4척의 이지스함을 보유하고 있고 2008년까지는 2척의 신형 이지스함을 추가로 보유하게 되는 데 비해 아직 우리나라는 이지스함을 가지고 있지 않다. 그래서 많은 기대를 받고 있는 것이 2012년까지 모두 3척이 배치될 예정인 KDX-3인데 1번함의 이름이 일본까지 쫓아가 독도 문제를 담판지은 '안용복함'으로 명명되었다. 안용복은 당시 민간인 신분이었기 때문에 대한민국 함명으로 쓰이는 첫 민간인 이름이 된다.

또 2번함에는 베트남에서 목숨을 바쳐 전우들을 구한 고 지덕칠 중사의 이름이, 3번함에는 지난 2002년 서해교전에서 장렬히 산화한 참수리 357호 고 윤영하 정장의 이름이 명명된다. 손원일함이 제독 이름이라면 '지덕칠함'과 '윤영하함'은 부사관과 장교 이름으로는 처음 명명되는 함명이 된다. 두 사람 모두 격전의 현장에서 맞서 싸우다 산화한 이들이라는 공통점을 갖고 있어 악조건 속에서 분투하는 해군의 의지를 느끼게 한다.

덧붙이는 글 | 기자는 국어능력 인증시험(KET) 시행본부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덧붙이는 글 기자는 국어능력 인증시험(KET) 시행본부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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