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초는 있다, 없다?

[달내일기4]채소는 언제나 채소이며, 잡초는 언제나 잡초일까?

등록 2006.06.12 15:57수정 2006.06.13 15: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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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도시를 떠나 전원생활을 하려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그들에게 있어 야채를 심고 가꾸어 싱싱한 채로 그냥 따먹을 수 있는 텃밭 가꾸기는 농촌 생활의 별미일 게다. 그런데 텃밭을 가꾸다 보면 반드시 따르는 문제가 있으니 바로 잡초다. 아니 텃밭을 가꾸지 않고 마당에 잔디를 심어놓거나, 아무 것도 심지 않고 맨땅으로만 놔둬도 가장 골칫거리가 잡초다.

잡초를 사전에서 찾아보면, '경작지 안에서 재배하는 이로운 식물 이외의 것'으로 돼 있다. 그러니까 잡초는 해로운 거라는 말이다. 그런데 잡초는 늘 해롭고, 채소는 늘 이로운 것일까? 또 잡초는 늘 잡초이며, 채소는 늘 채소일까?

a  도라지밭 속의 머위

도라지밭 속의 머위 ⓒ 정판수

머위는 봄부터 여름까지 우리네 밥상에 오른다. 봄에는 쌉싸름한 맛을 주는 쌈으로 입맛을 돋워주다가, 여름이면 굵어진 그 줄기를 삶아서 초장에 무쳐먹기도 하고 들깨가루를 넣어 볶아먹기도 한다. 그러나 막 돋아나는 도라지밭에 그게 자라고 있다면 ….

a  완두콩밭 속의 상추

완두콩밭 속의 상추 ⓒ 정판수

상추는 다른 설명이 필요 없는 매우 요긴한 채소다. 그 위에 삼겹살을 얹어도, 구운 고등어를 얹어도, 아니 하다못해 밥을 얹어도 어울린다. 그리고 비료나 농약을 싫어하는 이들이 재배하기에 딱이다. 거름만 있으면 되니까. 그러나 완두콩밭에 있다면 ….

완두콩이라고 하여 늘 대접받는 건 아니다. 그도 정구지(부추)밭에 있다면 천덕꾸러기일 뿐.

a  정구지밭 속의 완두콩

정구지밭 속의 완두콩 ⓒ 정판수

이름을 알 수 없지만 달내마을의 산과 들에 흔한 보라색 꽃도 마찬가지다. 흔하다고 하여 예쁘지 않다는 건 절대 아니다. 아마 도시인들이 이곳에 들렀다가 마주치면 꺾어가 집안의 꽃병에 꽂아두거나 실내정원의 한 자리를 차지하고픈 충동을 주는 꽃이다. 그러나 그게 상추 사이에 피어 있다면 …

a  상추 속의 이름모를 예쁜 풀꽃

상추 속의 이름모를 예쁜 풀꽃 ⓒ 정판수

이런 예는 텃밭을 가꾸다 보면 무수히 들 수 있다. 그리고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럴 때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고 그냥 뽑아버린다. 그냥 뽑힌 그것들은 평소에는 채소나 아름다운 꽃이었지만 제 자리를 못 찾아 잡초가 돼 버린 것이다.

이런 경우가 작물에게만 해당할까? 우리 사는 세상에도 그런 사람들을 볼 수 있다. 애초에 잡초처럼 살아온 사람, 즉 제대로 대우받지 못하고 온갖 시련과 역경 속에 살아온 사람도 있을 것이고, 잡초가 아니었지만 어떤 연유로 하여 잡초 취급받는 이들이 있다.

나는 후자를 주목한다. 그런 사람들에게 정이 간다. 그들은 별종의 인간들이다. 어쩌면 지금 남들에게 왕따 당한 채 힘들게 생활하고 있을지 모른다. 그들은 모두 다 "예!" 할 때 "아니오!"라고 하는 사람들이고, 모두 다 "아니오!" 할 때 "예!" 하는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남들이 위험하다고 피할 때 그 위험을 자초하는 사람이고, 남들이 할 수 없다고 하는 일에 뛰어드는 사람들이고, 남들이 '이거다' 할 때 '그게 아니고 저거다' 하는 사람들이고, 어둡고 힘든 곳을 일부러 찾아가는 사람들이기도 하다.

그런데 요즘 그런 사람이 점점 줄어드는 것 같아 안타까울 때가 많다. 그래서 우리 밭에 자라고 있는 앞서 예로 든 잡초 취급받는 채소와 꽃(사진)은 다른 것들과 함께 자라도록 그냥 놔 둘 것이다. 다만 아내가 내 뜻을 받아줘야 할 텐데 ….

덧붙이는 글 | 달내마을은 경주시 양남면 월천마을에서 달 '月'과 내 '川'의 한자음을 우리말로 풀어 썼습니다. 예전에는 이곳을 '다래골(다래가 많이 나오는 마을)' 또는 '달내골'로 불리어졌답니다.

덧붙이는 글 달내마을은 경주시 양남면 월천마을에서 달 '月'과 내 '川'의 한자음을 우리말로 풀어 썼습니다. 예전에는 이곳을 '다래골(다래가 많이 나오는 마을)' 또는 '달내골'로 불리어졌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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