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신문
특히 <올림피아>에서 손기정 선수의 마라톤 골인 장면은 세계 스포츠사에 길이 남은 명장면으로 유명하다. 리펜슈탈은 나중에 손기정 선수 부분만 23분짜리 분량으로 재편집해 헌정하기도 했다.
히틀러의 밑에서 리펜슈탈의 재능은 빛을 발했지만 이는 전후 그의 몰락을 이끌어내는 원인이 되기도 했다. “나는 나치당에 가입한 적도, 유대인을 박해한 적도 없다. <의지의 승리>는 억지로 주어진 임무였으며, <올림피아>는 역사적인 행사를 객관적으로 기록했을 따름이다”라는 그의 주장이 받아들여져 죽음만은 면했으나 평생 영화계에 복귀할 수 없었다.
그는 60년대 중반 사진작가로 변신해 아프리카로 건너가 수단 누바족의 생활을 담은 사진집 <누바족의 최후>를 출간하며 새로운 인생을 시작한다. 71세의 나이로 스쿠버 다이빙을 시작해 2000회 이상 잠수를 기록했으며 2002년엔 100회 생일을 기념해 해저 생태를 그린 기록영화 <수중의 인상>을 발표하기도 했다.
저널리스트이자 방송작가인 저자 오드리 설킬드는 그의 눈부신 외모와 히틀러와의 연관성 때문에 간과된 그의 재능과 의지력에 주목한다. 무용가가 되기 위한 아버지와의 싸움, 스스로 각본을 쓰고 영화사를 만들어 지원을 얻어낸 점, 전후 영화계 복귀를 위한 끊임없는 도전 등 무용가에서 배우로, 영화감독과 사진작가로 인생을 변화시킨 모든 기회를 스스로 만들어냈다는 것.
마지막 장에선 ‘리펜슈탈의 영화는 파시즘 미학의 전형’(수전 손택), ‘분명 리펜슈탈은 피해자이다’(로이 파울러) 등 그에 대한 다양한 평가를 담아내며 ‘우리가 리펜슈탈을 비난해 재능을 발휘하지 못하게 함으로써 사회가 무엇을 잃었는지는 별로 생각지 않는다’라고 주장한다.
레니 리펜슈탈은 위대한 감독일까, 아니면 파시스트 선동자일까. 책 속에 포함된 다양한 영화스틸과 화보는 독자의 판단에 도움을 준다.
덧붙이는 글 | 오드리 설킬드 지음/ 허진 옮김/ 마티/ 2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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