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박스 오리무중, F-15K 추락원인 미궁속으로

군 "DLS16으로 규명 가능... 전문가 "연료·무기 상태만 알려줘"

등록 2006.06.12 21:29수정 2006.06.13 1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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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15K 추락 사고로 차세대 전투기의 안전성 문제가 급부상한 가운데 시민단체 '평화와통일을여는사람들' 회원들이 9일 오전 서울 용산구 국방부 앞에서 F-15K 도입 전면중단을 촉구하고 있다.
F-15K 추락 사고로 차세대 전투기의 안전성 문제가 급부상한 가운데 시민단체 '평화와통일을여는사람들' 회원들이 9일 오전 서울 용산구 국방부 앞에서 F-15K 도입 전면중단을 촉구하고 있다. 오마이뉴스 남소연

지난 7일 밤 추락한 공군 F-15K 전투기의 사고 원인을 규명하는 작업이 미궁에 빠져들고 있다.

수색 작업을 벌이고 있는 해군에 따르면 사고 전투기의 추락 당시 상황을 알려줄 '블랙박스'의 회수가 거의 불가능한 것으로 알려졌다. 블랙박스가 수심 1천m에 달하는 포항 앞바다에 가라앉아 위치조차 나타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블랙박스에는 추락 당시 항공기 조종사의 음성과 영상자료, 항공기의 속도나 고도, 계기판 기록 등 비행 관련 자료가 입력돼 있다. 또한 수심 6㎞에서 30여일을 견딜 수 있다. 하지만 발신장치는 붙어있지 않아 수색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광범위한 수색 범위도 회수 작업을 쉽지 않게 만들고 있다.

통제소와 F-15K 사이, DLS16은 연결되지 않았다

애초 공군은 블랙박스가 없어도 사고 원인을 규명하는 데 큰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밝혀왔다. 전투기와 전투기, 지상의 방공통제소(MCRC)를 연결해 주는 'DLS16(데이터링크식스틴)'을 통해 추락 당시 전투기의 상황을 알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오마이뉴스> 취재 결과, 공군 발표와는 달리 훈련을 통제하던 대구 제2방공통제소와 전투기 사이에는 DLS16이 연결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공군 출신의 한 예비역 장교는 "DLS16이 100% 모두 구축된 것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또한 공군 관계자는 12일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대구 제2방공통제소에는 F-15K와 연동된 데이터링크시스템이 설치되지 않았다는 점을 시인했다.


설혹 데이터링크시스템이 설치됐다 하더라도 F-15K 추락 원인은 알 수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앞서 밝힌 예비역 장교는 "데이터링크시스템은 항공기의 연료상태, 무기장착 개수 등을 알려줄 뿐"이라 "전투기들이 서로 공유하는 정보도 이것뿐인데 어떻게 추락 당시 전투기 상황을 알려주느냐"고 공군 발표를 반박했다.


하지만 여전히 국방부는 F-15K 전투기들 간에는 DLS가 작동하고 있었으므로 사고 원인규명에 도움을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한편으로는 블랙박스 회수를 위해 미 해군의 첨단 장비 이용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기체 결함 가능성이 더 커... "엔진 멈춰 전기 끊겼을 수도"

'평화와통일을여는사람들' 회원들이 9일 오전 서울 용산구 국방부 앞에서 집회를 시작하기 앞서 순직한 두 조종사 김성대 소령과 이재욱 대위를 추모하며 묵념하고 있다.
'평화와통일을여는사람들' 회원들이 9일 오전 서울 용산구 국방부 앞에서 집회를 시작하기 앞서 순직한 두 조종사 김성대 소령과 이재욱 대위를 추모하며 묵념하고 있다. 오마이뉴스 남소연
이처럼 사고 원인 규명이 난항을 겪으면서 갖가지 추측이 나오고 있다. 현재까지 압축된 추락사고 원인은 두 가지. 엔진을 포함한 '기체결함'과 조종사의 '비행착각' 가능성이다.

아직까지 두 가지 가능성은 모두 열려 있다. 그러나 조종사의 잘못이 아니라는 목소리가 점차 힘을 얻고 있다.

지난 2002년부터 'FX(차세대전투기도입) 사업'에 관한 갖가지 의혹을 제기해 온 참여연대는 12일 공식 논평을 통해 "조종사의 비행착각 가능성은 거의 없어 보인다"고 밝혔다.

참여연대는 "국방부가 자랑하던 F-15K에는 첨단 전자식 비행헬멧이 포함되어 있고 야간 항법장치도 장착돼 있다"며 "만에 하나 비행착각이 생겼다면 이들 전자 장비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던 상황일 가능성이 매우 높으므로 기체결함의 문제이지 조종사 책임 때문이라고만 볼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F-15K에 처음 도입된 기술이 결국 대형 참사를 불러왔을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참여연대에 따르면, F-15계열 전투기는 70년대에 개발된 기계식 전투기로, 전자식 조종계통을 설치한 것은 F-15가 처음이라는 것이다. 충분히 검증되지 않았다는 얘기다.

참여연대는 "이번 사고가 새로 시도된 전자식 조종 항법장치의 이상을 비롯한 기체결함이라면 보잉사에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국방부가 기체와 별도로 입찰해 선정한 GE(제너럴일렉트릭)사의 엔진도 문제라는 지적도 있다. 참여연대는 "F-15K에는 통상 'F-15'에 장착되는 P&W사 엔진 대신 GE사의 엔진을 사용했다"며 "GE엔진은 F-15 전투기 엔진으로는 충분히 검증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공군 출신 예비역 장교 역시 "사고의 원인은 엔진결함이었을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다. 그는 "조종사가 레이더에서 사라지고 난 뒤 한 마디도 못했다고 하는데 이는 엔진이 완전히 멈춰 (전투기에) 전기를 제공해주지 못했기 때문일 수 있다"고 말했다. 전기가 끊겨 통신수단도 완전히 끊겼을 것이라는 얘기다.

추락사고 책임있는 군, 진실 그대로 밝힐까

한편 참여연대는 추락사고를 조사하고 있는 군과 보잉사에도 의혹의 눈길을 보내고 있다. 군과 보잉사 모두 사고의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한 상황에서 자칫 진실이 은폐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참여연대는 "군이 사고의 진실을 덮을 가능성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어 "이번 사고에 대한 조사는 사실상의 조사대상인 군과 보잉사 차원의 자체 조사로 마무리돼서는 안 되고 국방부와 관련 국내 기술도입 업체와 연계되지 않은 국내 전문인력이 조사에 참여할 수 있어야 한다"고 요구했다. 또한 "감사원·국회 차원의 검증도 추가로 이뤄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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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년 오마이뉴스 입사 후 사회부, 정치부, 경제부, 편집부를 거쳐 정치팀장, 사회 2팀장으로 일했다. 지난 2006년 군 의료체계 문제점을 고발한 고 노충국 병장 사망 사건 연속 보도로 언론인권재단이 주는 언론인권상 본상, 인터넷기자협회 올해의 보도 대상 등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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