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손이 제일 예뻐

창평 가는 길에

등록 2006.06.13 10:58수정 2006.06.13 1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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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병하
올봄 유난히 힘들었다. 친정 아버지가 몸이 안좋으셔서 운전을 거의 안하다가 모처럼 하신 날 일이 터졌다. 후진 주차를 봐주시던 엄마의 팔을 차로 들이받았다. 어찌 이런 일이….

황당하기보다 아파서 낙담하시는 엄마를 위로할 길이 없었다. 농사일이 밀려오는 시기에 그런 일이 생겨서 엄마는 한숨으로 긴 나날을 보냈다.

병원에 입원하시고 수술하시고 거의 두달간 오른팔에 쇠를 달고 다니시고 그러는 동안에도 창평을 다니셨다, 일하러.

고병하
그 아픈 팔로 고추 모종을 하시고, 고추밭에 말뚝을 박으시고, 고추밭에 줄을 치시고…. 내 가슴에 말뚝을 박는 심정이었다.

고추밭 일이 거의 마무리돼 갈 무렵에 모내기를 하셨다. 기계로 하지만 어찌 사람손이 안가고 할 수 있겠는가?

모내기 후에는 거름을 뿌리시느라 손을 혹사….

비가 온 뒤에는 더 바쁘시다. 여기 저기 거름을 뿌려야 하니까.

또 고구마 순을 옮겨 심어야하고 양파를 뽑아서 잘 말려야하고 감자밭도 손이 가야하고 고추 가지치기도 해야하고 상추도….

고병하
이 길을 걸어서 혹은 아빠 차로 오랫동안 다니셨던 엄마.

광주 집에서 창평으로 거의 매일 다니신다.

내 어찌 시간이 있을 때 아니 갈 수 있겠는가?

고병하
엄마~
엄마는 놀 줄을 몰라~
시간이 있을 때는 쉬기도 하고,

엄마도 이제 70이야.

엄마,
남들이 보면 꼬부랑 할머니라고 해~
이제 그만해~

고병하
긴 세월을 광주에서 이곳 창평으로
악착같이 일만 하러 다니는 울 엄마~

일요일에 한번 가면서
얼굴 한번 보면서
엄마 심정을 어찌 알겠는가마는
엄마도 이제는 그만하고
편히 살 때도 됐다는 심정이다.

엄마,
이제는 편히좀 살아봐~

그만 좀 고생하고~

내가 맘이 불편하고
엄마 생각하면
너무 괴로워~

여행도 다니고
우리집도 오고
미국 아들놈한테도 가고
인천 큰손주한테도 가고

엄마,
엄마손 숨기지 말고
당당하게 펴고 다녀~

일만 하다가
이렇게 다치고
저렇게 다치고
손가락이 떨어져 나가기도 했지만

엄마의 그손이
우리를 다 키웠잖아~

엄마,
손을 숨기지 말고
당당하게
펴보이고 살어~

세상에서 제일 예쁜 손
울 엄마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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