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파는 재미없다고? 오 NO!

[서평] <내가 춤출 수 없다면 혁명이 아니다!>

등록 2006.06.14 08:23수정 2006.06.14 0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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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내가 춤출 수 없다면 혁명이 아니다> 표지.

<내가 춤출 수 없다면 혁명이 아니다> 표지. ⓒ 메이데이

젊은이가 ‘좌파’라 불리는 것, 그것은 무엇을 의미할까? 과거에는 그 말을 듣는 순간에 잡혀갔다. 하지만 오늘은 다르다. 시쳇말로 ‘쪽팔려’한다. 왜 그럴까? 재미가 없기 때문이다.

젊은이들이 좌파의 이미지를 결정하는 계기를 생각해보자. 대학생이라면 대학본부에서‘등록금 투쟁’을, 대학생이 아니라면 광화문 등에서 큰 소리로 ‘투쟁’을 외친다. 그도 아니라면 시민단체 등이 사회 운동하는 모습일텐데 이 모든 것들은 젊은이들에게 재미가 없다. 그러니 좌파가 좋은 이야기한다는 것 알아도 발길이 향할 수가 없다. 좌파들의 주장이 아무리 ‘필요한 것’임을 알려주면 무엇하겠는가? ‘원하는 것’을 즐기기에도 바쁜 시대에.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민주노총 정보통신부장이었던 최세진의 <내가 춤출 수 없다면 혁명이 아니다!>는 하나의 해답을 엿보게 해주고 있다. 그것은 무엇인가? 바로 춤출 수 있게 만들어주자는 것이다. 무슨 뜻인가? 아무리 좋다고 하는 ‘혁명’도 참여하는 이가 지루하고 답답해한다면 효과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

좌파들의 운동도 마찬가지다. 저자는 <내가 춤출 수 없다면 혁명이 아니다!>에서 재미없고 어렵다고 생각하는 좌파들의 이미지를 180도 바꾸려고 시도한다. 그럼으로써 좌파의 구호는 거시적인 것이 아니라 생활적인 것이며, 그것은 모두의 이야기가 될 수 있다는 것을 알려주려 하고 있는 것이다. 가능할까? 지금부터 그것을 확인해보자.

1부는 “만국의 로봇이여 단결하라!”이다. 자주 보고 즐겼던 게임과 SF, 그리고 영화 속에서 정치적인 의미를 찾고 있는데 첫 글의 제목부터 눈에 띈다. 바로 ‘클릭 당하는 기분이 어때?’이다. 무슨 의미일까? 스타크래프트와 같은 게임을 해본 사람들은 알겠지만 전략, 전술 시뮬레이션은 졸병들을 죽이는데 별다른 의미를 두지 않는다. 언제든 다시 만들면 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건 게임을 할 때나 적용되는 말이다. 현실에서는 어떨까? 클릭을 하는 것이 아니라 제목처럼 클릭을 당한다. 평소에 ‘죽거나 말거나’ 큰 의미를 두지 않았던 소모품이 되는 것이다. 어떤가? 저자의 말처럼 ‘등골에서 식은땀이 주르륵 흘러’버릴만한 말이 아닌가? 물론 뒤이어 언급하는 심시티나 삼국지와 같은 게임에 잠재된 이데올로기에 관한 지적 역시 뜨끔하기는 마찬가지이다.

“이 게임(심시티)에서 도시의 서민들은 세금 정책에 도움이 안 되고 도시를 지저분하게 하므로 단지 ‘내 도시에서 철거해야 할 대상’ 이외에는 아무 것도 아닙니다. 상류층을 끌어오기 위해 도시의 땅값을 올려 서민들을 도시 외곽으로 밀어내고, 하이테크 산업을 유치하기 위해 서민들이 일하는 중공업 시설을 철거하기도 합니다.” (책 속에서)


게임뿐 아니라 로봇에 관한 이데올로기를 고찰하는 대목에서도 저자의 날카로운 직관력이 빛나고 있다. 저자는 <로숨의 만능로봇> 등의 작품을 통해 인간이 로봇을 착취하고 또한 반란을 무마시키려 했던 것을 노동가와 자본가로 비유해 풀이하고 있다. 즉 ‘로봇’이라는 단어를 ‘노동’으로 ‘로봇의 반란’을 ‘노동계급의 혁명’으로 말하고 있는 것이다.

저자는 여기서 멈추지 않고 로봇, 즉 노동이 승리하기 위한 원동력을 분석하고 있다. 그것은 무엇일까? 로봇이 의식을 통해 자각하고 처지를 자각해야 한다는 것인데 이것은 이제껏 보고 즐겼던 작품을 통해 말하는 것이기에 전하는 말을 어렵지 않고 쉽게 이해할 수 있다.


2부는 “파시스트가 되느니 차라리 되겠다”는 말에서 알 수 있듯이 예술을 통해 이데올로기를 살펴보고 있다. 바그너의 음악이 어떻게 하여 히틀러의 사랑을 받게 됐는지, 피카소의 그림에 가려진 정치색이 무엇인지, 또한 좌파 민병대에 참여했던 조지오웰의 <1984년>이 반공소설로 알려진 사연 등을 알려주는데 알려지지 않은 진실을 수수께끼를 풀어가듯 탐구하고 있기에 어렵지 않게 좌파의 진실을 만날 수 있는 계기가 된다.

“도대체 알 듯 모를 듯 이상한 그림만 그려대던 피카소를, 한국과 미국의 정보기관들이 이렇게 눈발을 세워 감시하고 거부하고자 안간힘을 썼던 데에는 이유가 있습니다. 바로 그가 정열적인 프랑스 공산당원으로 죽는 날까지 공산주의자로서 활동을 멈추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책 속에서)

이 밖에 조선혁명선언, 체게바라 사진의 사용을 둘러싼 논란 등을 다룬 3부나 평등하지 않은 인터넷을 다룬 4부에서도 역시 가면 뒤에 가려진 진실을 흥미롭게 마주할 수 있는 기회가 된다.

“이러한 만세운동의 전개는 종교대표 33인의 계획과는 전혀 다른 것이었고, 이들의 지도나 계획에 의한 투쟁도 아니었습니다. 이에 33인은 재판과정에서 한결같이 '우리의 취지를 잘못 이해한 것' 이라면서 '폭동은 우매한 것으로 우리의 독립선언과 폭동은 하등 인과관계가 없기 때문에 우리에게는 책임이 없다'고 증언합니다. 그러므로 만세운동은 이들의 공로가 아니고 오히려 이들이 거부한 의병항쟁에서 이어받아 학생들과 비밀결사단체, 농민, 노동자들이 중심이 된 아래로부터의 민중운동이라고 보아야 할 것입니다.” (책 속에서)

<내가 춤출 수 없다면 혁명이 아니다!>는 '돌'이라고 알고 있던 것들에서 보석을 캐내는 신비로움을 보여주고 있다. "아!" 소리가 절로 나올 정도로 그 면모가 날카롭다. 더욱이 맑스를 말하지 않고 만화나 영화로서 노동계급의 혁명을 이야기하는 것이나 반전평화운동을 존 레논을 통해 알려주는 것 등, 이곳에는 다채로운 즐거움이 가득하다. 덕분에 무대는 만들어졌다. 편견에 가려진 좌파의 진실을 볼 수 있는 자리, 좌파로써의 춤을 출 수 있는 자리가.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알라딘 개인블로그에도 게재했습니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알라딘 개인블로그에도 게재했습니다.

내가 춤출 수 없다면 혁명이 아니다! - 감춰진 것들과 좌파의 상상력

최세진 지음,
메이데이, 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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