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 침대로 근사한 식탁을... 멋지죠?

처남과 매형이 손잡고 작품 하나 만들다

등록 2006.06.14 14:57수정 2006.06.14 15: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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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나가던 사람들이 한 번씩은 다 눈길주고 가는 우리 집 앞마당입니다.
지나가던 사람들이 한 번씩은 다 눈길주고 가는 우리 집 앞마당입니다.이승숙
남편 친구가 자기 집에 있는 러닝머신을 가져가라고 그랬다. 그거 가져 와봤자 짐이 될 거 같은데 주변에선 자꾸 나더러 가져오란다.


아는 엄마들 여럿한테 그 말을 했더니 하나같이 그거 공짠데 왜 그러냐며, 준다 그럴 때 얼른 챙기란다. 그래서 러닝머신 가지러 친구집에 갔다.

아파트 생활이란 게 가만 보면 별다른 변화나 특징이 없다. 그래서 그런지 주부들은 가구를 바꾼다거나 실내 인테리어를 달리하면서 지루함을 달래기도 한다.

그 집도 몇 해 전에 리모델링을 했는데 이번엔 또 가구를 새로 들인단다. 안방 침대랑 애들 침대를 새 것으로 바꾸고 책장도 바꾼단다.

그 집 신랑이 구시렁대며 한 마디 하길 "멀쩡한 이걸 다 빼내고 다시 산대요. 내 참…."

그런데 안살림을 책임지고 있는 주부가 한 번 마음먹으면 바깥 양반은 어쩔 수 없다. 주부들은 하고 싶은 게 있으면 어떻게 해서라도 하고야 만다. 그 집도 마찬가지다.


그 집 마누라는 신랑의 구시렁대는 소리를 한 귀로 흘리면서 들은 척도 안 한다.

애들이 어릴 때 사서 십 년 이상 썼다는 헌 침대는 나무로 만든 침대였는데 버리기엔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차에 싣고 우리 집에 가져왔다. 혹시 누구 필요한 사람이 있으면 줘야겠다 싶어 싣고 왔다.


침대 몸판으로 야외 식탁을 만드는 중입니다.
침대 몸판으로 야외 식탁을 만드는 중입니다.이승숙
지난 일요일은 비 온 뒷날이라서 그런지 하늘이 맑고 날이 더없이 좋았다. 남편은 아침밥을 먹지 말자며 차를 끌고 부르르 나갔다. 헌 침대로 야외식탁을 만들기로 했는데 필요한 부품들을 사러 나간 것이다.

우리 집 앞마당은 이른 봄부터 늦은 가을까지 꽃이 피고 새가 울고 그리고 달이 뜬다. 꽃그늘 아래 차를 마실 때라든가, 달빛 아래 술 한 잔을 할 양이면 이보다 더 좋을 순 없다는 생각을 하곤 하는데 딱 하나 문제가 있다.

서너 명이 놀러온 경우라면 아쉬운 대로 파라솔 그늘에서 놀면 되지만 사람이 좀 많이 오면 앉을 자리가 마땅찮아서 늘 아쉬웠다. 그래서 이 참에 널찍하고 기다랗게 야외 식탁을 만들기로 했다.

마침 우리 집에 놀러왔던 서울 사는 내 사촌동생도 오랜만에 연장 만질 기회가 생기자 생기를 띠면서 달려들었다.

처남, 매형 둘이서 머리 맞대고 일하는 모습이 보기 좋았습니다.
처남, 매형 둘이서 머리 맞대고 일하는 모습이 보기 좋았습니다.이승숙
"처남, 구멍 한 번 뚫어 봐라. 나는 저 거 자를게."

동생은 드릴 들고 나사못 박을 구멍을 뚫고 남편은 톱으로 나무를 자른다.

"처남, 누나 얼마나 무서운지 아나? 그저 누나 말 잘 들어야 잔소리 안 들어."

처남 매부 간에 나를 가지고 놀려대면서 뚝딱뚝딱 상판을 붙여 나갔다.

버리려고 내놓았다면 쓰레기밖에 안 되었을 헌 침대가 다시 태어났다. 전문가가 만든 것이 아니라서 약간 엉성한 감도 있었지만 우리 집에 딱 어울리는 야외 식탁을 만들었다.

상판을 거의 다 붙였습니다. 이제 매끄럽게 다듬기만 하면 됩니다.
상판을 거의 다 붙였습니다. 이제 매끄럽게 다듬기만 하면 됩니다.이승숙
"이제 손님 초대할 일만 남았네. 여보, 앉을 데 없어서 손님 초대 못 한다 그랬는데 이제 초대해도 돼요. 스케줄 잡아요."

나사못을 건네주면서 남편에게 말했더니 그 사람이 빙긋 웃으면서 손가락으로 순서를 꼽아본다.

파란 잔디밭에 이 야외식탁 가져다놓고 고기도 구워 먹고 차도 마시고 술도 한잔 해야겠다.

벌써 그 날들이 그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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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일을 '놀이'처럼 합니다. 신명나게 살다보면 내 삶의 키도 따라서 클 것이라는 생각을 하며 오늘도 뭐 재미있는 일이 없나 살핍니다. 이웃과 함께 재미있게 사는 게 목표입니다. 아침이 반갑고 저녁은 평온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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