곤충 사육도 산업이다

농촌경쟁력 강화 가능한 곤충산업화... 법제도 보완 시급

등록 2006.06.17 20:02수정 2006.06.18 12: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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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BioScience

곤충은 인간이 지구에서 살아가기 위해서 없어서는 안 될 중요한 존재다. 두 번이나 퓰리처상을 수상한 사회생물학자 에드워드 윌슨(79.미국 하버드대학 생물학과 석좌교수)은 "만약 인간이 지구상에서 사라지면 세상은 그대로 돌아가겠지만 곤충이 사라지면 인간은 몇 달 못 가 멸종할 것"이라고 곤충의 중요성을 역설한 바 있다.

이러한 사실을 뒷받침하는 연구논문이 바이오사이언스(biosciencemag.org)지 4월 호에 실려 주목을 끈바 있다. 논문의 저자인 존 로지(John E. Losey) 미국 코넬대 교수는 미국 경제에 공헌하는 곤충의 활동을 돈으로 환산하면 최소 연간 570억 달러가 넘는다고 주장했다.

논문 발표자인 존 로지 교수는 제주왕나비과의 곤충인 모나크 나비의 유충이 GM(유전자변형)작물인 'BT(바실러스 써란진시스)'옥수수 꽃가루를 먹고 죽어 해충이 아닌 익충에도 피해가 가는 것을 입증한 곤충학자다.

존 로지 교수는 논문에서 쇠똥구리(dung beetle)를 예로 들면서 "이 곤충이 없었다면 초지에 쌓인 동물의 배설물에는 파리 등 기생충이 훨씬 많이 번식할 것이고 이를 제거하기 위해 인간은 엄청난 비용을 지출해야 할 것"이라고 말한다.

유럽을 비롯한 해외 여러 나라에서는 이미 20여 년 전부터 곤충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연구에 박차를 가해 곤충산업을 발전시켜왔다. 특히 네덜란드는 천적곤충을 이용한 무농약 농법으로 농산물 수출액이 세계 3위에 올라 있다.

다행히 국내의 곤충산업도 근래에 와서 활기를 띠고 있다. 최근 사슴벌레, 장수풍뎅이, 귀뚜라미 등의 애완용곤충 사육과 해충의 생물적 방제를 위한 천적곤충 생산, 질병치료 목적의 약용곤충 개발, 환경정화곤충 연구 등 그 분야가 다양해지고 있다.

최근 4~5년 동안 천적 및 방화곤충을 생산하는 업체가 서너 곳이 생겨났다. 또 애완곤충 사육업체가 30여 곳, 곤충을 소재로 한 자연학습원과 체험학습장 등이 지역별로 여러 곳 생겼다. 지역 농촌기술센터에서는 곤충농장을 운영하려는 사람들에게 기술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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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천 산업곤충연구소 ⓒ 예천군

국립산림과학원의 산림병해충과에서는 일명 '소나무에이즈'라 불리는 소나무재선충의 생물적 방제를 위해 매개곤충인 솔수염하늘소 애벌레의 천적인 기생벌을 연구하고 있다. 연구 담당자인 최광식 박사는 "기생벌의 대량증식이 성공하면 현재 항공살포 방식의 화학적 방제 횟수를 줄이고 살충제인 '치아클로프리드액상수화제' 구입에 드는 비용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다"고 말한다.

농촌의 현대화로 시설재배가 늘어나면서 화분매개 곤충의 수요도 늘어나고 있다. 지난 2002년도부터 네덜란드에서 서양뒤영벌(Apis melifera)을 수입해 사용했으나 최근 경북 예천의 산업곤충연구소에서 뒤영벌 대량사육에 성공해 국내 수요의 절반 이상을 공급하고 있다. 이는 연간 약 120억 원의 수입대체 효과를 내는 것으로 평가된다.

비닐하우스 등 시설재배농가에서는 뒤영벌 등 화분매개곤충을 이용해 생산한 농산물이 친환경농산물 인증을 받아 고가에 판매되고 있다. 또한 예천군에서 생산된 사과는 농약을 거의 사용하지 않을 뿐더러 과실의 모양이 좋고 당도가 높아 대부분 해외로 수출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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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영벌 활동 모습 ⓒ 예천군

외국의 경우 애완용, 교육용으로서 곤충이 대량 사육되어 판매됨으로써 농가의 주요 소득원이 되고 있다. 국내에서도 곤충애호가들이 많아지고 애완곤충 판매도 증가추세에 있다. 하지만 2004년 개정된 축산법은 꿀벌을 제외한 어떤 유용곤충도 '가축'으로 인정하지 않고 있다. 이로 인해 농가에서 곤충을 기르려 해도 법적 조항이 전무하여 곤충 사육시설을 따로 짓지 못하고 기존 타 용도의 하우스를 이용하고 있는 실정이다.

박규택 강원대학교 생물환경부 교수는 "앞으로 곤충산업화가 현재보다 더 활성화되기 위해서는 우선 연중 지속 가능한 생산시스템의 확립과 유용곤충에 대한 법적, 제도적 보완이 시급하다"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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