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만고객이 상종가 친다

사과편지·선물·가격할인까지 아낌없는 서비스

등록 2006.06.20 11:10수정 2006.06.20 1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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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은 기자] "상품을 받기로 한 지 3일이나 지났는데… 중요한 약속날짜에 맞춰 입으려고 주문한 옷인데 도대체 이게 뭡니까?"

인터넷쇼핑몰인 G마켓에서 원피스를 구입한 박모(27·회사원)씨는 해당 업체에 전화를 걸어 배송일이 지연되고 있는 것에 항의했다. 확인 결과 시스템 오류로 인해 담당 직원에게 송장이 아직 청구되지 않았던 것으로 밝혀졌다. 업체 측은 약속시간을 지키지 못한 점과 사은품 신청이 누락된 점을 사과했다. 그러나 박씨의 기분은 쉽게 풀리지 않았다.

며칠 뒤 박씨는 이 업체로부터 최근 유행하는 칠부 바지를 선물로 받았다. 미안하다는 내용의 편지와 함께. 고객관리 차원에서 박씨의 불만을 원천봉쇄하겠다는 취지에서 보낸 일종의 뇌물인 셈이다. 박씨는 "직접 쓴 사과 편지와 선물까지 받고 보니 도리어 화를 낸 것이 미안해졌다"며 "앞으로도 계속 이 업체의 제품을 구매하고 싶다"고 밝혔다.

인터넷 쇼핑몰, 홈쇼핑을 이용하는 고객들이 급증하면서 관련 업체들이 불만고객 관리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우수고객을 집중 관리하는 유통업체들의 행보와는 대조되는 모습으로 이른바 '불만고객 마케팅'이 인기를 끌고 있는 것.

우리홈쇼핑은 6월 8일부터 상품주문, 배송 등과 관련된 상담시 불편함이나 불만을 호소한 고객들에게 콜센터 상담원이 직접 엽서를 작성해 발송한다.

불만고객의 마음을 녹이는 데는 전화나 이메일, 단문 문자 메시지보다 정이 담긴 오프라인 엽서가 효과적이라고 판단한 것이다. 이와 함께 불만고객들만 따로 불러 마음을 어루만지는 작업도 병행하고 있다. 우리홈쇼핑은 2년 전부터 유통업계에서는 유일하게 불만고객을 본사로 초청, 이색 간담회를 주최하고 불만고객들의 의견에 귀 기울이고 있다. 불편을 느낀 점, 불만 사항, 개선해야 할 점, 제안하고 싶은 내용들을 듣고, 이를 적극 수용하고 있는 것. 최근에는 6개월간 재구매를 하지 않은 '일시적 이탈 고객'을 초청해 간담회를 갖기도 했다.

우리홈쇼핑 홍보팀 이진우씨는 "업체에 직접 전화를 걸어 불만 사항과 개선점을 이야기할 정도로 적극적인 불만고객은 한번 충성도를 보이기 시작하면 일반고객에 비해 관심도와 향후 구매 의향이 높아 이런 서비스를 하고 있다"며 "불만고객 1명이 10명의 일반고객에게 부정적인 의견을 전하기 때문에 일찍 대응해야 한다"고 말했다.

인터넷 쇼핑몰도 다양한 방법으로 불만고객을 관리하고 있다. 인터넷 쇼핑몰의 경우 홈페이지에 이른바 '악플'(악의적인 리플)을 달아놓는 등 적극적으로 불매운동을 벌일 수 있기 때문에 불만고객을 제대로 관리하지 못하면 매출에 큰 타격을 입을 수 있다.

니트 전문 쇼핑몰인 K쇼핑몰은 배송 지연, 제품에 대한 불만족 등의 불만사항이 접수되면 1차로 전화 사과를 한 뒤, 2차로 사탕 꾸러미와 사과의 메시지를 담은 엽서를 보낸다. 또 불만고객이 다음에 물건을 구입할 때는 비공식적인 방법으로 가격을 할인해 주기도 한다.

K업체의 한 관계자는 "인터넷쇼핑몰을 이용하는 불만고객들은 불만이 바로 해소되지 않으면 각종 포털사이트나 쇼핑몰 게시판에 구매하지 말라는 글을 남기기 때문에 특별히 신경을 쓸 수밖에 없다"고 고백했다.

불만고객에 대한 서비스가 강화되면서 이를 악용하는 사례도 늘어나고 있다. 일부 고객들이 의도적으로 반품, 환불을 요구하는 경우도 있다.


특히 고가의 모피류나 보석류의 경우 한 번 사용한 뒤 '마음에 들지 않는다', '화면에서 본 것과 다르다'는 핑계를 대며 반품을 요청한다.

C홈쇼핑의 한 관계자는 "연말연시 모임에 가기 위해 고가의 핸드백, 보석반지, 모피코트를 구매해 착용한 뒤 반품을 요청하는 사례가 많아 아예 이런 아이템은 방송 횟수를 줄이고 있다"며 "불량·불만고객들의 유형도 다양해서 관리에 어려움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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