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의 3가지 대응 카드

미국의 성의 있는 자세가 필요

등록 2006.06.20 14:46수정 2006.06.20 1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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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세계를 긴장시키고 있는 '미사일 발사 소동'은 엄밀히 말하면 미국·일본 두 나라의 '작품'이라 할 수 있다. 물론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대미 대응 카드로서 미사일 실험 발사 등의 군사적 대응을 고려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분명히 해야 할 것이 있다. 북이 미사일을 쏘건 인공위성을 쏘건 간에, 그 주된 목적은 미국을 견제하기 위한 게 아니라는 점이다. 잘 알다시피, 북은 '주체'를 중시하는 나라다. 말로만이 아니라 행동으로도 북은 주체를 중시하고 있다.

인간이 인간 자신의 주체가 되면, 인간은 객관적 외부세계로부터 자유로울 뿐만 아니라 동료 인간으로부터도 자유롭게 된다. 그리고 이 경우 인간의 행위는 일차적으로는 자기 자신의 필요에 부응하기 위한 것이 된다. 남에게 어떤 영향을 주느냐 마느냐 하는 것은 부차적인 문제에 불과할 뿐이다.

마찬가지다. 북이 미사일을 쏘건 인공위성을 쏘건 간에 그것은 북측 자체의 군사·경제·과학적 필요에 부응하기 위한 것이다. 미국을 놀라게 하거나 혹은 세계의 관심을 끄는 것은 부차적인 문제에 지나지 않는 것이다. 다시 말하면, 미국에게 보여 주기 위해 쏘는 측면도 있지만, 일차적으로는 자기 자신을 위해서 쏜다는 것이다.

북의 행동은 '주체 관점'에서 이해해야

그리고 지금 미·일 양국에서는 북측의 대응 카드를 2가지 정도로 생각하고 있는 듯하다. 양국은 북이 미사일이나 인공위성 중 하나를 쏠 것으로 예측하고 있으며, 인공위성이 발사되는 경우에는 이를 미사일이라고 주장할 계획인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엄밀히 말하면, 지금 북측 지도부가 고려하고 있는 대미 카드는 3가지라고 할 수 있다. 여기서 대미·대일 카드라고 하지 않고 대미 카드라고 말한 것은, 북이 대일전략을 대미전략의 후순위에 두고 있기 때문이다.


얼마 전에 필자에게 이메일을 보내온 북측 관계 인사는 "북은 일본 따위는 고려하지도 않고 있다"며 "미국이 굴복하면 일본은 저절로 굴복하게 될 것"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지금 일본이 미국과 함께 대북 압박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지만, 정작 북측은 일본을 비중 있게 고려하지 않고 있다.

북측 지도부의 대미 카드가 3가지라고 했는데, 그것은 무엇을 말하는 것인가? 처음 2가지는 미사일 혹은 인공위성을 발사하는 것이다. 북은 양쪽 모두를 언제든지 발사할 준비가 되어 있다.


처음 2가지 카드는 미사일 발사와 인공위성 발사

미사일이나 인공위성을 발사함으로써 그 부수적 효과로서 미국에 강한 메시지를 전달하겠다는 것이 북측 지도부의 의지라고 할 수 있다. 북측의 미사일 혹은 인공위성 발사는 위에 언급한 북측의 자체적 필요에 일차적으로 부응할 것이며, 이차적으로는 그동안 선군정치(先軍政治)에 따라준 북측 국민들의 사기와 단결을 앙양하는 효과를 낳을 것이다.

그 다음으로, 북측은 이러한 발사를 통해, 북이 끝까지 미국의 압박정책에 순응하지 않을 것이며 경우에 따라서는 미 본토에 일정한 타격을 가할 정신적·물적 준비가 되어 있음을 분명히 보여줄 것이다. 또 어떤 경우에도 북이 미국에 굴복하는 '사태'는 생기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북측은 이러한 과정에서 어디까지나 자기 자신의 '시간표'에 충실할 것이다. 지금 미·일 양국은 마치 자신들이 발사하기라도 하듯 미사일 발사 카운트 다운을 하고 있다. 그러나 미·일 양국은 절대로 정확한 시점을 예측할 수 없을 것이다.

세계 언론은, 지난 주말에 발사될 것이라던 미국의 예측이 이미 빗나갔음을 깊이 고려해야 할 것이다. 미사일을 쏘건 인공위성을 쏘건 간에 혹은 제3의 카드를 꺼내건 간에, 그 시점은 어디까지나 북이 결정할 것이다.

제3의 카드는 전적으로 미국의 태도에 달린 것

미사일·인공위성이라는 2가지 카드 외에도, 지금 북측 지도부가 고려하고 있는 또 하나의 카드가 있다. 이른 바 '제3의 카드'라 할 수 있는 이것은 전적으로 미국의 태도에 달려 있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최근 미국은 북측의 미사일 발사 여부에 지나친 관심을 가진 나머지, 정확한 사실을 알아내기 위해 군사력을 사용하는 과정에서 북측의 주권을 일정 정도로 침해하고 있다. 이렇게 미국이 계속 북측 주권을 침해할 경우에 북측은 정당한 '제3의 대응 카드'를 고려하지 않을 수 없게 될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제3의 카드로 인해 북·미 간에 불상사가 발생하는 것은 두 당사자는 물론 주변국으로서도 결코 바람직한 일이 아닐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국의 '과도한 대응'이 계속되면 북측 지도부의 인내심이 한계에 달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북측은 자국이 미국에 밀리는 인상을 주지 않기 위해 일정한 배려를 하고 있는데, 지금처럼 미국이 북측의 신경을 계속 건드리면 북측은 자국의 위신을 지키기 위해서라도 미국에 '불의의 타격'을 가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그러므로 미국은 북측의 미사일 발사 여부에 지나친 관심을 갖기보다는, 북측이 진정으로 희망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우선적으로 고려해야 할 것이다. 북측이 여러 차례 강조한 바와 같이, 북측의 기본적인 희망은 미국과 평화우호관계를 수립하는 것이다. 북은 대화든지 군사력이든지 어떤 방법을 동원해서라도 미국과의 대결 관계를 종식시키겠다는 의지를 갖고 있다.

지금의 미사일 소동으로부터 세계를 안심시키는 유일한 방법은 북측의 미사일 발사 여부에 지나친 관심을 갖는 것이 아니라, 미국을 향한 북측의 평화 의지가 얼마나 간절한가를 파악하는 일일 것이다.

그리고 미국은 계속 북측에게 6자회담 복귀를 촉구하고 있는데, 진정으로 6자회담에 복귀해야 할 쪽은 북측이 아니라 바로 미국일 것이다. 한편으로는 회담을 진행하면서 또 한편에서는 대북 압박을 진행한다면, 그 누가 보더라도 미국이 대화할 생각이 없다고 판단하게 될 것이다.

미국이 '권총'을 품고 회담 테이블에 앉아 있는 상황에서, 정상적인 나라라면 회담장에 나가려 하지 않을 것이다. 그러므로 지금 미국이 해야 할 일은 그 '권총'을 내려놓는 일일 것이다. 그런 행동이야말로 6자회담을 재개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 될 것이다.

덧붙이는 글 | <뉴스 615>에도 함께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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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mjongsung.com.시사와역사 출판사(sisahistory.com)대표,일제청산연구소 연구위원,제15회 임종국상.유튜브 시사와역사 채널.저서:대논쟁 한국사,반일종족주의 무엇이 문제인가,조선상고사,나는 세종이다,역사추리 조선사,당쟁의 한국사,왜 미국은 북한을 이기지못하나,발해고(4권본),한국 중국 일본 그들의 교과서가 가르치지 않는 역사 등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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