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세 이상 노인의 가장 큰 소망 "편안히 빨리 죽는 것"

지난 3월 통계청 조사, 현재의 노인보다 미래 노인문제 심각

등록 2006.06.22 18:25수정 2006.06.22 18:27
0
원고료로 응원
5월 16일 충남 서산시 부석면 경로행사 장면
5월 16일 충남 서산시 부석면 경로행사 장면서산시청 자료사진
"편안하게 빨리 죽고 싶다."

지난 3월 통계청이 전국의 100세 이상 고령자 실태조사를 하면서 이들에게(796명.2006.3.22 기준) '소망이 무엇인가'를 물은 결과 가장 많이 나온 대답이다(106명.23.8%). 반면 '오래살고 싶다'고 한 고령자는 17명으로 3.8%에 그치고 있다.

이에 대해 한서대학교의 김윤정 교수(38.노인복지학과)는 "빨리 죽고 싶다는 말은 당장 내일 죽고 싶다는 게 아니라 천명을 다해서 죽을 순간에 편안하게 죽고 싶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그러나 한편으로는 자신들은 가족이나 사회에 보탬이 되지 못하고 일방적으로 부양을 받아야 하는 대상자로 여기는 정신적 부담감이 그런 생각을 갖게 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이들 장수노인들의 경우 남자는 사별평균연령이 82.6세, 여자는 61.7세로 나타나 배우자 없이 남자는 약20년, 여자는 약 40년을 살아온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100세가 넘은 노인인데도 불구하고 4.9%인 39명이 홀로 살고 있고 양로원이나 기타 복지시설에서 사는 경우도 6.5%인 52명으로 조사됐다.

100세 이상 노인들의 건강상태를 보면 435명(54.6%)이 치매(150명.18.8%), 골관절염(147명.18.5%), 고혈압(38명.4.8%), 중풍(16.2%), 기타(84명.10.6%)등의 질병이 있다고 대답했다. 100세 이상 노인들을 보살피는 가족 등 수발자에게 부양을 하면서 어려운 점을 물은 결과 대소변 받아내기, 치매, 의사소통 불가 등의 응답이 많았다.

22일 복지부 기초 생활팀에 따르면 전국의 국민기초생활보장수급자 151만여명 중 30.1%인 48만여명이 65세 노인인구라고 밝혔다.

22일 충남도 복지정책과 관계자는 "독거노인이 문제가 아니라 이들 중 무의탁노인과 가족은 있지만 돌보지 않아 실질적으로 행정관서 등의 지원과 보호가 필요한 노인층이 문제다"고 지적했다. 충남 서산시의 경우 무의탁 독거노인은 150여명이나 실질적으로 보호를 해줘야 하는 노인은 600명이 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서산시 사회복지과 남규종 과장은 "이 같은 현황은 타 시.군뿐만 아니라 충남도나 전국적으로도 비슷한 양상을 보일 것이다"고 말했다.


안석순씨(서산시 팔봉면 양길리3구 이장)는 "마을의 전체 29가구 중 70세 이상 노인이 혼자 사는 가구가 10집이 넘는다"며 "이 중에는 1년 내내 자식들이 한번도 찾아오지 않는 경우도 2~3집이나 된다"고 밝혔다.

6년 전 자신을 부양하던 큰 아들이 농가부채로 인해 스스로 목숨을 끊은 이후 국민기초생화보장 수급자가 되어 홀로 살고 있는 조아무개 노인(82.충남 서산시 팔봉면 양길리)은 "목심(목숨)을 차마 억지로 끊을 수가 없어 사는 게지, 이게 사는 게냐"며 한숨을 쉬었다.


김 교수는 "지금의 노인보다 미래의 노인이 문제다"며 "현재의 노인은 부양대상이지만 미래의 노인은 자기부양이 불가피한 만큼 노인들에게 오래 사는 것이 좋은 것이다는 생각을 갖게 하려면 노인 일자리 창출, 재교육 등 어느 정도 만족할 수 있는 사회적 여건이 충족되어야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AD

AD

AD

인기기사

  1. 1 행담도휴게소 입구, 이곳에 감춰진 놀라운 역사 행담도휴게소 입구, 이곳에 감춰진 놀라운 역사
  2. 2 성욕 드러내면 "걸레"... 김고은이 보여준 여자들의 현실 성욕 드러내면 "걸레"... 김고은이 보여준 여자들의 현실
  3. 3 '딸 바보' 들어봤어도 '아버지 바보'는 못 들어보셨죠? '딸 바보' 들어봤어도 '아버지 바보'는 못 들어보셨죠?
  4. 4 '도이치' 자료 금융위원장 답변에 천준호 "아이고..." '도이치' 자료 금융위원장 답변에 천준호 "아이고..."
  5. 5 울먹인 '소년이 온다' 주인공 어머니 "아들 죽음 헛되지 않았구나" 울먹인 '소년이 온다' 주인공 어머니 "아들 죽음 헛되지 않았구나"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