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조어도의 날’ 제정 무산시켰지만...

민간단체에 인터넷 투표 중지 명령... 중일관계에 따라 재현 가능성 커

등록 2006.06.23 08:54수정 2006.06.23 08: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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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최근 '조어도의 날' 제정운동을 벌였던 중국민간보조연합회의 홈페이지.

최근 '조어도의 날' 제정운동을 벌였던 중국민간보조연합회의 홈페이지. ⓒ 중국민간보조연합회 홈페이지


최근 중국에서는 일본 시마네현의 ‘다케시마의 날’ 제정을 모방한 해프닝이 발생한 적이 있다. 보조운동(保釣運動·조어도 회복 운동)을 전개하는 ‘중국 민간 보조(保釣) 연합회’가 ‘조어도의 날’ 제정을 목표로 인터넷 투표를 벌였던 것이다.

그런데 지난 19일 중국 정부가 직접 나서서 이 단체의 인터넷 투표를 전격 중지시켰다. 19일자 일본 <교도통신>은 연합회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베이징 시내 관계 당국이 18일 연합회 측에게 투표 중지를 ‘명령’했으며, 명령을 받은 연합회는 인터넷 투표를 중지하고 관련 페이지를 삭제하였다고 보도했다.

중국 정부가 민간단체의 ‘보조운동’을 중지시킨 이유와 관련하여 <교도통신>은 중국 정부가 이를 통해 일본에 유화적 제스처를 보내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하였다. 통신은 후진타오 주석이 최근 방일 의사를 밝힌 것과 이번 사건을 연결시켰다.

중국 정부가 연합회의 인터넷 투표를 중지시키기는 했지만 사실은 인터넷 투표 개시 당시부터 중국 정부가 어느 정도 관련을 갖고 있었다고 보는 게 타당할 것이다.

민간단체의 설립이나 활동이 엄격한 제약을 받고 있는 중국에서, 민간단체가 당국과의 사전 교감 없이 민감한 외교 사안을 ‘함부로’ 건드렸으리라고는 상상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처음부터 중국 정부가 대일 관계에서 ‘무언가’를 얻어내기 위해 민간단체를 앞세워 ‘조어도의 날’ 제정운동을 부추겼거나 묵인했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이번에 문제가 된 ‘중국 민간 보조 연합회’는 지난 2003년 12월 중국 푸젠성 샤먼시에서 열린 ‘세계 중국인 보조(保釣) 포럼’을 계기로 결성되었다. 이 포럼에서는 북미·남미·홍콩·대만 등의 화교들이 모여 조어도 회복에 관해 의견을 교환하였다. 그리고 이 포럼에서 ‘보조 선언’도 채택되었다. 포럼을 계기로 결성된 이 연합회는 지난 2004년 1월 15일에는 2척의 선박을 끌고 조어도 부근에 가서 항의 시위를 벌인 적도 있다.

이번에는 비록 중단되었지만 ‘조어도의 날’ 제정과 유사한 형태의 다른 움직임이 앞으로 중국 내에서 얼마든지 재현될 가능성이 있다. 중국 정부는 중일관계의 전개 양상에 따라 민간단체 등을 앞세워 운동의 수위를 조절해 나갈 것이다.


그리고 이번 해프닝과 관련하여 생각해 볼만한 점들이 있다. 하나는 ‘다케시마의 날’을 제정한 일본측이나 ‘조어도의 날’을 제정하려 했던 중국 측이 모두 실효적 지배권을 보유하지 못한 쪽이라는 점이다. 또 하나는 두 나라 모두 상대방을 자극할 만한 민감한 사안(‘다케시마의 날’ 제정)인 경우에는 일단 중앙정부가 직접 나서지 않는다는 점이다.

덧붙이는 글 | <뉴스 615>에도 함께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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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mjongsung.com.시사와역사 출판사(sisahistory.com)대표,일제청산연구소 연구위원,제15회 임종국상.유튜브 시사와역사 채널.저서:대논쟁 한국사,반일종족주의 무엇이 문제인가,조선상고사,나는 세종이다,역사추리 조선사,당쟁의 한국사,왜 미국은 북한을 이기지못하나,발해고(4권본),한국 중국 일본 그들의 교과서가 가르치지 않는 역사 등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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