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 마트가 서점을 불러들인 까닭은?

문화센터 거점으로 발전 가능성 커... 동네 서점들 위협할 것

등록 2006.06.25 11:28수정 2006.06.25 1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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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동네 마트에 들어선 서점.

동네 마트에 들어선 서점. ⓒ 장익준

대형 마트(할인점)에 대형 서점들이 앞다퉈 들어서고 있다. 대형 마트는 문화 공간을 마련하고, 대형 서점은 유동 인구가 많은 곳에 매장을 확보할 수 있어 모두가 만족스러운 거래다. 소비자들도 보다 편리하게 서점을 이용할 수 있어 반기는 분위기.

그동안 대형 마트들은 주 이용자 층을 고려하여 어린이 서적, 참고서, 잡지, 베스트 셀러 중심으로 자체 서적 코너를 운영해 왔다. 규모는 크지 않더라도 구간 서적을 할인 판매하는 등 나름대로 호응을 얻어왔다.


지방인 경우 전략적으로 서적 코너를 크게 배치하는 대형 마트들도 있었다. 지역 주민을 유인하는 효과도 있고 무엇보다 입주를 하면서 생기는 반대 여론 등에 대해 단지 소비공간이 아니라 문화적 가치가 있음을 보여주는 효과도 노린 것이다.

외국계 할인점이 철수하고 한국형 대형 마트가 살아 남은 것에서도 드러났듯 우리나라에서 할인점은 외국처럼 시설을 양보하고 가격을 낮추는 것이 아니라 쇼핑, 외식, 영화보기, 교육 등 생활 문화 욕구 전반을 해결해 주는 공간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서점이라는 공간이 주는 매력은 만만치 않다.

대형 마트 서점은 극장에 비한다면 적은 시설 투자로 문화 공간을 제공한다는 이미지를 얻을 수 있다. 다른 매장에 비한다면 효율은 낮은 편이지만 자체 수익도 발생시킨다는 측면도 있다. 주 이용 고객인 젊은 부부들인 경우 서점에 아이들을 풀어놓고 쇼핑을 즐기는 경우도 많은데 이런 기능이 주는 이점도 만만치 않다는 것이 업계 관계자들의 이야기다.

최근 대형 마트들은 보다 적극적으로 서점 공간을 늘려가고 있는데 직접 운영하는 경우보다 기존 대형 서점들을 입주시키는 쪽으로 방향을 바꾸고 있다. 교보문고가 이마트에, 영풍문고가 홈플러스에 입주했고, 대교베텔스만이 뉴코아 아울렛에 입주해 있다.

대형 서점들은 지방 거점을 확보하기 위해 경쟁을 벌여 왔지만 자체 서점을 짓는 방식은 투자 부담이 있고, 지역 서점들의 반발이 있어 득보다 실이 많았다. 인터넷 서점들과 가격 경쟁까지 벌여야 하는 상황에서 무리하게 지방에 새로운 서점을 짓기에는 한계가 분명해진 것도 사실.


대형 마트의 경우 대부분 수수료 방식으로 운영되기 때문에 초기 시설 투자를 제외한다면 자체 서점을 운영하는 것보다는 적은 비용으로 개점이 가능하다는데 대형 서점들이 느끼는 매력이 있다. 대형 마트들은 많은 유동 인구를 자랑한다는 점도 장점이다. 입주에 따른 지역 서점들의 반발도 대형 마트가 걸러준다는 점도 대형 서점 입장에서는 부담을 더는 부분.

익명을 요구한 대형 서점 관계자에 따르면 아직까지 대형 마트에서 운영하는 서적 매장들은 내방객들에 비해 매출이 만족스러운 정도는 아니라고 한다. 하지만 유동 인구가 많다는 점에서 가능성을 느끼고, 임대료 부담이 없다는 점에서 운영 부담은 자체 서점을 내는 것보다는 훨씬 적다고 한다. 이미 대형 서점들 사이에서 대형 마트 입주를 두고 경쟁이 벌어지고 있어서 멈출 수는 없는 상황이라고 한다.


문화 공간을 바라는 대형 마트와 새로운 시장을 바라는 대형 서점의 요구가 만난 상황에서 대형 마트에 대형 서점이 입주하는 사례는 당분간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생활 공간 가까운 곳에 서점이 생겨 책을 접할 기회가 늘어난다는 점은 반가운 일이다.

지금은 서적 판매 기능과 일종의 놀이방 기능을 겸하고 있지만 대형 마트가 가지고 있는 문화센터 운영 같은 경험들과 맞물리거나 지역 단체가 능동적으로 참여하여 다양한 문화 행사가 이뤄지는 거점으로 발전할 가능성도 있어 한국식 대형 마트 문화의 긍정적인 측면이 될 가능성도 있다.

문제는 없을까? 이미 인터넷 서점의 가격 할인과 대형 서점의 지방 진출 그리고, 도서 대여점과 경쟁 등에 밀려 급속히 줄어들고 있는 동네 서점들에게 위협 요인이 될 가능성이 크다. 몇 남지 않은 동네 서점들은 주로 학생 참고서와 어린이 서적 그리고, 잡지 판매로 명맥을 잇고 있는데 대형 마트에서 취급하는 책들이 바로 이 영역에 있고, 24시간 영업하는 대형 마트의 경우 서점도 24시간 운영하기 때문에 동네 서점 입장에서는 상대하기가 쉽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덧붙이는 글 | 기자는 국어능력 인증시험 시행본부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덧붙이는 글 기자는 국어능력 인증시험 시행본부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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