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관계를 연상시키는 청 태종의 항복조건

대외 침략에 동원하고 군사력 억제하고...

등록 2006.06.26 08:41수정 2006.06.26 08: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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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날 한미 간의 종속관계는 군사 분야에서 특히 현저하게 나타나고 있다. 한국은 자국 국민의 혈세로 미국의 침략전쟁에 ‘찬조 출연’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미국의 압력에 의해 군사력 증강까지 제한받고 있다.

예컨대, 한국군 미사일은 300km 이상을 비행할 수 없다. 왜냐하면, 2001년 1월 17일 한·미 미사일 합의에 따라 한국군 미사일은 사거리 300km, 탄두 중량 500kg 이내로 제한되고 있기 때문이다. 참고로, 300km의 거리는 서울에서 경남 김해까지의 거리다.

필자가 2005년 4월호 월간 <말>에서 미 중앙정보국(CIA)의 분석을 토대로 정리한 바 있듯이, 북한제 미사일은 1만 5천km 정도까지 비행할 수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한국의 군사력이 상대적으로 얼마나 많은 제약을 받고 있는가를 보여 주는 대목이다.

한국군 미사일의 사거리는 고작 300km

군사력에 대한 이러한 굴욕적인 제약은 과거 청 태종(재위 1626~1643년) 황태극(黃太極)이 조선에 내건 11개 조항의 항복 조건에서도 잘 나타난다. 청 태종의 유지(諭旨)에 담긴 항복 조건 가운데 몇 가지만 소개하기로 한다.

1. 조선 왕이 몸을 바쳐 투항한다는 뜻에서 왕세자와 다른 왕자 1명 및 대신들의 아들 또는 동생을 인질로 한다.

조선 제16대 군주인 인조(재위 1623~1649년)는 이 조항에 따라, 지금의 서울 송파구 석촌동에서 1637년 1월 30일 청 태종에게 삼배구고두(三拜九叩頭)의 예를 행했다. 삼배구고두란 절을 세 번 하고, 머리를 아홉 번 땅에 찧는 것을 가리킨다. 그리고 이 조항의 뒷부분에 따라 인조는 왕세자를 인질로 심양에 보냈다.


2. 청이 전쟁을 하게 될 때 군사를 징발하면 착오가 없도록 한다.
3. 조선은 조창수(鳥槍手)·궁전수(弓箭手) 등의 병사와 50척의 배를 동원하여 피도를 공격한다.


이 두 조항은 청의 대외전쟁에 조선이 협력할 것을 요구한 것이다. 이후 조선은 실제로 청의 파병 요청을 수락했다.


4. 조선은 성지(城池)를 수축할 수 없다.

성지라는 것은 성곽의 주위를 둘러싼 못을 말한다. 외부에서 쉽사리 성곽에 접근할 수 없도록 하기 위한 장치다. 조선의 군사적 방어력을 약화시키는 이러한 조치는 조선이 청나라를 상대로 전쟁을 벌일 생각을 품지 못하도록 하기 위한 것이었다. 이는 명나라가 5만 필 정도의 말을 조선에서 가져간 것과 일맥상통하는 것이었다.

이처럼 청나라에 패배한 조선은 청나라의 요구에 따라 삼전도에서 치욕적인 항복 의식을 거행하였고, 또 청나라의 대외전쟁에 동원되었으며 심지어는 군사력의 제한까지 감내하지 않으면 안 되었다. 이러한 과거의 역사적 사실은, 미국의 압력 때문에 미국의 대외 침략전쟁에 동원될 뿐만 아니라 미사일 개발까지 제한받는 한국의 현실을 연상시키는 것이라 할 수 있다.

미사일 사거리 제한은 한국군 억제 기능

1945년 9월 남한 땅에 들어왔으며 1950~1953년에는 이 땅에서 북한과 전쟁까지 치룬 적이 있는 미군은 아직까지도 본국으로 돌아가지 않고 있을 뿐만 아니라, 한국군을 자국의 대외침략에 동원하기까지 하고 있으며, 심지어는 한국군의 미사일 사거리까지 제한하고 있다.

미사일 사거리 제한과 관련하여 어떤 명분을 내걸든 간에, 미국의 진정한 의도는 한국군의 군사력을 제한하고 또 군사적인 대미 의존을 심화시키기 위한 것이다. 북한군을 억제한다던 미군이 정작 억제하고 있는 것은 북한군이 아니라 바로 한국군임을 보여주는 대목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청나라의 횡포는 병자호란(1637년) 얼마 후인 1644년 중원 장악(입관) 이후로 사실상 종결되었지만, 미국의 횡포는 오늘날까지 60년이 넘도록 그치질 않고 있다. 정상적인 자주국방을 위해서라도 기존의 한미관계는 재검토되지 않으면 안 될 것이다.

덧붙이는 글 | <뉴스 615>에도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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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mjongsung.com.시사와역사 출판사(sisahistory.com)대표,일제청산연구소 연구위원,제15회 임종국상.유튜브 시사와역사 채널.저서:대논쟁 한국사,반일종족주의 무엇이 문제인가,조선상고사,나는 세종이다,역사추리 조선사,당쟁의 한국사,왜 미국은 북한을 이기지못하나,발해고(4권본),한국 중국 일본 그들의 교과서가 가르치지 않는 역사 등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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