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렵게 먹고 사는 어촌마을 풍경

전남 신안군 지도읍 '사옥도'

등록 2006.06.26 10:14수정 2006.06.26 16: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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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옥도는 신안군 지도읍에 속한 작은 섬이다. 지도-송도-사옥도로 연결되는 다리가 놓이기 전에는 이 섬은 신안군 증도와 지도를 연결하는 징검다리 역할을 했다. 신안군은 섬으로 이루어진 군(郡)이었지만 신안 지도와 무안 해체가 연결되었고, 다시 지도와 송도 그리고 사옥도를 연결하는 다리가 놓이면서 육지로 변했다.

주민들은 다리가 놓이면서 비로소 '자유'를 찾았다고 하지만 육지 사람들이 빈번하게 드나들면서 이곳도 쓰레기로 몸살을 앓고 있다. 어딜 가더라도 배 시간을 맞춰야 하고, 바람이라도 부는 날이면 더욱 서둘러야 했던 것이 섬사람들의 육지나들이 일상이었다.


김준

김준
송도와 사옥도 탑선을 연결하던 뱃길은 이제 녹이 슬었다. 낡은 포구 위로 육중하게 놓인 다리 밑은 더위를 피해 놀이를 나온 도시 사람들의 놀이터가 되었다. 술도 한잔하고 송도에서 사온 싱싱한 생선을 썰어 곁들인다. 여기저기에 뒹구는 쓰레기만 없다면 참 아름다우련만.

사옥도는 섬의 크기와 경작면적에 비해 인구가 적다. 여기에 염전과 김 양식도 하고 있어 삶이 그래도 괜찮은 편이다. 그런데 주민들은 이렇다 할 소득이 없다고 답답해한다. 그저 먹고살 뿐이라는 것이다.

굳이 설명할 것도 없이 쌀농사가 소득작물이 될 턱이 없고, 양파와 마늘 가격이 괜찮으면 본전치기로 인건비 정도 건져 먹고 사는 형편이다. 불과 20여 년 전까지만 해도 사옥도 바닷가 주민들은 대부분 김 양식을 했지만 지금은 탑선에 두 사람, 당촌에 두서너 사람이 김 공장을 직접 운영하며 대량으로 김 양식을 하고 있다.

김준

김준
요즘 사옥도와 증도를 연결하는 공사가 진행중이다. 2004년 사옥도와 송도 즉, 육지로 통하는 다리가 놓이기 전에는 탑선이 중심 포구였다. 지금은 겨우 10여 가구에 불과하고 마늘 농사를 짓고 살고 있지만, 다리가 놓이기 전에는 가게가 여섯 개나 되었고, 열댓 가구가 포구에 다닥다닥 붙어 있었다.

인근 증동리 사람들이 서울이나 목포를 가기 위해서는 반드시 사옥도 지신개(포구)로 건너와 걸어서 탑신까지 이동한 다음 지도 고사포까지 배를 이용해야 했다. 소금을 많이 내 돈 많기로 소문난 증동 사람들도 뭍으로 나가기 위해서 탑선마을을 지날 때는 조심했다. 어릴 때 동네 앞길에 금을 그어놓고 다른 마을 아이들이 지나지 못하게 했던 기억이 떠올랐다.


사옥도는 2004년을 기준으로 290여 호가 살고 있는 섬이지만 배는 17척에 불과하다. 어촌보다는 농촌의 모습을 갖고 있으며, 덤장이나 이각망 정도가 고기잡이 흉내를 내는 모습이다. 사옥도는 아래탑섬, 원달섬, 탑섬 등 여러 개의 섬들이 연결되어 오늘의 모습을 하고 있다.

이 섬은 얕은 간석지가 발달해 염전 개발과 간척사업이 일찍부터 발달했다. 원이 막아지기 전에는 탑선의 초등학교 앞 갯벌과 원달리의 갯벌에서는 불을 때서 바닷물을 증발시켜 만드는 '자염'(煮鹽)을 생산했다.


김준

김준
원달섬과 내섬 그리고 하탑선을 막아 만든 간척지는 농지와 소금 생산지가 됐다. 사옥도의 천일염전은 50여 년 전에 만들어졌으며, 지금 23판의 염전에는 21명의 주민들이 소금을 생산하고 있다. 원달리 섬을 중심으로 이루어지는 사옥도의 소금 생산은 한 집을 제외하고 모두 1판씩 가족노동을 중심으로 소금밭을 운영을 하고 있다.

중국 소금이 수입되기 전에는 소금밭은 '백금밭'이었다. 그만큼 돈이 되었다. WTO는 소금도 그냥 두지 않았다. 정부는 중국산 소금 수입을 앞두고 가격유지와 전업을 위한 폐전을 유도하고 지원하는 정책을 추진했다. 이 기간에 많은 염전경영자들이 폐전을 신청했다. 그 탓에 전남 신안 지역과 영광 일부 지역을 제외한 충남, 경기 등 다른 지역의 소금 생산은 거의 중단되었다. 무안 신안 지역은 양파, 마늘 모내기 등으로 제일 바쁜 철이다. 고양이 손이라도 빌려야 할 판이다.

사옥도에서 50대의 주민을 찾기 쉽지 않다. 원달리에 사는 50대 중반의 주민의 말처럼 자신이 70대가 되는 10여년 후에 섬에 사람이 있을지 걱정이라고 한다. 농어촌에 사는 사람들은 도시 주민과 달리, 이문이 남지 않아도 인건비만 건질 수 있으면 농사를 짓고, 갯일을 한다. 이들이 농어촌을 지켜온 것이다.

그동안 정부가 농업과 수산업으로 승부를 걸려고 내놓았던 수산정책과 농업정책들 중 성과가 있는 정책을 꼽기 어렵다. UR과 WTO를 비롯한 수입개방에 맞서 내놓았던 농수산정책들은 이제 주민들의 삶을 우선 고려하는 어촌정책과 농촌정책으로 전환되어야 한다.

김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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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여 년 동안 섬과 갯벌을 기웃거리다 바다의 시간에 빠졌다. 그는 매일 바다로 가는 꿈을 꾼다. 해양문화 전문가이자 그들의 삶을 기록하는 사진작가이기도 한 그는 갯사람들의 삶을 통해 ‘오래된 미래’와 대안을 찾고 있다. 현재 전남발전연구원 해양관광팀 연구위원으로 근무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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