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8월 31일 이주성 국세청장(왼쪽)이 한덕수 경제부총리, 추병직 건교부 장관과 함께 정부의 부동산종합대책을 발표하고 있다.오마이뉴스 권우성
[투기와의 전쟁] "부동산 못 잡으면 집으로 가겠다"
부동산 투기 혐의자 등에 대한 세무조사는 작년 8.31 정부 대책 발표 이후 더욱 힘을 발휘했다. 대책 발표 전부터 별도의 투기 가수요 대책반을 만들기도 했다.
또 정부가 8.31 대책에 서울 송파거여지구에 대한 신도시 건설을 발표하자마자, 국세청은 이 지역에 대한 세무조사 계획을 동시에 내놓았다. 투기 지역에 대한 세무조사가 사후약방문 아니냐는 그동안의 지적을 염두에 둔 것이다.
이주성 전 청장은 정부 대책 발표 전날 한덕수 경제부총리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세무조사 실시를 미리 알리기도 했다.
물론 이같은 국세청의 행보가 순탄하지만은 않았다. 내부에서도 업무 과중에 대한 불만의 목소리도 터져 나왔다. 본청을 비롯해 조사국 간부와 직원들은 연일 계속되는 각종 세무조사에 주말을 내놓아야 했다.
서울 강남 등 부동산 업계 일부에선 "이주성이 얼마나 갈 것 같으냐"는 등의 이야기가 나돌기도 했다.
이 전 청장은 특히 부동산투기를 잡기 위해 국세청이 예정에도 없던 각종 기획 세무조사 등을 추진하는 과정이 쉽지 않았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지난해 초부터 서울 강남 아파트를 비롯해 부동산 값이 폭등하자 "부동산투기를 잡지 못하면 집으로 돌아갈 수 밖에 없다는 생각도 했다"고 말하기도 했다.
지난해 말 오랜만에 기자들과 만난 이 전 청장의 말을 들어보자.
"솔직히 올해 여러가지 일들이 많지 않았습니까. 4개월동안 부동산 투기에 매달려야 했고, (외국계) 펀드 세무조사에 현금영수증제도, 여기에 종합부동산세를 처음으로 시작했는데…. 여러가지로 준비하면서 나한테 호되게 혼난 직원들도 있었고…. 직원들이 참 고생 많았지요."
'포스트 이주성'의 국세청은...
이 전 청장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강남 아파트값 등은 큰 변동이 없었다. 오히려 이른바 '버블 세븐'이라 불리는 투기 지역은 일부 오름세를 이어가기도 했다.
이어진 5.31 지방선거의 여당 참패도 이 전 청장에게 직간접적인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특히 선거 참패 원인이 여당의 부동산·세금 정책 때문이라는 보수언론의 보도 역시 부담으로 작용했다. 게다가 최근 여권 일부에서 경제부처 개각설도 나왔다.
국세청 한 고위간부는 "국세청은 정부의 정책을 세우는 곳이 아니라 집행하는 곳"이라면서 "세무조사가 투기를 근본적으로 막지는 못하지 않나"라고 말했다.
28일 청와대는 이주성 청장의 사표를 수리했다. 후임 인선은 청문회 등을 고려해 신중하겠다는 입장이다. 전군표 현 차장 등이 차기 청장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부동산 투기와 고소득 자영업자 등의 탈세는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미국계 사모펀드인 론스타 등 외국자본에 대한 과세 역시 마찬가지다. '포스트 이주성'의 국세청이 참여정부 후반기에 어떤 경제검찰의 모습을 보일지 국민들은 주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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