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흰꼬가 곰탱이 밥을 뺏아 먹는 모습.전희식
우리나라 최고령 닭이라 자부하던 '흰꼬'가 죽었다. 직접 사망원인은 폐에 연기가 많이 들어갔기 때문이고 이 때문에 하룻밤을 앓다가 끝내 숨졌다. '흰꼬'의 허파에 연기가 많이 들어가게 된 것은 내가 아궁이 속에서 '흰꼬'가 알을 낳고 있는 걸 모르고 불을 땠기 때문이다.
장마가 길어지면서 방이 눅눅해지는 것 같아 아궁이에 불을 피웠는데 불살개에 불이 붙고 나서 고추지지대로 쓰던 나무말뚝과 포도넝쿨 잘라 뒀던 것을 함께 밀어 넣었다. 이때 '두둑' 하는 소리가 아궁이에서 났다. 나는 구들장 돌이 갈라져 떨어지는 줄 알고 부지깽이로 뒤적여 봐도 이상이 없기에 불을 계속 지폈다. 나무를 다시 집어넣는데 '푸드득' 하는 요란한 소리와 함께 흰꼬의 날갯짓이 보였다.
깜짝 놀란 나는 아궁이 나무를 몽땅 밖으로 끄집어냈고 마당수돗가에 물이 가득 담겨있는 물통을 들고 와 쏟아 부었다. 기세 좋게 타 오르던 나무더미에 물이 끼얹어지면서 뿜어내는 연기가 지독했다. 불길과 연기를 피해 아궁이 속으로 깊이 기어들어가는 흰꼬 때문에 나는 가슴이 졸아드는 것 같았고 무릎을 꿇고 머리를 아궁이 속으로 넣어 팔을 길게 뻗고서야 흰꼬를 구출 할 수 있었다.
난리 통에 흰꼬가 낳은 달걀은 깨졌고 껍질의 흰 잔해가 가슴을 더욱 아프게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