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발·두바퀴로 다니는 떼거리, 발바리

자동차에 빼앗긴 도로를 자전거가 되찾자

등록 2006.07.06 15:10수정 2006.07.07 1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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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바리라는 말을 들어 본 적이 있으신지? 혹, 여성을 상대로 범죄를 저지르는 자들로 기억하고 계신다면 이들에게 커다란 실례다. 매월 셋째 주 토요일 광화문 열린마당에 나가면 이들을 만날 수 있다.

'한미FTA 반대'를 외치는 영화인대책위를 비롯한 각 단체들의 천막농성장들을 지나면 총천연색의 울긋불긋한 옷차림들이 눈에 띈다. 형태도 각양각색인 잔차(자전차)들이 하나 둘 모여들면서 어김없는 그들의 행진이 시작된다. 이들에게 발바리란 두 발과 두 바퀴로 다니는 떼거리를 의미한다. 한 달에 한 번 모여 자동차에게 빼앗긴 도로를 자전거가 되찾는 축제의 이름이기도 하다.


발바리들의 떼거리 잔차질은 서울은 셋째 주 토요일 4시 광화문(이들은 여기를 발바리 공원이라 부른다) 수원은 넷째 주 토요일 4시 장안공원, 공주는 셋째 주 토요일 4시 공산성 주차장에서 시작된다. 자전거가 대안적인 녹색교통이라는 확신을 가지고 있지만 참여하는 사람들에게 그 무엇도 강요하지 않는다. 즐겁게 자전거를 타면 그 뿐.

자전거가 교통흐름을 방해한다고? 내가 바로 그 교통이다

a 발바리 홈페이지에 올려진 모임 사진

발바리 홈페이지에 올려진 모임 사진 ⓒ 발바리

1999년 7월 참세상이라는 PC통신시절 한 사람의 제안으로 모임이 만들어지고 2001년 4월 '8명'이 모여 첫 잔차질이 시작된 이래 60회가 넘도록 거르지 않고 진행되었고, 50회 때는 500명이 모여 최대 규모의 잔차질을 했을 정도로 사람들의 참여가 확대되었다.

'자전거면 충분하다' '자전거 전용도로를 확대하라'는 구호를 자전거 마다 매달고 있다. 자전거가 이렇게 많이 도로위로 나오면 교통흐름을 방해한다는 소리에 '내가 바로 그 교통이다'고 답하고 있다. 자전거가 당당한 교통수단인데, 교통흐름을 방해한다니….

자전거라는 교통수단이 도로에서 제대로 다닐 수 있도록 만들어 주지 않고 있기에 오히려 천대받는 교통수단이 스스로 정당한 대우를 요청하고 있는 셈이다. 뿐만 아니라 그렇게 자전거를 타는 행위 자체가 곧 환경운동이기도 한 셈이다.


많은 사람이 참여하고 있지만 대표도 없고, 의사결정단위도 없다. 참여하는 모든 사람들의 자발성에 기초해 홈페이지를 매개로 운영된다. 매달 열리는 떼거리 잔차질 외에는 다른 공식적 행사와 사업은 없다. 당연히 회비도 없고 특별한 회원개념도 없다.

즐기면서 참여하고, 참여가 퍼포먼스가 되고 곧 운동이 된다


다만 발바리프로젝트라 하여, 차선 하나를 잔차에게, 잠수교를 인도교로, 대중교통에 잔차 싣고 타기 등을 관련 부처나 기관에게 요구하는 운동이 홈페이지를 중심으로 전개되고 있다.

고정된 시간과 공간에서 벌리는 퍼포먼스를 지속함으로써 세상에 메시지를 전해주고 있는 '운동'인 셈이다. 참여하는 사람들은 즐기면서, 참여 자체가 퍼포먼스가 되고 참여 자체가 운동이 되고 있는 셈이다.

유사한 모임이 자전거로 출퇴근하는 사람들(자출사)이다. 2003년에 인터넷상의 카페로 출발한 이 모임도 어느 새 가입자가 2만여 명에 달했다. 전국 곳곳에서 자전거 타는 모임과 행사가 인터넷을 매개로 이루어지고 있다. 녹색교통운동이 제도로, 정책으로, 녹색교통의 주요 수단인 자전거를 위한 노력을 전개해 왔지만 이런 모임들만큼 대중적 공감대를 넓혀 가지는 못한 것으로 알고 있다.

발바리나 자출사는 2002년 이후 부쩍 늘어난 각종 인터넷상의 모임과 활동들로 그 대중적 토대를 넓혀 가고 있다. 한 가지 행위로 메시지를 전달하고 그 공감의 대중적 토대를 넓혀가는 일은 새로운 흐름임에 틀림없다. 이런 흐름들이 어떤 모습으로 발전해 가게 될지 주목해 볼 일이다.

자전거로 출퇴근하는 사람들 홈페이지 바로가기
[발바리 홈페이지 바로가기]

덧붙이는 글 | 함께하는 시민행동의 커뮤니티인 에피소드(www.episode.or.kr)에 올라온 하승창 정책위원장의 글입니다.

덧붙이는 글 함께하는 시민행동의 커뮤니티인 에피소드(www.episode.or.kr)에 올라온 하승창 정책위원장의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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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산감시운동, 정보인권운동, 좋은기업만들기 운동을 중심으로 개인과 공동체가 조화로운 사회를 지향하는 함께하는 시민행동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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