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분 전기요금 청구서입니다. 작년 6월과 비교하면 120kWh 이상 줄였습니다.이승숙
시아버님은 아침 식사를 하신 뒤 습관적으로 커피를 한 잔 드신다. 어머님이랑 두 분만 계실 때는 잘 찾지 않던 커피도 우리가 가면 꼭 찾으신다. 하지만 꼭 커피를 드시고 싶어서 그러시는 건 아닌 것 같다. 아버님은 차를 마시면서 아들이랑 이야기 나누는 걸 더 즐기시는 것 같다.
몇 달 전 어느 날, 아침밥을 먹고 설거지를 하면서 아버님께 여쭤보았다. "아버님, 커피 타드릴까요?" "오야, 그래 커피 좀 타 도고."
그래서 네 사람이 마실 만큼의 물을 주전자에 담아 가스불에 올리려는데, 옆에 계시던 어머님께서 주전자의 물을 조금 따라 버리셨다. "어머니, 왜 물을 따라 버리세요?" "응, 물 양이 좀 많은 것 같아서 따라 버렸어."
어머님 눈대중은 진짜 정확했다. 커피 물은 모자라지도 넘치지도 않게 딱 맞았다. 어머님께서 다시 말씀하셨다. "나는 가스 아끼려고 물 양을 딱 맞춰서 끓여." 나는 그 말씀에 작은 감동을 받았고 머릿속에 담았다.
커피물 양까지 조절하는 어머님의 지혜
몇 달 전까지만 해도 우리 집에서 한 달에 사용하는 전기량은 약 370kwh 정도였다. 그러나 지금은 전기 사용량이 300kwh 아래로 뚝 떨어졌다.
지난 5월분 전기 사용량은 280kwh였고 이번 6월분 전기 사용량은 242kwh였다. 4월분 전기 사용량인 399kwh에 비한다면 150kwh 이상 줄인 셈이다. 그 전달(5월)에 비해서 거의 40kwh를 줄였고 작년 같은 달(2005년 6월)에 비하면 120kwh를 줄였기 때문이다.
어떤 '비책'을 썼기에 전기 사용량을 이처럼 줄일 수 있었을까?
예전에 아이들이 어리고 집이 작을 때는 전기 사용량이 한 달에 300kwh를 넘지 않았다. 그런데 언젠가부터 300kwh가 넘어 있었다. 김치 냉장고를 들여놓고 아이들 공부 때문에 컴퓨터를 한 대 더 사면서부터 우리 집 전기 사용량은 300kwh를 넘어섰다. 그러다가 알게 모르게 350kwh를 넘어서더니, 드디어 지난 4월엔 400kwh에 육박하는 399kwh까지 이르렀다.
이대로는 안 되겠다는 위기감이 들었다. 전기요금은 누진제가 적용되기 때문에, 사용량이 많아지면 전기요금은 그보다 더 빠른 속도로 늘어난다. 주택용 전력의 경우, '기본요금'은 201~300kwh일 때 1430원이지만 301~ 400kwh일 때는 3420원으로 올라간다.
사용한 만큼 나오는 '전력량 요금'도 1~100kwh까지는 kwh당 55.10원이지만 101~200kwh까지는 kwh당 113.80원으로 요금이 책정된다. 201~300kwh까지는 kwh당 168.30원, 301~400kwh까지는 kwh당 248.60원이다. 첫 구간인 1~100kwh 때 55.10원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무려 5배 가까이 비싸진다.
6월에 242kwh를 쓴 우리 집의 전기요금은 3만1530원이다. 이것을 가만히 계산해 보면, 처음 1~100kwh까지는 55.1×100을 해서 5510원이다. 101~200kwh까지는 113.80원을 적용하기 때문에 1만1380원이 된다. 201~242kwh까지는 168.30원을 적용해서 7068.6원(168.30×42)이 된다. '5510원+11380원+7068.6원'에다가 TV 수신료와 세금을 더하면 3만1530원이라는 전기요금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