댁의 전기요금은 어떠세요?

어머님께 배운 지혜로 전기 요금과의 전쟁에서 '한판승'을 거뒀습니다

등록 2006.07.07 11:14수정 2006.07.07 1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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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분 전기요금 청구서입니다. 작년 6월과 비교하면 120kWh 이상 줄였습니다.
6월분 전기요금 청구서입니다. 작년 6월과 비교하면 120kWh 이상 줄였습니다.이승숙
시아버님은 아침 식사를 하신 뒤 습관적으로 커피를 한 잔 드신다. 어머님이랑 두 분만 계실 때는 잘 찾지 않던 커피도 우리가 가면 꼭 찾으신다. 하지만 꼭 커피를 드시고 싶어서 그러시는 건 아닌 것 같다. 아버님은 차를 마시면서 아들이랑 이야기 나누는 걸 더 즐기시는 것 같다.


몇 달 전 어느 날, 아침밥을 먹고 설거지를 하면서 아버님께 여쭤보았다. "아버님, 커피 타드릴까요?" "오야, 그래 커피 좀 타 도고."

그래서 네 사람이 마실 만큼의 물을 주전자에 담아 가스불에 올리려는데, 옆에 계시던 어머님께서 주전자의 물을 조금 따라 버리셨다. "어머니, 왜 물을 따라 버리세요?" "응, 물 양이 좀 많은 것 같아서 따라 버렸어."

어머님 눈대중은 진짜 정확했다. 커피 물은 모자라지도 넘치지도 않게 딱 맞았다. 어머님께서 다시 말씀하셨다. "나는 가스 아끼려고 물 양을 딱 맞춰서 끓여." 나는 그 말씀에 작은 감동을 받았고 머릿속에 담았다.

커피물 양까지 조절하는 어머님의 지혜

몇 달 전까지만 해도 우리 집에서 한 달에 사용하는 전기량은 약 370kwh 정도였다. 그러나 지금은 전기 사용량이 300kwh 아래로 뚝 떨어졌다.


지난 5월분 전기 사용량은 280kwh였고 이번 6월분 전기 사용량은 242kwh였다. 4월분 전기 사용량인 399kwh에 비한다면 150kwh 이상 줄인 셈이다. 그 전달(5월)에 비해서 거의 40kwh를 줄였고 작년 같은 달(2005년 6월)에 비하면 120kwh를 줄였기 때문이다.

어떤 '비책'을 썼기에 전기 사용량을 이처럼 줄일 수 있었을까?


예전에 아이들이 어리고 집이 작을 때는 전기 사용량이 한 달에 300kwh를 넘지 않았다. 그런데 언젠가부터 300kwh가 넘어 있었다. 김치 냉장고를 들여놓고 아이들 공부 때문에 컴퓨터를 한 대 더 사면서부터 우리 집 전기 사용량은 300kwh를 넘어섰다. 그러다가 알게 모르게 350kwh를 넘어서더니, 드디어 지난 4월엔 400kwh에 육박하는 399kwh까지 이르렀다.

이대로는 안 되겠다는 위기감이 들었다. 전기요금은 누진제가 적용되기 때문에, 사용량이 많아지면 전기요금은 그보다 더 빠른 속도로 늘어난다. 주택용 전력의 경우, '기본요금'은 201~300kwh일 때 1430원이지만 301~ 400kwh일 때는 3420원으로 올라간다.

사용한 만큼 나오는 '전력량 요금'도 1~100kwh까지는 kwh당 55.10원이지만 101~200kwh까지는 kwh당 113.80원으로 요금이 책정된다. 201~300kwh까지는 kwh당 168.30원, 301~400kwh까지는 kwh당 248.60원이다. 첫 구간인 1~100kwh 때 55.10원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무려 5배 가까이 비싸진다.

6월에 242kwh를 쓴 우리 집의 전기요금은 3만1530원이다. 이것을 가만히 계산해 보면, 처음 1~100kwh까지는 55.1×100을 해서 5510원이다. 101~200kwh까지는 113.80원을 적용하기 때문에 1만1380원이 된다. 201~242kwh까지는 168.30원을 적용해서 7068.6원(168.30×42)이 된다. '5510원+11380원+7068.6원'에다가 TV 수신료와 세금을 더하면 3만1530원이라는 전기요금이 나온다.

전기요금(주택용 전력) 계산법.
전기요금(주택용 전력) 계산법.한국전력공사 홈페이지

사용하지 않는 코드 뽑으니 전기요금이 절반으로

예전엔 불필요한 에너지 소모를 줄이자는 계도성 방송을 보면서도 그냥 지나쳤지만, 언젠가부터 절약 방법을 조금씩 실천하니 이렇게 전기요금을 팍 줄일 수 있었다. 내 비법은 사실 특별한 게 아니다. 사용하지 않는 전기 코드를 다 뽑아 두는 거였다.

항상 일정 온도를 유지해야 하는 냉장고와 김치 냉장고 전기 코드는 그대로 두었지만, 나머지 코드들의 경우 사용하지 않을 때는 다 뽑았다. 식구들이 다 외출한 낮 시간엔 화장실의 비데도 꺼두었다. 텔레비전과 컴퓨터를 비롯한 모든 가전제품의 코드도 일일이 다 뽑았다. 그리고 식구들이 거실에 다 모여 있을 때도 아이들 방이나 주방의 불을 그대로 켜두던 예전과 달리, 이젠 사람이 없는 곳의 불은 모두 다 껐다.

그 결과, 단 두 달만에 전기 사용량을 40% 줄일 수 있었다. 그리고 7만원이 넘던 전기 요금도 절반 수준으로 줄었다.

6월분 전기요금 청구서를 받아본 내 입가엔 환희의 미소가 떠올랐다. 몹시 고무된 나는 그 기쁨을 가족과 함께 누렸다. 아침 식사 때 가족들에게 전기요금 청구서를 보여 주었다. 그리고 다 함께 얻은 결과이기에 가족들에게 고맙다고 전했다.

장맛비가 하염없이 내린다. 따뜻한 차 한 잔이 생각난다. 딱 한 잔 분량의 물을 끓여서 차 한 잔 마셔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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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일을 '놀이'처럼 합니다. 신명나게 살다보면 내 삶의 키도 따라서 클 것이라는 생각을 하며 오늘도 뭐 재미있는 일이 없나 살핍니다. 이웃과 함께 재미있게 사는 게 목표입니다. 아침이 반갑고 저녁은 평온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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