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일통신-5일차 부산] 대안은 밑으로부터

등록 2006.07.08 14:48수정 2006.07.08 14: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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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usan03.jpg ⓒ 함께하는시민행동

"희망이 없으면 노력도 없다. 희망이 없는데 노력할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노력하는데는 다 그만한 이유가 있는 것이다. 목표 없이 일하는 사람은 없다. 골인 지점 없이 달리는 마라토너는 없다. 희망을 먼저 가지자. 그리하면 자연히 노력하는 사람이 될 테니까." -사무엘 존슨

희망을 찾아 떠난다고 했습니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희망은 찾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함께 만들어가는 것입니다. 이곳 저곳에서 희망 희망 하니까 이 단어를 입에 올리기가 사실은 약간 쑥스럽습니다. 하지만 위 말처럼 희망은 있어야 하니까요.

희망은 누군가에 의해 독점되지 않고, 누구나가 꿈꾸고 가질 수 있는 공유재여야 합니다. 투어 일주일째입니다. 우리가 하는 일이, 우리만이 희망을 만들 수 있다는 생각이 우리의 발목을 잡고 있는 것은 아닌지 고민하게 됩니다. 한 활동가는 권력의 독점 만큼이나 운동의 독점에 대해서도 이야기해야 한다고 하십니다.

위기는 내부로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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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usan01.jpg ⓒ 함께하는시민행동

투어 5일차 저녁 부산입니다. 언제나처럼 지역에서 일하는 활동가들을 만났습니다. 저녁 먹고, 소주 한잔 하면서 이야기를 나누었던 이전과는 다르게 부산에서는 밤 11시까지 사무실에서 많은 이야기를 했습니다(물론 끝나고 1시간 정도 소주를 한잔했습니다 ^^). 부족한 저희들을 위해 저녁 늦게까지 자리를 지켜주신 분들에게 정말 감사를 드립니다.

"정확하게 이야기하면 2004년 총선 이후부터 위기에 대한 구체적인 고민들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성명서와 논평만을 날리는 공중전에 대한 문제제기도 있었고 재정적 어려움은 뭐 말할 것도 없구요.

사회적 의제와 대안을 주민들과 함께 만들어가는 포지티브한 운동을 해야겠는데 구체적인 상이 안그려지고… 정말 심각한 건 활동가 재생산 문제입니다.

예전에는 대학이라는 저수지에 많은 인적 자원들이 있었는데 지금은 시민운동의 토대가 되는 저수지 자체가 없어져버렸거든요. 뿐만 아니라 시민운동을 자꾸 방법론적으로 접근하다고니 우리 사회에 대한 철학의식이나 역사의식도 부족한 게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어요.

볼룬티어로 참여하는 전문가들도 마찬가지입니다. 부산이라는 지역의 정치적 상황이 좀 특별하긴 하지만 부산 지역의 여론 주도층이 친정부 성향으로 이동한 것을 부정할 수는 없습니다. 선거 시기만 되면 전문가들이 각 캠프로 스며들어가고 있습니다. 위기는 우리 내부로부터 오기 시작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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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usan02.jpg ⓒ 함께하는시민행동

오랫동안 부산 지역에서 일해온 한 활동가의 말입니다. 시민운동의 위기냐, 아니냐라는 논쟁이 있지만 사실 위기이기도 하고, 위기가 아니기도 합니다.

그리고 앞서 운짱도 이야기했지만 "시민운동"을 통채로 걸어놓고 위기논쟁을 하는 것은 별 의미가 없어보입니다. 우리에게 지금 필요한 건 위기의 지점이 있다면 그것을 피하지 않고 당당히 맞서는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위기는 삶을 정화시킨다고 하잖아요. 스스로 내가 누구인지 발견하게 해준다구요.

"2004년 총선 이후부터 부산 지역을 5개 권역으로 나누어서 권역별 주민모임을 만들기 시작했어요. 어떤 거창한 목표나 의도, 구체적인 계획을 가지고 시작한 것은 아닙니다.

어떻게든 주민들 속으로 들어가 삶의 운동, 현장 운동을 해봐야 한다는 절박함이 있었어요. 일종의 실험인 셈이죠. 그리고 각 팀장들에게 지역모임을 하나씩 꼭 담당하게 했습니다…

지역 모임에는 섬김이라는 회장이 있고, 도움이라는 총무가 있고, 이를 지원하는 상근팀장이 있습니다. 주민들이 생활하고 있는 삶의 현장에 운동의 주체가 있어야 한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러한 사람들이 하나둘씩 생겨나고, 주민들과 생활 속에서 교류하다보면 자연스럽게 지방 권력이나 의회에 대한 관심도 생겨날 것으로 봅니다. 자연스럽게 만들어지는 주민자치를 기대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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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usan04.jpg ⓒ 함께하는시민행동

우리가 입으로 위기를 이야기하고, 대안이 없다고 이야기하는 순간에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희망을 만들어가기 위한 작은 실험들이 하나씩 하나씩 생겨나고 있습니다.

그 방식이 예전과는 다른 것이겠죠. 일방적으로 전달되는 대안이 아니라 밑으로부터 자연스럽게 생겨나는 '자생적 대안'이 필요한 시기라는 생각이 듭니다.

"좌표를 찾아내는 방법이 달라져야 해요. 서울이라는 곳에 앉아서 현장에는 가보지도 않고 대안을 만들어낸다고 난리들인데 이게 도대체 뭔가 싶습니다."

부산에서 뿐만 아니라 다른 지역에서 만난 분들도 공통되게 이야기하시는게 있습니다. 대안을 찾고만 있어서는 안된다는 것입니다. 우리 스스로 실험하고 검증해봐야 하다고 이야기합니다.

작은 지역에서의 실험들이 검증되고 완성될 수 있다면 희망을 볼 수 있는 것이겠죠. 물론 그런 지역에서의 실험과 검증이 그 한정된 공간에서만 머물러서는 안될 것입니다. 다양한 곳의 다양한 실험들이 서로 소통되어야 하고, 적극적으로 네트워킹되어야 할 것입니다.

지금 시민운동은 어느 지점에 와 있는 것일까요? 지금은 약간 다른 일을 하시지만 부산 지역에서 꽤 오랫동안 시민운동을 하셨던 분의 말씀으로 마무리하려고 합니다. 한번씩 곱씹어볼 이야기라는 생각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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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usan05.jpg ⓒ 함께하는시민행동

"최근 들어 몇 가지 흐름들이 있는 것 같습니다. 우선 주민공동체운동은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시점이라고 봐야 할 것 같아요. 그리고 대안운동이 서서히 생겨나고 있는데요.

지금까지 시민운동이 개인을 회원화하고, 회원을 참여시키는데 고민의 중심이 있었다면 이제는 좀 다르지 않을까요. 참여를 조직하는 것이 아니라 개인들이 그 속에서 어떻게 네트워크되고 있는가가 중요한 문제라는 생각이 듭니다.

또 다른 흐름으로는 행정조직과 뭔가를 같이 해보자는 것이 있는데 이건 신관변이라는 것으로 귀결될 것으로 생각되요.

마지막으로 요즘은 최소 단위 커뮤니티의 역할들이 증가하고 있는거 같습니다. 단순한 개인이나 조직체로서의 사회 참여가 아니라 가족 단위나, 취미가 비슷한 동호회 단위이거나 동창회 내의 작은 친목모임이거나…이런 소규모 모임들의 네트워크가 증가하고 있다고 보여지거든요. 그 안에서 새로운 운동들이 생겨나는거겠죠."


- 투어 7일째, 부산에서의 기억을 더듬어서 조아신 씀 -

* 현장 녹음을 하지 않았기 때문에 그대로 전달하지는 못합니다. 최대한 기록들을 참고하고 순서와 상관없이 비슷한 내용들을 합치고, 당시의 분위기를 더듬어가면서 정리를 하려고 합니다. 부족한 머리여서 자신은 못합니다만, 최대한 이야기하신 내용들이 왜곡되지 않도록 하겠습니다.

덧붙이는 글 | 희망버스의 16일간 전국일주 공식 블로그 : http://blog.ohmynews.com/activist

덧붙이는 글 희망버스의 16일간 전국일주 공식 블로그 : http://blog.ohmynews.com/activi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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