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일통신-청주] 생태교육연구소 터를 방문하고

등록 2006.07.20 17:21수정 2006.07.20 1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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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꺼비와 인간, 그리고 개발이라는 단어는 서로 공존할 수 있을까? 이 한가지 의문을 가지고 청주에 있는 생태교육연구소 터를 방문했습니다.

2003년, 청주시 구룡산이 두꺼비들의 집단 서식지라는 사실이 밝혀집니다. 두꺼비들은 매년 구룡산 아래에 있는 원흥이 마을에 내려와 산란을 하고 다시 산으로 올라갑니다. 하지만 이곳에는 검찰청과 법원청사, 그리고 대형 아파트들의 건설이 예정되어 있습니다.

개발이 계획대로 진행된다면 두꺼비들은 서식지를 잃게 되겠죠. 그렇다고 이미 예정되어 있던 개발을 원점으로 되돌리기는 힘든 상황입니다. 이 문제를 어떻게 풀어야 할까요?

청주지역의 시민단체들은 서로가 공존할 가능성이 있는 방식들을 합의했습니다. 물론 합의의 과정까지 오랜 시간 동안의 싸움의 과정은 불가피했습니다. 결국 청사와 아파트는 그 지역에 그대로 들어서지만 두꺼비가 산란하는 원흥이 저수지는 그대로 유지하여 생태공원으로 조성하기로 했습니다. 그리고 구룡산까지 두꺼비가 이동할 수 있는 경로가 새로 만들어졌습니다.

매년 두꺼비들의 이동경로를 모니터하고 있는 생태교육연구소측에 의하면 공사가 시작되면서 산란을 위해 내려오는 두꺼비들의 수는 점점 줄어들고 있습니다. 따라서 이 공존의 실험은 실패할 수도 있고, 많은 시행착오를 거치면서 성공할 수도 있습니다. 실험중이라는 사실과 그 실험의 성공을 기원하는 사람들이 공동의 노력을 하고 있으니까 기대를 가져봅니다.

관련기사 보기 - 인간과 두꺼비의 공존, 가능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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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함께하는시민행동


두꺼비와 인간의 공존 가능성을 실험하다.

생태교육연구소 터는 98년에 창립되었습니다. 청주시를 인간과 자연이 어울려 살 수 있는 생태도시로 만들자는 취지로 모임은 시작되었고, 이를 위해 구성원들이 가장 잘 할 수 있는 영역을 찾다보니 자연스럽게 생태교육분야에 집중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연구소라는 명칭은 자연스럽게 전문적인 지식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의 모임을 연상시키게 됩니다. 이에 대해서 생태교육연구소의 살림꾼인 박완희 사무국장님은 이렇게 답합니다.

대부분의 시민단체가 전문가에 의존하는 경우가 많은데 평범한 시민들도 직접 자기가 관심을 가지고 있는 분야에 대해서 함께 공부하다보면 자연스럽게 전문가가 될 수 있다고 보거든요. 그리고 그런 사람들이 모여서 운동을 해나가면 더 좋은 일이 아닐까 생각해서 굳이 연구소라는 명칭을 붙이게 된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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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함께하는시민행동

생태교육연구소 터는 정부나 기업의 지원을 받지 않고 자립적으로 단체운영을 하고 있습니다. 물론 초창기에는 충북도로부터 연구조사사업에 대한 프로젝트를 지원받아서 일을 하긴 했지만 2002년부터는 내부 합의를 통해 일체의 정부지원금을 받지 말고 회비로만 운영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전체 회원이 270명쯤 되는 연구소에는 두명의 상근자와 한명의 반상근자가 일하고 있는데 이들은 주로 교육프로그램을 진행하는데 역점을 두고 있습니다.

초기에는 상근자들이 현장에 나가서 생태안내를 하다가 2000년부터는 지역에서의 요구들이 점점 늘어나서 자체적으로 자연안내자 양성교육을 하고 있다고 합니다. 이 양성교육프로그램은 자연안내자 양성교육을 받으신 분들이 함께 모여서 교육프로그램을 만들고 현장 교육을 진행하는 시스템을 만들어냈습니다.

최근에는 두꺼비 학교라는 것을 하는데요. 이건 꼭 교육만 진행하는 게 아니라 교육에 참여하는 사람들이 두꺼비 살리기 운동을 하는 것입니다. 두꺼비를 살린다는 것은 자연스럽게 두꺼비 서식지인 구룡산을 어떻게 보존할 것인가의 문제가 되거든요. 두꺼비를 매개로 해서 자연스럽게 환경운동이 생긴 셈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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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함께하는시민행동

생태교육연구소 터에서 진행하는 교육프로그램은 자연안내자 양성교육과 두꺼비학교 뿐만 아니라 매달 한번씩 외부에서 강사를 불러서 자연생태 뿐만 아니라 역사와 문화, 사회적인 문제들을 사랑방형태로 모여서 이야기를 나누는 "배움터"가 있고, 청주시에 흐르는 무심천을 중심으로 한 "무심천사랑어린이학교"가 있습니다. 그 외에도 회원들 스스로 생태사진모임이나 역사소모임, 야생동물모임, 가족산행모임 등을 통해 활동하고 있다고 합니다.

이런 생태교육연구소는 회원가입을 인터넷으로 받지 않는다고 합니다. 상당수의 단체들이 인터넷 회원 가입의 중요성을 이야기할 때 생태교육연구소는 왜 굳이 인터넷으로 회원가입을 받지 않는다고 이야기하는 것일까요?

우리는 생태체험을 하는 단체가 아니라 생태운동을 하는 단체거든요. 그런데 인터넷으로 회원가입을 받으면 정확한 단체에 대한 이해없이 생태체험만을 하는 곳으로 이해하고 가입하는 사람들이 많더라구요. 그래서 전화통화를 통해 단체의 지향하는 바를 명확히 말씀드리고 거기에 동의하는 분들만 회원으로서 참여할 수 있게 한거죠.

사실 회원을 늘리려고 하면 쉽게 늘리겠다 싶은데 꼭 회원이 많은 것이 단체에 득이 된다고 생각하지 않거든요. 실제 활동을 할 수 있는 회원과 꾸준히 후원할 수 있는 사람들을 꾸준히 늘려갔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있구요. 회원이 많아지면 단체 상근자가 더 필요하게 되는 문제도 있구요. 근본적으로는 우리 단체의 회원이 늘어나는 것이 단체를 과연 건강하게 하는 것일까라는 고민도 있는 거구요.


저도 그랬지만 사람들은 생태교육연구소 터를 단지 생태적인 것에 대해 연구하고 교육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곳으로 생각할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짧은 시간이었지만 이분들에게 중요한 것은 교육이라는 것 자체가 아니라 교육을 통해서 사람들에게 생태적인 것에 대해서 생각해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주고, 그런 사람들과 함께 청주라는 지역을 자연과 인간이 조화롭게 공존할 수 있는 도시로 만드는 것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교육이라는 기회를 통해 생태교육연구소와 인연을 맺은 모든 사람들이 청주 뿐만 아니라 우리들이 살고 있는 세상을 자연과 인간이 공존하며 살아갈 수 있는 곳으로 만드는데 작은 힘이나마 보탤 수 있기를 기대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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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산감시운동, 정보인권운동, 좋은기업만들기 운동을 중심으로 개인과 공동체가 조화로운 사회를 지향하는 함께하는 시민행동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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