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정부의 짜고치기, 국민만이 막을 수 있다"

이해영 한신대 교수 "한미FTA 경제 대재앙" 경고... 저지 관건은 국민 여론

등록 2006.07.20 20:08수정 2006.07.21 0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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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한미자유무역협정(FTA) 반대 이론가인 이해영 한신대 교수는 19일 밤 서울 모진동 사회문화서점 '인서점'에서 가진 초청 강연에서 "한미FTA는 결국 한국 경제에 대재앙을 몰고올 것"이라고 경고했다.

한미자유무역협정(FTA) 반대 이론가인 이해영 한신대 교수는 19일 밤 서울 모진동 사회문화서점 '인서점'에서 가진 초청 강연에서 "한미FTA는 결국 한국 경제에 대재앙을 몰고올 것"이라고 경고했다. ⓒ 석희열

한미자유무역협정(FTA)의 대표적인 반대 이론가 이해영 한신대 교수는 "한미FTA는 낮은 단계의 경제통합협정"이라며 "이를 저지하기 위해서는 반대 여론이 7:3 비율로 압도적으로 우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교수는 19일 밤 서울 모진동 '인서점' 초청 좌담회에 참석하여 이 같이 지적하고 "9월 3차 협상에서 약제비 적정화 방안 등 몇개의 이슈만 확실히 쥐고 있을 수 있다면 한미FTA는 의외로 저지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문제는 국민 여론이 이슈를 받쳐주느냐는 것.

그는 "우리나라 통상교섭본부장의 재량권은 무한정인데 비해 미국은 FTA 골격이 법률로 정해져 있기 때문에 무역대표부(USTR)의 협상 재량권이 매우 제한적"이라며 "그래서 교섭 막판에 가면 미 통상대표들은 '이대로 하든지 아니면 하지 말자'고 나올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지난주 2차 협상 마지막 날 회의가 열리지 못하고 끝난 것과 관련해 "한국의 협상대표가 엄중히 화난 표정을 지어 보이며 마치 두 나라간 교섭에 문제가 있는 것처럼 연기했다"면서 "이는 한국 국민을 상대로 두 나라 정부의 '짜고 치는' 사기극"이라고 주장했다.

이 교수는 그 예로 정부의 이른바 '4대 선결조건'(정부 표현에 따르면 4가지 통상현안) 양보를 들었다.

'4대 선결조건'이란 협상 시작 전인 지난해 김현종 통상교섭본부장이 미 업계와 의회를 찾아가 미 무역대표부가 제안한 ▲스크린쿼터 축소 ▲미국산 쇠고기 수입 재개 ▲자동차 배기가스 기준 완화 ▲건강보험 약값 현행 유지 등의 문제를 미리 양보했다는 주장.

이 교수는 "지난해 점검회의에서 미 무역대표부 로버트 포트먼 대표가 제안한 4가지 선결조건을 한국 정부가 받아들이기로 결정했다"며 "지난해 11월 미 의회에서 부시 대통령에게 보낸 편지에 한국 정부의 4가지 선결조건 해결 약속이 분명히 나와 있다"고 밝혔다.


"신자유주의 정파의 대표인 대통령을 내세워 FTA 하겠다는 것"

a 이 교수는 한미자유무역협정(FTA)를 저지하기 위해서는 국민의 압도적인 다수가 반대의 목소리를 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교수는 한미자유무역협정(FTA)를 저지하기 위해서는 국민의 압도적인 다수가 반대의 목소리를 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 석희열

한국 정부는 정부 안에 정부를 갖고 있는 신자유주의 정파라는 주장도 제기했다.


이 교수는 "재경부와 외교통상부는 정부 안의 정부다. 이 관료들과 얘기를 해보면 반대 의견에 대해 무조건 논쟁을 해 쳐부술 대상으로 본다"며 "이는 정부 관료들이 신자유주의 정파가 되고 있다는 것으로 결국 정파의 대표인 대통령을 내세워 FTA를 하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미 자유무역협정을 둘러싼 논쟁의 핵심은 무엇일까. 이 교수에 따르면 두 나라간 협정이 실제로 한국 경제에 득이 되느냐 실이 되느냐는 것이 핵심기제다.

그는 "정부는 FTA의 당위성으로 성장과 고용이 함께 늘어나는 동반성장론을 제기했다가 논리적으로 유지가 안 되자 다시 서비스산업 개방론을 들고 나왔다"며 "그러나 FTA를 하게 되면 우리의 대미 경쟁력이 강화된다는 확신과 근거를 설득력 있게 제시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최근 대통령이 제도와 의식 문화의 선진화를 들고 나왔다"면서 "법만 얘기한다면 미국은 불문법이고 우리는 성문법 시스템으로 법체계가 다르기 때문에 충돌이 일어날 수밖에 없는데 이 경우 미국식으로 바꾸라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결국 국내 법체계가 무력화될 것이라는 지적.

이 교수 따르면 한미 자유무역협정이 체결되면 국회는 이행법률을 따로 만들게 되고, 신법 우선주의에 따라 협정과 국내법이 충돌하면 이행법률을 따를 수밖에 없다. 반면 미국은 한미간 협정을 계약관계로 보기 때문에 자국 국내법을 우선 적용하게 되는 것이다.

고용없는 성장, 고용없는 수출'이 한층 심화될 것

a 저녁 7시부터 3시간 넘게 진행된 이날 강연은 건국대생 등 30여 명이 들었다.

저녁 7시부터 3시간 넘게 진행된 이날 강연은 건국대생 등 30여 명이 들었다. ⓒ 인서점

이 교수는 오늘날 한미 경제관계에서 특히 주목해야 할 산업은 제조업보다는 서비스, 투자, 지적재산권 분야라고 강조했다.

그는 "우리의 대외의존도가 70%가 넘기 때문에 수출로 먹고살기 위해서는 한미FTA를 할 수밖에 없다고 광고한다"면서 "2004년 기준으로 미국의 대외의존도는 20%, 일본은 22% 수준이다. 이 지표에 따라 해석하면 우리가 세 배 이상 개방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특히 "한미FTA를 해도 외국인 직접투자가 아니라 90% 이상이 주식, 채권, 선물 같은 간접투자(포트폴리오)로 들어오게 될 것"이라며 "그런데도 정부는 투자조항에다 투자자 제소권까지 포함한 온갖 독소조항까지 주렁주렁 달아 미국한테 양보했다"고 비판했다.

서비스산업 분야도 접근 방식이 네거티브 리스트냐 포지티브 리스트냐에 따라 국내 산업에 미치는 악영향이 하늘과 땅 차이라는 것이다. 한미간 합의된 네거티브 방식은 개방하지 않을 것만 유보 안으로 서로 교환한다. 포지티브 방식은 개방 항목만 교환하기 때문에 경쟁력이 약할수록 유리하다.

이 교수는 "이번 2차 협상 때 정부는 유보 안을 굉장히 보수적으로, 심지어 80개 이상 유보 안을 냈다고 자랑했지만 네거티브 방식에 따르면 앞으로 새로 생기는 모든 서비스 업종은 경쟁력을 갖추기도 전에 자동 개방 대상이 된다"고 볼멘 목소리를 냈다.

한미자유무역협정을 하게 되면 한국 경제의 구조적 문제로 대두되고 있는 이른바 고용 없는 성장, 고용 없는 수출이 한층 심화될 것이라는 지적이다. 세계화와 자유무역협정이 고용 없는 성장의 주범이라는 진단에 따른 것.

끝으로 이 교수는 "97년 구제금융 위기로 금융을 개방한 지 10년이 지난 지금 국내 은행의 주식 총액 평균 62%가 외국인 소유로 넘어갔다"면서 "이것이 한미FTA 10년 뒤 우리의 자화상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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